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화 May 12. 2021

명상을 한 지 5일째의 기록

10분만 내게 허락해줘


내가 허락하는 내 시간


나는 뭐든지 빨리빨리 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다. 빠른 것을 환영하는 내 나라라서 대부분이 빠른 편이지만 나는 남들보다 더, 훨씬 빠르다.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너무 빠른 생각과 손놀림으로 종종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뭔갈 떨어뜨리거나 넘어지는 그런 실수가 아니다. 세상은 번복 해야할 일 투성이다. 간혹은 결정 되고나서도 많은 것들이 수정 된다. 종종 나는 너무 빠른 문제해결로 남들보다 번복을 더 많이 한다. 게다가 나는 실수를 하는 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책이나 영화는 엉덩이가 쑤셔서 곧잘 관두기도 한다. 영화를 볼 때, 공부를 할 때, 여럿 자극을 더 받기를 원하고, 누군가와 통화를 할 때는 단순작업 한 개를 꼭 더 보탠다. 


그런 내가 10분 동안 허리와 어깨를 펴고 바른 자세로 앉아 꼼짝없이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니! 상상만 해도 좀이 쑤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상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좀 더 나를 정면으로 바라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명상을 한 지 5일째. 첫 명상이기에 ‘유도 명상’으로 10분을 채우고 있다. 언젠간 나도 명상이라는 꼼짝없는 인내의 시간에 익숙해져 혼자서도 명상을 할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하루도 빠짐없이 5일째, 단 10분간 앉아 고요함을 느껴본다. 내가 나에게 10분도 허락하지 않았구나. 명상은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고 깨우치게 한다. 이상하게 CCTV로 보듯 눈 감고 가부좌로 앉아있는 내가 보이는 것 같다. 명상을 하는 동안엔 머릿속에서 오가는 수많은 잡생각을 방어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나 이미 보내버린 과거들을 저울질하며 이럴걸 저럴걸 하는 후회의 생각을 방어한다. 단지 방어를 했을 뿐인데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다. 억지로 긍정적일 필요가 없어졌다. 부정을 빼면 긍정이 남기 때문에.


명상 5일째, 나는 긍정을 만드는 대신 부정을 내려놓는 법을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내 모습을 10분이나, 무려 10분이나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생각보다 내게 많은 감정의 선택권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문득문득 일상에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갇혀 화가 잔뜩 난 나를 깨우칠 때, 나는 아침에 명상을 했던 내가 떠오른다. 그럼 금방 가라앉힐 수 있다.


하루에 10분도 허락하지 않아서 미안해, 내 자신. 






keywor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