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결혼식 준비는 위해서
3월 말부터 2주 정도 한국을 들어간다.
예물 반지, 드레스 투어, 스튜디오 촬영, 상견례, 청첩장 모임을 하고
결혼 전 건강검진을 하기로 했다.
2.
우리는 같이 지낸 시간이 5년이고,
일도 생활도 식사도 항상 함께하다 보니
막상 결혼한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생각이 들곤 했다.
(나 혼자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결혼 준비 과정도 설레는 마음이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성공을 기원하며 팀워크를 발휘한다고 생각했다.
3.
말레이시아에 있으면서
상견례 프레젠테이션 준비와 지류 청첩장을 디자인했고,
한국에 들어가면 찾을 수 있게 인쇄를 맡겼다.
그렇게 한국에 온 다음 날 청첩장을 받게 되었다.
4.
우리는 심플한 1단 청첩장을 골랐다.
컴퓨터로 볼 때와 다르게 막상 인쇄된 걸 받아보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남들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그냥 별 다른 생각이 안 들었는데,
우리의 청첩장을 보고 있자니 감정을 슬 올라왔다.
이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가 좀 어렵지만, 설렘과 감동 그리고 뿌듯함이 약간 섞인 것 같은 감정이었다.
5.
스튜디오 촬영을 하러 갔을 때,
평생 들을 칭찬을 다 들으면서 촬영을 해서 기분이 참 좋았다.
사랑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서 여러 포즈를 취하다가
무릎을 꿇고 신부에게 꽃다발을 바치는 샷을 찍는데
여자 친구와 눈이 마주치자 괜히 또 마음이 뭉클해졌다.
6.
결혼은 그저 관례구나 형식적이구나 생각했는데,
이런 과정을 같이 겪다 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마음이 떨려오는 게 느껴졌다.
뜬금없이 찾아오는 이 떨림은 오랜만이었다.
드레스를 입은 여자 친구가 예뻐서 떨리기도 했고,
우리가 드디어 결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여러 감정을 불러오게 했다.
7.
드레스 투어 때,
나는 감정 표현을 잘하지 않는 편이라서,
여자 친구 또한 내 눈물을 기대하진 않고,
드레스 리뷰와 기록 그리고 이성적 판단을 맡겼다.
우리가 사진으로 보면 드레스와 실물 드레스는 정말 달랐다.
커튼이 열릴 때, 여자 친구가 너무 예쁘다는 생각과, 사진에는 이 모습이 완전히 담기기 어렵구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그때 참 열심히 관찰하고 기록했다.
8.
일정 중간 결산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서로 수고했다고 격려했고
한국행 비행기가 두 시간 반 지연된 것 외에는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변수가 없음에 감사했다.
오히려 예상보다 사람들이 친절히 잘 도와주고, 일이 너무 잘 진행되고 있어서 참 기뻤다.
9.
나는 여자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계획도 잘 짜고 팀워크도 좋지만
실전에 더 강한 커플인 거 같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너와 함께라면 아무 걱정이 없다.
또한 나는 여전히 너를 보면 떨리는 것 같다.
그 떨림은 처음과는 다르다.
처음의 떨림은 진폭이 크고 주기가 길었지만,
지금의 떨림은 처음보다 파장이 더 짧아진 것 같구나.
째끄마 나는 여전히 떨린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