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저는 어러리더러리 살아왔어요.
올 초에 신점을 봤는데 무당 아주머니가 저한테 어러리더러리 살 팔자라고 하는 거예요. 뜻이 얼렁뚱땅 이런 거예요. 근데 그게 너무 싫었어요. 왜냐면 제가 뭔가 간절히 원하고 노력해서 성취한 경험이 많이 없는 거예요. 제가 싫다고 엄청 찡얼거렸더니 무당 아주머니가 혼내듯이, 아등바등 사는 게 좋은 인생은 아니라고, 네가 복이 있으니까 잘 풀린 것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거기서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받아들이게 됐어요. 갑자기 제 자신을 인정하게 되는 거예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걸 너무 자책하지 말아야겠다. 왜냐하면 자책이 너무 심해지는 날에는 ‘내가 너무 얼렁뚱땅 굴어가지고 내 인생이 얼렁뚱땅 흘러가서 아무것도 아니게 돼버린 거야…’ 하면서 땅굴 팔 때가 있잖아요. 그걸 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팔자가 그렇다 하는데 어떡해. 확 마음이 놓였어요. 놓였다기보다는 인정한 것 같아요.
잘 안 풀려서 우울해지는 시기들이 있잖아요. 그런 시기가 되면 갑자기 과거를 곱씹는 거죠. 원래 생각이 엄청 많은데 그 생각이 가치 있는 생각이 아니고 보통 망상 같은 거 있잖아요. 자기 전에 하는 망상. 오늘은 뭘 꿈꿔 볼까?에 가까운 잡념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했으면 지금 적어도 이렇게는 아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지금 확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 ‘쓰레기’ 같이 살고 있다.
왜냐면 전 요즘 오전 내내 자요. 일을 그만둔 지 얼마 안 돼서 올해 초에는 자고 싶은 만큼 잤어요. 이제 하반기에 들어서니까 너무 초조한 거예요. 그게 저한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부터 잠을 너무 많이 자는 제 자신이 쓰레기같이 느껴져요. 눈만 뜬 상태로 가만히 누워 있다가 운동 때문에 일어나서 밥 먹고 집 정리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그나마 요즘에 재밌는 건 친구가 9월에 결혼을 하는데 제가 식전 영상을 찍어줬거든요. 친구가 엄청 잘 웃어요. 웃는 얼굴이 되게 예쁘거든요. 그걸 편집하면 기분이 좀 좋아져요. 걔가 웃는 거 보고 있으면 저도 웃게 돼요. 그걸 그나마 좀 재밌는 일로 두고 하는 것 같아요.
많이 놀고 있어서 재밌어요. 그래서 초조해요 슬슬. 근데 동시에 진짜 돈만 벌기 위해서 취직하는 게 맞나 싶어요. 여기저기 이력서 넣고 면접도 보러 다녔는데 동시에 나는 평생 일을 이런 식으로 하면서 못 살 것 같은데 내가 지금 당장 이런 에너지를 쓰는 게 맞나. 사실 인생이라는 게 선택에 따라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잖아요. 저한테 아직도 꿈이 여러 개 있거든요. 회사 들어가서 경력 착실히 쌓아서 직장인이 되는 것도 있고, 숙박업도 하고 싶고, 남해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동시에 아무것도 안 들어 있는 빈칸도 있어요. 근데 제가 현실에 집중하지 않고 가능성만 잡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요?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잘 살고 싶다.’
한 2-3년 전에 쓴 일기가 있는데 그때도 정서적으로 엄청 건강한 시기는 아니었거든요. 휴일에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 커피 마시고 쓴 일기였거든요. 근데 제가 평소에 행복을 느끼는 게 진짜 사소하단 말이에요. 산책 나왔는데 꽃이 많아서 기분이 좋고, 이런 게 보통 제 일상을 지탱하는 포인트들이라 그날 좋았던 일들을 적다가 그게 잘 살고 싶은 이유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맨 마지막에 ‘난 잘 살고 싶다’고 쓴 게 갑자기 기억이 났어요.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면 좋은 시기지만 다른 것보다 그냥 잘 살고 싶은 것 같아요. 꿈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은 딱히 꿈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