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 이야기 : 손경완
장기적인 경기 침체기를 맞아 소비패턴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오프라인으로 실제 물건을 비교해보고 온라인으로 최저가 상품을 구매하는 ‘크로스오버 쇼핑’, 디자인보다 품질이나 소재를 따지는 ‘인사이드 뷰어’, 자신이 원하는 기능이나 개성이 있는 제품을 새롭게 창조하는 ‘뉴프로슈머’ 등이 최근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20~3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콰니백은 합리적 소비 추구의 트렌드를 함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 아이콘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콰니백’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콰니백과 함께 연출된 다양한 장면의 사진들과 수많은 구매후기가 쏟아진다. 콰니는 사랑입니다’, ‘여대생 10명 중 2명은 콰니백’, ‘너무 자주 보여서 대학교 기념품인 줄…’, ‘다음에 모일 때 콰니 떼샷 찍자’ 등 콰니백은 이미 여성들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스치듯 찾아온 위대한 탄생
손경완 대표는 아주 평범한 주부였다. 그녀는 바쁜 전문직 남편과 연년생 아이 셋을 둔 엄마이자 주부로서 온종일 육아와 가사에 전념해야 하는 처지였다.
어느 날, 운전 중 가방 디자인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덮개가 있는 플립백의 손잡이 부분에 틈을 만들어 어지러운 안쪽을 보여주지 않고도 필요한 것을 손쉽게 꺼낼 수 있는 형태의 가방이다.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 많아 항상 정리되지 않는 가방 때문에 고충을 겪어야 했던 여성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도 당시에는 희망사항으로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자금 여건이나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그녀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3~4개월 후의 일이다. 소액이라도 모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육아 위주로 소소하게 운영해오던 개인 블로그에 젤리슈즈 공동구매를 올렸는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 만에 3400켤레나 팔린 것이다. 손 대표는 이를 운명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불현듯 스친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기로 한 그는 원단과 공장을 찾아다니며 백방으로 진력했다. 2013년 10월, 블로그에 운명작 ‘호넷’을 공개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위대한 탄생’의 소식은 온라인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호넷’은 여성들이 원하던 가방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언제나 쉽게 들 수 있는 경량감. 덮개를 닫고도 물건을 꺼낼 수 있도록 고안된 실용성. 무광 스터드가 박힌 시크한 디자인. 10만 원이 넘지 않는 합리적 가격.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액세서리까지.
호넷 라인의 성공으로 콰니백은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2014년 경복궁 인근에 첫 오프라인 직영 매장을 열자 중국인 관광객 등이 가세해 콰니백 열풍에 불을 붙였다. 이후 유명 백화점들의 러브콜을 받아 판교, 대구, 광주, 부산의 백화점과 4개의 면세점에 연이어 입점하며 순식간에 9개의 오프라인 매장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했다.
당신의 비전과 직관을 신뢰하세요
콰니백이 단시간에 입소문을 타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보다 아이디어에 대한 강한 믿음과 직관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블로그 판매 1달 만에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하고 30개국에 디자인 출원을 신청하는 등 사업이 커갈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후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작업 과정과 스타일링 방법 등을 제안하며 글로벌 마켓을 겨냥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갔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영어와 중국어로 된 이벤트 문구를 내걸고 외국인 고객의 자발적인 입소문을 유도했다.
손 대표는 “인스타그램은 정사각형 이미지 하나로 큰 공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채널”이라며 “팔로어들에게 브랜드를 이해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자발적인 확산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매출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라고 평가했다.
콰니백에 대한 뜨거운 반응과 함께 고급 소재를 사용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보자는 제안도 잇따랐지만, 제품에 대한 손 대표의 철학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중저가로 대중이 누릴 수 있는 시크한 스타일의 데일리 백. 그것이 그녀가 만들고자 하는 ‘ideal bag’인 것이다.
손 대표는 기업가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품어왔던 확고한 비전이 현실이 되는 순간에 있다면 자신의 직관을 최대한 신뢰하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엄마와 아내 비즈니스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반드시 각 분야에 동일한 비율로 투자하고 애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때마다 가장 중요하게 쏟아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되는 영역에 최선을 다하면 결국 풍성한 열매가 맺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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