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부딪쳐가며 흘러가는 사람

by 보돌

-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저는 나쁜 의미가 아니고 고민 많이 안 하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목표 없이 살아왔어요. 그거대로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 반대로 살아봐야겠다 하면서 딱다구리를 시작한 거예요. 유치원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나는 영화감독을 해야겠다 하면서 그림 그리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제가 그렇게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어서 ‘영화감독하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야 하고 너무 피곤할 텐데 비슷한 거 뭐 있지? 만화하면 되겠다.’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만화 그리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원피스 같은 만화보다 마츠모토 타이요처럼 연출이나 서사 위주 만화로 많이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근데 만화를 계속 그리긴 했는데 딱히 공개적으로 뭘 만들지 않았어요. 저한테 목표는 만화를 그리면서 ‘이 부분 연출이 이상한데 어떻게 바꿀 수 있지?'이런 생각으로 몇십 년 동안 살아오다가, 이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딱다구리 하게 됐습니다.


좀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가 너무 재능 믿고 적당히 했어요. 남들이 5시간 걸릴 거 1시간이면 만드니까. 재능이 많다고 더 뛰어난 작업을 만드는 건 전혀 아니고요.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지금은 아시다시피 딱다구리 카페 운영하고 있고, 뭐든지 골고루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서 그렇게 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커피를 엎었으면, 옛날 같으면 ‘안 엎어야지.’하고 끝났는데, 지금은 커피 왜 엎게 되는지 다 쪼개서 생각해요. 동선이라든가 시간대라든가 그 전후 주문을 다 생각해 봐요. 결국에는 공부하는 게 중요하고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돼요. 넓게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랑도 연관이 많아요.


- 요즘 딱다구리 생각만 하시는 게 결국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이어져 있다는 뜻인가요?

예. 약간 반 장난으로 얘기하면 ‘내가 딱다구리구나.’ 그런 느낌(웃음). 진짜 재밌어요. 재미있고 힘들어요.


- 그림, 만화, BMX 등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셨는데, 늘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사실 다 그런 같아요. 항상 어려운 게 정리하고 온점 찍고 덜어내는 일 같아요. 저도 예전에 ‘나는 그냥 벌일 줄만 알고, 근데 뭐 돈 벌 거 아니니까 그냥 해야지.’ 이런 느낌이었는데, 딱다구리 하면서 ‘재미있고 쉬운 건 벌이는 거고 진짜 어려운 건 온점 찍는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오히려 시작을 잘 안 하게 되는 느낌. 좋게 말하면 신중하게 하려고 해요.


- 옛날에 아무 생각 없던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지 않나요?

있어요. 다 그림 관련됐을 때. 아이러니한 게 그 시절에는 순간에 몰입해서 즉흥적인 느낌으로 뭘 만들려고 노력을 엄청 했거든요. BMX 자전거도 탈 때 그랬고. 근데 너무 그렇게 살다 보니까 제가 원하지 않은 순간에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어요. 요즘에는 일부러 생각을 더 해서 정리하려고 하니까 그림 그릴 때 오히려 생각이 없어졌어요. 웃긴 게 제가 원하는 대로 된 거잖아요. 근데 예전에 그 고민이 그리워진다 그래야 하나. 그때는 고통스러웠는데,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있어야 더 나아지는 게 있어요. 나쁘게 말하면 안주하는 건데, 좋게 말하면 생각한 대로 나오고 있다.


- 기후 문제에도 오랫동안 큰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오셨는데, 그 과정에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허무주의에 빠지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해요.

전 이거 명료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제 기준에서 보통 대부분 기후에 관심이 많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이런 면에서 우울하다고 할 때는 '이렇게 상황이 심각한데 왜 다들 모르지?’라는 생각 때문에 우울해지는 거 같아요. 변하질 않으니까. 근데 저는 예시 들을 때, 노부부가 오래 운영한 보신탕 가게가 있는데, 이게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그분들은 그게 생업이잖아요. 근데 아무 예고 없이 비건들이 찾아와서 영업을 방해하고, 폭력이라고 소리 지르면 틀린 말한 건 아니거든요. 근데 표현 방식이 잘못돼서 역효과 난다고 해야 하나. 저는 오히려 이런 운동할 때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만화가나 영화감독처럼 전달할 때 어떻게 연출할지 더 고민했으면 좋았을 텐데, 대부분은 아는 거 많고 감각으로 느끼는 속상함이 많으니까 그렇게밖에 표현이 안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요. 저는 오히려 이것 때문에 못 하겠다 싶어서 나왔거든요. 그렇다고 기후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하는 것도 있고 최근에 채식도 다시 시작했지만 그게 힘들었어요.


- 자전거 타는 것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일 때문에 자주 못 타시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딱다구리 일이 너무 많아서 자전거를 못탄다.’ 이렇게 딱 분리되는 느낌은 아니에요.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 대신 시간 쪼개서 BMX에 도움 되는 운동을 많이 해요. 심지어 딱다구리 안에서도 몰래몰래. 집에 가서도 해요. 저는 요즘에 1초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걸 많이 느껴요. 그래서 딱다구리에서는 푸시업을 정자세로 200개씩 하고 가는 게 목표고, 창고에 일 있으면 가서 20개씩 끊어서 후루룩하고 나와요. 집에 가면 그냥 퍼지기 전에 겉옷만 벗고 바로 케틀벨 해요. ‘1초도 중요하니까 해야 해.’ 이런 게 아니고 ‘못하면 어쩔 수 없고 하면 좋은 거고, 이왕 하는 거 귀찮다는 생각 들기 전에 일단 몸을 움직여 보자.’라는 느낌이에요.


-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어떻게 한번에 바뀌셨나요?

모르겠어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갑자기 바꾸기 힘든 것들 있죠. 술 끊기 고기 끊기 담배 끊기. 이런 거 그냥 한 번에 했거든요. 아무 고민 없이 ‘해야지.’ 이러면 그 순간부터 하게 돼요. 생각을 안 하는 방법을 알아서 그런 것 같아요. ‘아 피고 싶은데, 먹고 싶은데, 자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일부러 안 하는 게 좋아요.


- 딱다구리 카페를 운영하는 일이 왜 좋으세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인생이 건강해지는 게 많이 느껴져요. 예전에는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살아서 제가 가진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무시하면 무시했지, 정리한 경우가 거의 없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정리하는 방법을 알게 되니까 ‘이게 스트레스가 아니었네.’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저 스스로가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아서 그게 좋아요. 그래서 딱다구리가 재밌어요. 물론 돈도 많이 벌면 좋은데(웃음).

웃긴 게 예전에 그림 그리고 만화 그릴 때 몰랐거든요. 근데 지금은 내가 한 만큼 그게 수치로 보이잖아요. 노력했는데 예상한 만큼 안 나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라서 또 공부해야 해요. 그래서 이게 창작이랑 비슷한데 결과가 바로 보이니까 매 순간 머리를 맞아요.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저는 항상 흘러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거나 경험 너무 맹신하면 고이기 시작하잖아요. 저는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꼰대 소리를 듣는 것 같거든요. 단순히 ‘꼰대 소리 듣기 싫다.’ 이게 아니고, 그렇게 살면 너무 괴로울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대한 시야도 없고, 시도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했던 것만 계속하면서 이게 맞다고 우기면서 살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 당연히 실패할 거고 실수도 할 건데 그래도 안 해본 것보다 낫다.

바닷물이나 시냇물이나 다 결국에는 길이 통하잖아요. 물리적으로 표현하면 물로써 지구 한 바퀴 정도 돌아보고 싶어요. 여기 갔다가 저기도 갔다가 돌이랑도 부딪쳐보고.


- 그리신 그림에 좌절하는 캐릭터가 종종 나오는데, 평소에 자주 좌절하시는 편인가요?

아니요. 그런 모습을 일부러 그렸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누구나 그런 면을 가지고 있을 텐데, 좌절만 하고 있기 싫어서 일부러 그렸다고 해야 하나. 제가 생각보다 T성향이 강하거든요. 그렇다고 거짓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그게 제 모습은 아니에요. 꼭 지금 상태 그대로를 이미지화해서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결국에 사람들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 어떻게 하면 좌절’만’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저는 술의 힘을 믿어서 뭐든 골고루 적당히만 하면 오히려 도움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제가 비건을 2년 하면서 그사이에 1년 동안 술을 끊어본 적 있거든요. 근데 나중에 불면증 생겨서 진짜 괴롭더라고요. 이게 사람마다 다른데 제가 내적 긴장감이 좀 있나 봐요. 기억하기 싫은 사소한 것도 기억이 잘 나서 힘들었는데, 다시 술을 먹으니까 씻은 듯이 나아서 ‘나는 술을 적당히 먹긴 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 그래서 좌절만 하지 않는 방법은 술을 마시기?(웃음)

확실히 도움 되는 게 있어요. 술만 마시면 또 문제고. 하루 먹었으면 하루 안 먹고. 적당히 과음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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