끝이 보이는 방학
개학을 일주일 앞둔 지난 일요일
난 아이들과 중국으로 돌아왔다
아이들도 나도
그동안 피곤이 쌓였는지
어디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 물론 어디 갈 더워도 아니고-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티브이를 보다
책을 보다 뒹굴고 싸우고
그러다 하다 하다 할 일이 없음
공부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아이들 점심을 챙겨주고
소파에 누웠는데 유독 눈꺼플이 무거웠다
어제 늦게 잠들긴 했지만
이렇게 졸릴 정도는 아닌데..
그동안 피곤하긴 했나 보다
애들은 안방에서 뭐가 재밌는지 까르르르
애들이 조용하고 안 싸우면 뭐가 사고 치는 건데
불안한 맘이 없지 않았지만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기상 후 사고수습을 선택했다
머리맡에 솔솔 부는 에어컨 바람을 느끼며
난 그대로 잠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낮잠이란
눈 감으려 하면 둘째가 달려들고
잘 달래 보내놓으면 첫째가 엄마!!!! 얘가 하며
달려오는 게 당연한데
오늘은 눈을 뜨니 벌써 두 시간이 지나 있다
아이들은 여전히 안방에서 있는 듯하고
당장 가봐야 하는데 몸이 천근만근
첫째 이름을 다급히 외쳤다
ㅁㅁ야!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엄마! 깼어?! 엄마! 기다려! ”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아직 거실까지 진출하진 않았는지 거실은 깨끗했다.
엄마! 다 됐어!
두 아이가 대형 넘버블럭스를 들고 나타났다.
하하 웃음이 난다.
오! 그리고 감탄한다.
꽤 잘 만든 녀석들의 넘버블럭스
비록 안방은 초토화가 되었지만
덕분에 난 꿀잠을 잤고 멋진 작품이 완성되었다.
넘버블럭스 옆의 하트는
둘째의 요청으로 만든 것이란다.
넘버블럭스의 거실 진출을 시작으로
온 집안이 초토화되었지만
뭐, 그래도 아직은 방학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