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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얌전한고양이 Aug 14. 2024

안녕하세요 현실도피 고수입니다

상상은 현실이 되지 않지만, 노력은 현실이 된다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인상 깊게 봤던 영화다. 주인공 윌터는 불만족스러운 삶을 외면하고 혼자 상상을 한다. 상상의 내용은 이렇다. 슈퍼히어로가 되어 악당을 멋지게 물리친다.


짜증 나는 사람에게 참아왔던 말을 쏟아낸다. 좋아하는 여성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저 상상일 뿐이다. 습관적으로 상상에 정신이 팔려서 현실에 집중하지 못한다.


나도 내가 바라는 나를 상상하느라 현실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 상당히 인상 깊었다.


항상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다. 초등학생 때는 혼자 엄청난 양의 물을 조종해서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는 상상을 했다. 중학생 때는 나를 괴롭히는 녀석들을 혼내주는 상상을 했다.


"야 이재영 너 화장실로 따라와 봐"

"하아.." (순순히 따라가며 한숨을 내쉰다.)

퍽퍽 윽 퍽 털썩 우당탕

"아 시간 낭비했네"

(피 묻은 주먹을 휴지로 닦으며 혼자 화장실에서 나온다.)


고등학생 때는 맨몸 운동을 했었다. 학교에서 팔씨름을 제일 잘하지 못했다. 대신 악력이 전교생들 중에서 제일 강했다.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하기도 했다.


"야 나한테 담배 연기 날아오잖아? 눈치껏 꺼져"

"네가 뭔데? 네가 꺼져"

"너 뼈 부러져 봤냐?" (담배를 든 손목을 움켜쥐었다.)

"아! 아! 알았어 놔 줘!"


음악시간에 기타를 배웠었다. 이미 기타를 배운 적 있어서 다른 애들보다 더 잘할 수 있었다. 간단한 연주밖에 못하는 실력이어서 눈에 띄지는 못했다. 기타리스트 정성하처럼 멋지게 연주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상상 속에서 기타리스트가 됐다. 전교생들이 보는 무대에서 아는 여자애와 함께 데파페페의 START를 연주했다. 그리고 환호를 받았다.


영화를 보고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 나는 노력 대신 상상 속으로 도피하고 있었다. 윌터처럼 말이다. 상상 속에서는 물보라를 일으킨다. 괴롭히던 녀석들을 혼내준다. 악력만으로 양아치를 제압한다. 전교생 앞에서 여자애와 기타를 연주한다. 하지만 현실은 초라하다.


상상만 하느라 흘려보낸 시간이 아깝다. 이제 상상 속 나보다는 현실의 나에게 집중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나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상상은 현실이 될 수는 없지만 노력은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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