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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호리 Dec 28. 2015

아빠 뭐해요?

칭찬은 아빠를 춤추게 한다.

다음날 새벽부터 챙겨야 할 일이 있어 저녁에 PC를 꺼내 들었다. 보통 애들 때문에 집에서 PC를 잘 하지 않지만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빨리 해치우고 자야 했다. 아직 잠들지 못한 이로운 어린이는 아빠를 맴돌며 '귀찮게 했다'

"로운아 아빠 회사 일을 좀 해야 해. 로운이 이제 침대 누울래?"

평소 혼자서도 잘 자던 아이라 달래서 보냈다. 그때마다 '네 아빠 잘 자요' 하고 갔던 아이가 1분이 멀다 하고 '앵기는 것이다'

하필 인터넷 공유기에 문제가 생겨 거실에서 공유기가 있는 안방으로 옮겼더니 무슨 비밀 작업이라도 하는 줄로 알았는지 침대에 누워있다가 다시 안방까지 찾아와서 '아빠 뭐해요?'하며 질문을 무한 반복했다.

"응 로운아 아빠 회사  일 좀 해야 해"

'네 아빠~' 하고 나간 꼬마 녀석은 잠든 강아지를 깨워 한참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또 빼꼼히 안방 문을 열고 섰다. '아빠 뭐해요?'

"로운아 아빠 회사 일..."하고 도돌이식 대화가 이어지는 찰나 이놈이 배시시 웃으며..

"아빠가 엄청  멋있어서요"라고 하는 거다.

나는 늘어진 흰 티셔츠에 희끗희끗 낡은 채로 엉덩이 부분이 떡진 겨울 잠옷을 입고 머리는 대충 말린 산발 상태였으므로 멋있다는 말이 도저히 납득이 안됐다.

"하하 아빠가 뭐가 멋있어?"

아이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컴퓨터 하는 게 엄청 멋있어서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점에서 4살 아들에게 듣는 칭찬이 이렇게 기분 좋을 줄이야.

일에 빠졌던 머리가 잠시 멈췄다. 아이가 컴퓨터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을 몰랐던 게 아니라 귀찮아질까 봐 냉정하게 대했었는데...

문 앞에 서서 눈웃음치는 꼬꼬마가 너무 귀여워서 불러서 무릎에 앉혔다.

어쩌면 아이는 그저 옆에 있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아빠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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