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 이야기 : 이은영
한계에 부딪힐 때,
잘할 수 있는 일이 보입니다
누구나 맘에 들지 않는 헤어스타일로 인해 심란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너무 짧게 잘라버린 머리 탓에 몇 시간이나 머리를 매만지다 결국 스타일을 완성하지 못하고 다시 머리를 감거나, 원했던 파마나 염색이 나오지 않아서 돈 들이고 시간 들인 머리를 모자로 감출 수밖에 없어 난감했다는 주변의 경험담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겨우 자신의 스타일을 잘 알아주는 디자이너를 만났는데 별안간 말도 없이 헤어숍을 떠나 또다시 방황에 빠지기도 한다.
컷앤컬은 이러한 상황들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솔루션이다. 모바일을 통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찾는 것은 물론, 해당 스타일을 완성해줄 우수 헤어숍과 디자이너를 제안하고 예약까지 처리할 수 있다. 서비스를 받기 전 단계의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모바일과 뷰티의 결합
컷앤컬을 창립한 이은영 대표는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녀는 전공과는 관계없이 순수 미술 동아리를 만들어 주로 동아리방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파티를 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졸업 후 동기들이 취업 전선에 나설 때는 1년 반이나 캐나다로 여행을 떠났고, 이후에는 모바일 게임 회사와 화장품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등 평범치 않은 경험을 하며 인맥과 시야를 넓혔다.
게임 회사에서 모바일 사업부를 운영하면서 모바일 서비스에 매력을 느낀 그녀는 평소 뷰티 산업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관심을 커리어로 연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를 위해 화장품 제조판매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업무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얻은 뷰티 산업 인사이트를 자신의 전문 분야였던 모바일 서비스에 접목할 방법을 궁리하던 중 지인을 통해 Bookit이라는 ‘헤어스타일 커뮤니티 앱’의 개발팀을 만나게 되었고 서로의 경험과 계획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사업화에 대한 확신이 들어 해당팀을 인수하고 본격적인 창업에 나서게 되었다.
이 대표는 헤어숍 그리고 디자이너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헤어 시술, 메이크업 예약과 결제를 돕고 스타일을 추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게 되었다. 개발팀을 인수한 덕분에 빠르게 시안이 완성되었고 주변 선후배와 친구들을 팀에 참여시키면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 대표는 초창기 헤어숍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시장을 이해하고 낯선 서비스 모델을 투자자에게 이해시키기가 어려웠다. ‘싸게 빨리 하는 게 더 편하지 않나?’ ‘남자들은 별로 신경 안 쓰는데’ 등의 질문에서 좌절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백방으로 알아보며 조언을 구했고, 그 결과 서비스의 필요성을 제대로 공감하고 있는 여성 창업가가 수장으로 있는 투자기관을 만나 초기 투자를 받게 되었다. 이 대표는 “그분이 ‘이게 내가 만들고 싶었던 서비스예요!’라고 하는 순간 그간의 모든 고민과 설움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며, “그때의 투자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컷앤컬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비즈니스가 생소한 헤어숍과 메이크업 전문가들에게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시키고 파트너사로 영입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오랜 업계 경력을 가진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우수 헤어숍 대표들과의 관계에 물꼬를 틀 수 있었고, 그들을 서비스 구축과 마케팅 실행 과정에 직접 참여시키는 한편 비전에 대해 구체적이고 꾸준하게 설명해가며 컷앤컬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비즈니스 성공의 관건은 ‘사람’
파트너사의 발굴로 서비스 론칭 준비가 서서히 갖춰지며 남은 과제는 고객들에게 컷앤컬을 알리고 공감을 얻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했다. 이미지 중심으로 소통하는 인스타그램은 ‘뷰티 앱’인 컷앤컬에 있어서 최적의 마케팅 공간이었다. 다양한 스타일링 사진을 ‘#컷앤컬’ 태깅과 함께 올려 사람들의 관심과 반응을 확인해 볼 수 있었고 서비스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페이스북에는 다양한 뷰티 정보를 올렸다. 페이스북의 인맥관계를 이용해 많은 사람에게 컷앤컬의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파하기도 하고, 광고를 통해 ‘컷앤컬 앱’을 타깃 고객층이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광고와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결합해 다양한 페이스북 마케팅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규정하지 말고, 개인의 능력에 집중한다면 분명 좋은 기업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보고, 계속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비즈니스는 아주 복잡한 형태라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며, “자신보다 뛰어난 전문가를 조력자로 두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도움을 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성공에 가까워진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특정 분야에 한정해 여성 비즈니스를 규정짓는 편견은 여성이 사업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서 “컷앤컬의 경우 뷰티 관련 일이라 편견은 덜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여성이 모바일 기술이나 트렌드와 관련한 언급을 하는 것을 의외로 받아들이는데, 이것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어려움으로 초창기 팀을 구성하고 팀워크를 만드는 과정과 비즈니스를 위한 관계 관리를 꼽았다. 이 대표는 “누구와 함께할지, 누가 우리의 일을 도울 수 있는지를 알고 함께 시작할 수 있어야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며, “비즈니스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결국 ‘사람’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가족보다 팀원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개인 생활보다 일과 관련된 일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행히 친구들을 사업에 참여시키고 좋아하는 뷰티 분야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아 만약 일로 인해 삶의 균형이 무너지더라도 행복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에 한정돼있는 서비스 권역을 향후 전국 주요 도시로 확장해가기 위해 각 도시의 로컬 커뮤니티와 함께 파트너 영입을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아시아인들의 사회적 비중이 커지고 지위도 높아지고 있지만, 메이저 뷰티 업체조차도 아시아인들의 소셜 포지션에 걸맞은 스타일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아시아인들의 신체적 특성과 취향에 맞는 뷰티 서비스를 제공해 그들이 어디서든 아름답고 자신 있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컷앤컬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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