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말고 일단 티켓을 끊고보자!
시기, 목적지, 동반자, 경로, 항공권, 예산, 환전, 숙소, 식사, 관광, 쇼핑.....
여행 만큼 단기간에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 또 있을까. 겨우 짜장면과 짬뽕, 물냉과 비냉을 고르면서도 두뇌를 풀가동해 얻을 것과 잃을 것을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연속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여행이란 거의 건국 작업 내지 산고의 고통과 맞먹는 일이다.
'선택'이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어로 여행을 뜻하는 'Travel'의 어원이 산고, 진통, 고뇌, 고역 등을 뜻하는 'Travail'에서 파생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확실히 여행은 설렘만큼 달콤한 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실패한 선택이 가져다줄 '엄청난 재앙(?)'이 두렵기 때문이다.
히말라야행은 나 같은 '결정장애자'가 준비하기에 참으로 어려운 여행이었다. 사실 간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결정이었지만, 결정 후에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물론 인터넷에는 정보가 넘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넘치는 정보가 결정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 수천만건의 정보 어디를 헤집고 들어가야 '시작 버튼'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바쁜 와중에 전수를 조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이드북에 나온 대로 여행하기는 딱 질색이었다. 돈 들여 남의 인생을 모방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런 핑계로 십 수일이 지났다. 별수 있나. 검색창을 두드렸다. '히말라야 트레킹'이라고 입력하자, 네이버의 대표 '히말라야 트레킹' 카페가 검색됐다. 이름하여 <네.히.트>
그러면 뭔가 실마리가 보일 줄 알았다. A부터 Z까지 잘 정리가 돼 있을 줄 알았다. 왠 걸. 3만 가입자를 자랑하는 <네히트>는 3만 가지 이상의 미로였다. 수많은 일정과 루트, 질문과 경험담.. 알 수 없는 지명들. '쿰부. 랑탕. 고사인 쿤트. 할렘부. 무스탕. 돌포. 푼힐....앗살라 말라이꿈. 싸와디캅. 헬로봉쥬. 아프지마도토. 도토잠보..' 이게 다 뭐임.. abc? mbc? 이건 또 뭔가. 3박 4일 코스, 6박 7일 코스...
읽을수록 혼란스러워졌다.
어디가 출발점인지. 며칠을 계획하고 가야 하는지. 어느 지점에서 묵어야 하는지. 하루에 얼마큼 올라가야 하는지. 어떤 방면으로 올라야 풍경이 더 좋은지..
전문 산악인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생에 겨우 한두 번 경험하는 특별한 여행지기에 그만큼 질문도 많고, 각자의 경험도 다르다. 여행했던 시기, 기후, 일정에 따라 평가도 다르고 얻어낸 장면도 달랐다. 그야말로 어떤 것이 '정석(定石)'인지 갈수록 헷갈렸다.
그렇게 십 수일은 카페 탐색과 언론 기사를 읽어가며 겨우 '스탠다드(Standard)'를 찾아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가는 코스. 그리고 그렇게 준비했다. 구글 어스를 켜 놓고 시뮬레이션도 해가며. 지점 간 거리와 고도를 표시해가며 엑셀에 깨알같이 써내려 갔다.
그러나 이렇게 허무할 수가... 네팔에서 우리를 맞이한 이모부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전혀 다른 코스를 추천해줬다. 그래서 밤새 지도 위에 선을 그어가며 계획을 바꿨는데, 다음날 입산 허가서를 받기 위해 찾아간 현지 여행사 사장은 또 다른 일정을 추천했다.
멘붕이 왔다. 현지인이 하는 이야기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경험에서 나온 말이 아니겠는가. 여행사 사장이, 또는 이모부가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고생시키려고 하는 것도 아닐 테고. 어떤 코스로 간다고한들 그들이 무슨 이익을 얻을 리도 만무하다. 그래서 현지에서 모든 일정을 수정했다. 그게 다일 줄 알았는데, 올라가는 중에도 외국인이나 포터를 통해 일정을 조금씩 수정하기도 했다.
애초에 여행은 답이 없는 길이었다. 그런 여행길을 수학공식 풀듯이 써내려 간다니, 그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다. 훌훌 버리고 떠난다고 해놓고 뭔가 잃지 않고 싶은 것이 잔뜩 이었던 모양이다. 하나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욕심.
어떤 일에서건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아마 카페에 후기를 올려둔 많은 여행자들이 그랬지 않았을까. 모두가 최고의 여행을 경험하게 위해 많은 준비와 기대를 했을 것이다. 인생 일대의 경험이었고. 다들 좋았을 것이다. 자신의 루트가 최고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길을 걸었다. 그 말은 곧 어떤 길이건 좋다는 말이다. 저마다의 인생처럼 말이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하는 이야기 역시 내가 보고 들은 게 전부다. 하지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이 또한 좋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최고를 매뉴얼을 찾기보다 어떤 방식이든 첫발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의 경험은 오히려 '다른 길'을 찾기 위한 참고서일 뿐이다. 우선 가겠다는 결심이 서면 뭐든지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가이드북을 산다던지, 페이스북에 선언을 한다던지, 등산화를 지른다던지!
나의 경우는 결심이 흐지부지 될까 봐 비행기 티켓을 끊은 것이 시작이었다. 자.. 그런 의미에서 어서 본 작가의 글을 구독하자.
이미 히말라야에 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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