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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Aug 19. 2024

나도 회사 다녀

워킹맘이 빡치는 순간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퇴근 전에 정리할 거 정리하고

오늘은 첫째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

대충 머릿속에서 순서를 정한다


일단 첫째 태권도 픽업,

둘째 유치원 갔다가..

오늘은 첫째 학원도 없고 하니 유치원 놀이터

아, 아니다. 오늘 학습지 있지…


퇴근하는 차 안에서도 이 작업은 계속된다

둘째가 안 간다 그럼 뭘로 꼬드겨볼까 등등등


그때 카톡이 울린다


미안,
오늘 갑자기 회식이 잡혔네
되도록 일찍 갈게


아직도 모르나 보다
너의 되도록은 나에겐 딱히 의미가 없다
아이들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학교나 유치원을 마치고 학원 한두 군데를 돌고
집에 오면 6시, 밥 먹으면 7시, 씻으면 8시
그럼 이제 잘 준비를 한다


나에게 의미 있는 귀가 시간은

칼퇴 혹은 그 이전이다


이번달만 도대체 몇 번째인가

일단 대답은 유보한다.

나의 대답 유무가 중요하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안 된다고 한다고 안 갈 수도 없을 것이다

이미 카톡을 찍었다는 건 지 선에서 해결 불가라는 것


이해한다고

빡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의 회식이란,

“파란 씨, 언제 시간 돼? 남편 언제 일찍 와서 애 볼 수 있데요?”라는 식의 행사인데


그 남편은 당일 카톡으로 해결되는 행사라는

당연한 사실이 나를 빡치게 한다

결국 짧은 인내심을 참지 못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한숨 돌리고

핸드폰을 든다


다다다다다다 할 말은 많다

참았던 말도 많다

다 옮겨 담아도

결국 넌 모른다로 귀결한다

어쩌다 한번 재택근무나 휴가때 하는 등하원

시간에 쫓겨 매일 겪은 그 전쟁통을

네가 알리가 없지


그리고 다음날 오전


나 오늘 회식이야


그리고 남편이 답한다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

넌 어제 오후 4시에 말해도 가는 회식

난 오전 10시에 말해도 어떡하냐고 하면 어떡하니?


그래서 워킹맘은 빡친다


야, 너도 다니는 회사
나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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