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히말라야 트레킹 어때요?
이역만리(異域萬里)
아주 멀어 닿을 수 없는 타국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처럼 비행기만 타면 어디든 닿는 시대에 이역이 어디 있고, 만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마는 도보가 수단이던 시대 천리(千里)만 해도 멀고 먼 땅이었다. 과연 萬里면 어디쯤 될까. 환산하면 3930km. 한국에서 중국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4천 km를 가면 네팔에 닿는다.
네팔(Nepal). 1세기 만에 닥친 역대급 대지진으로 인해 최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곳. 2만 명이 사고를 당했다고 하니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인류의 대재앙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대지진이 아니었더라도 그들의 형편은 썩 좋지 못했다는 것. 2001년 UN이 지정한 최빈국(最貧國). 윤회(輪廻)의 믿음으로 오만 가지의 神에 의지하며 겨우겨우 살아가던 그들에게 닥친 고통은 우리가 쉽게 느낄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부처의 탄생지 '룸비니'와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변변찮은 자원도 기술도 없는 그들에게 그나마 내린 축복이다. 관광수입에 의존해 살아가는 그들에게 여행객은 생계이자 구원일 것이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이곳을 여행해 힘이 되어주자는 움직임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글을 통해서도 네팔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생기길 바라본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이역만리'를 찾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시간, 경비, 언어, 환경, 체력.. 여러 가지를 생각할수록 망설이게 될 요인만 투성이다. 이런 글을 읽는다고 쉽게 동기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쩔 땐 이유를 나중에 찾는 것도 방법이다. 일단 저지르고 나면 보상심리가 발동해 가야 할 이유가 십 수 가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나또한 그랬다.
아내는 선교사인 이모를 돕기 위해 결혼 전 네팔 카트만두에서 한 해 정도 봉사활동을 했다. 아내는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고 싶어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설산(雪山)이 눈 앞에 펼쳐진다고 했다.
사실 경험해보지 못한터라 어떠한 감(感)도 흥(興)도 없었다. 심지어 '처음가는' 신혼 여행인데, 하와이의.. 몰디브의.. 지중해의.. 찬란한 햇살 아래 전설적 애정행각을 벌이고 싶었지만, 신부(新婦)님께서 가자는데 무슨 대꾸가 필요하겠는가. 결혼이라는 애정의 정점(頂點)에 있던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러자고 했다. "여자가 가자는데, 어디 남자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피곤할게 뻔한데.. 딱히 등산도 안 좋아하는데.. 옷도 장비도 없는데.. 열흘이란 시간이 부담스러운 직장인인데.. 다리가 짧은데.. 등등 가지 못할 삼천이백팔십두가지의 이유가 떠올랐지만, 결혼 후 남편 하자는 대로, 자식 해달라는 대로 살면서 '자기'를 잊고 살았던 '그녀'가 가자고 한다.
뽀뽀 한번 안 해본 사장님이, 교수님이, 부장님이, 심지어 아는 형님의 부탁은 밥 굶어가며 '무리해서' 하는데, 함께 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국내 최초로' 꺼낸 이야기라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라는 마음을 짓누르는 소리..)
우리의 신행 숙소는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나인'의 촬영지이기도 한 풀바리(Fulbari) 호텔이었다. 네팔의 관광도시인 포카라에 위치한 풀바리 호텔은 협곡을 낀 주변 경관 때문에 세계적인 명소로 꼽힌다.
풀바리에서 맞이한 아침은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커튼을 걷으니 히말라야 유일의 미등정 산 '마차푸차레(Machapuchare)'가 눈을 가득 채웠다. 그 아침의 기분이 생생하다.
마차푸차레는 영어로 'Fish Tail'이라고도 불린다. 두 개의 산봉우리가 마치 물고기 꼬리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네팔 사람들은 산 자체를 신으로 숭배한다고 한다. 히말(Himal)은 '산'이자 '신'이라는 뜻이다. 정복하지 못해서일까. 많은 산악인들이 안나푸르나의 봉우리 중에서도 마차푸차레를 최고로 꼽는다고 한다. 그곳에 여신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믿고 싶고 경이롭기까지 했다.
산은 올라간 만큼 보여준다고 한다. 진짜였다. 그동안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을 때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산은 달랐다. 안나푸르나는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 이틀간 비가 억수같이 왔는데 나중에는 그것이 우리에게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해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했다. 사흘째 아침 안개가 걷히며 모습을 드러낸 히말은 마치 신의 강림처럼 느껴졌다.
결혼 6년 만에 다시 찾은 네팔은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 되었다. 해발 1,200미터 오스트리아캠프에서 4,30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6박 7일. 그 며칠 사이 안나푸르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얼굴을 모두 보여줬다. 신비롭고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그런 까닭에 내 여행담의 1순위는 아직도 '히말라야'다. 모두의 버킷리스트에 올랐을 법한 북극의 '오로라(northern light)'는 두 번째 이야기다.
광대한 산에서 작은 나를 만났다. 나의 그 작은 세상에서 얼마나 호들갑스럽게 사는지를 깨달았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고산마을에서는 진정 '평화'가 무엇인지를 느껴볼 수 있었다. 분위기 덕에 나는 중2 때나 했을법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우주급' 고민도 해볼 수 있었다.
20kg가 넘는 짐을 대신 매어준 포터와 나눴던 Fantastic 한 '환타' 한 모금의 추억. 건강한 금발의 유럽 엘프들과 눈을 맞추며 나눴던 '나마스떼'의 미소. 정상에서 먹었던 신라면과 참이슬의 위대함..
또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산을 오르며 마주친 모든 이들과 나눴던 인사
'나마스떼(namaste)'
나마스떼는 신(神)에게 건네는 인사말이다. 합장을 하며 나마스떼라고 하는 것은 '너와 나'의 신을 마주하게 하는 것이다. 즉 최고의 공경과 예의를 표하는 것이다. 이는 곧 서로의 부족함을 확인하고 채워주는 것이다. 서로 믿고 기대야 살 수 있는 인(人)간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부족한 우리들이지만,
그들에게 우리의 신이 주신 부요를 선물하러 가자.
대신 경이의 산이 주는 에너지를 얻어오자.
갈려거든 지금 준비하자!
히말라야 트레킹의 최적기
시월(十月)이 오고 있다.
반드시 가야 할 이유는 없다.
가면 왔어야 할 이유가 생긴다.
오지 않았으면 없었을 이야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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