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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일 Oct 07. 2015

중국 이야기

생활관습


1.
밥을 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것이 저렴하다. 게다가 대부분 맞벌이기 때문에 해 먹을 시간도 없다. 따라서 40대 이하에서는 절대적으로  사 먹는 비중이 높다.

그래도 하루 세 끼는 꼬박꼬박 챙긴다. 아침은 주로 만두와 콩을 갈아 만든 주스 혹은  삥이라고 해서 밀가루 반죽에 이것저것 넣어서 기름에 구운 것을 즐겨 먹는다. 보통 3원 이내로  해결된다. 만두의 경우 골목상권에 해당되는데 바비만두라는 체인이 최근 중국을 강타하고 있다. 무려 성룡이 광고모델로 등장하고 심지어 한국 만두까지 등장한다. 이 계통도 한류 열풍..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노리는 것은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다.

점심은 면이나 밥을 먹고 저녁도 비슷하다. 패턴은 아침은 출근길에 서서 먹고 심지어 전동차나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도 먹는 스킬을 발휘하기도 하며 점심은 회사 부근에서 사 먹던가 배달로 시켜 먹고, 저녁은 집에 사 가지고 와서 먹는 경우가 보편적인 모습이다. 점심의 경우 10원 내외 저녁도 비슷한 수준이다.

실 이 정도 비용도 부담스러운 외지(지방)에서 온 친구들이 있는데 이 경우 락앤락 같은 통에다가 밥만 해 와서 거의 맨밥에 청경채 같은 야채 하나만 가지고 먹기도 한다. 한참 먹을 나이에 제대로 못 먹는 모습들을 많이 봐서 좀 많이 안타까웠다.

이 주요한 원인은 거주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아주 맛있는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나처럼 길거리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즐거운 곳이다.

2.
중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거의 경제적으로 독립을 한다. 대학에 가는 경우는 부모가 대학 학비까지는 보통 부담해 준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놀면서 부모에게 기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내가 못 본 건가?

이러느니 저러느니 해도 독립심은 한국에 비해 나은 것 같다.

3.
먹는 것은 아끼는데 스마트폰 보급률은 기이할 정도로 높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때 삼성이 점유율 1등을 했으나 지금은 중국 회사들과 힘든 경쟁을 하는 중이다. 그래도 여전히 브랜드 이미지는 좋은 편이다. 특히 갤럭시 노트는 아이폰에 준한 인기를 구가한다. 한때 HTC가 인기였으나 지금은 폭망.. 내가 지하철에서 보는 2,30대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

그들의 이용은 주로 웨이신(중국판 카톡), 소설 읽기(피처폰으로 책 읽는 사람도 많더라), sns(웨이보나 런런 같은) 그리고 게임이다. 아직은 중국 로컬 게임이 인기지만 한국 회사들을 포함한 전 세계 게임회사들이 모조리 중국으로 들어가서 (열릴지 모르겠으나) 현재 열심히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나도  그중 하나...

4.
무척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음에도 가족에 대한 공동체는 도리어 한국보다 강해 보인다.

적어도 가족 중에 누군가 성공을 하면 다 모여서 함께 일을 한다. 일명 빨대 꽂기... 규모가 작은 회사의 주요 보직은 대부분 다 일가 중심으로 이뤄진다. 한국에는 그 관습에 많이  불편해하는데 여기는 꽤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편이다. 가족이 아니면 아예 은행계좌를 맡기지를 않는 거다.

가족 다음으로 믿는 사람은 고향사람이다. 내 지역 사람을 믿는 셈이다. 자신들만의 사투리 그리고 동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저장성 온주 사람들인데 현재 중국 부동산계의 거부로 자리 잡은 이들은 철저하게 해당 지역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환해서 자본을 움직여서 중국의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이 이야기는 꽤나 길고 흥미로운 이야기인지라 나중에 별도로 포스팅을 할 예정. 그들이 어떻게 중국의 부동산 거물이 되었는지 말이다.

주말에 공원에 나가 보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노인들을 산책시키는 가족들이 꽤 많다. 휠체어 같은 거 가지고 와서 끌고 다니기도 하고, 혹은 부축해서 함께 운동을 한다. 한국에서는 요양원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여기는 꽤 흔하게 보는 풍경이다. 그 정도로 노인을 꽤나 대우한다.  

5.
지하철에서 자리양보는 한국과 비교해서 월등하게 좋다.

자리에 대한 집착은 매우 강해 여기도 체면불구하고 자리가 나면 뛰어가기도 하고 도저히 끼어안기 힘든 좁은 공간에도 비집고 들어가기도 하지만 대신 임산부나 노인에게 자리양보를 꽤 잘하는 편이다.

최근에 내가 한국에 들어가 보면 버스나 지하철에서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있더라. 누가 앞에 와도 신경을 안 쓰는 것인지 안 쓰는 척 하는 것인지 여하튼 자리 양보하는 모습을 거의 못 보았다. 물론 여기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만 누군가 자기가 양보해야 할 사람이 보이면 바로 양보를 한다. 이것도 꽤 신선한 모습이었다.

6.
한 가구 한 자녀다 보니 애를 무척 좋아한다. 그렇다고 함부로 한국의 노인들처럼 애를 만지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냥 쳐다보고 웃거나 몇 살이냐고 물어보곤 한다. 과자나 선물 같은 것도 잘 준다.


지하철 구걸은 여기도 한국처럼 있는데... (여기도 앵벌이 일 것이다) 애를 업고 가면서 구걸하는 아줌마의 경우 월등하게 수익이 높다. 애에 대한 연민이 놀라울 정도로 지갑을 쉽게 열더라. 그러다 보니 시골에서 애를 앵벌이용으로 납치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괴담 수준의 이야기지만 외국인 아이들도 그래서 납치가 되니 조심해라.. 머 이런 이야기가 꽤 많은 편이다.

7.
체감상 흡연율은 한국보다 월등하게 높고 음주율은 한국보다 월등하게 낮은 것 같다.

흡연문화에 대한 정착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여전히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기도 한다. 흡연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 부분이 가장 괴로울 것이고 흡연자들에게는 그냥 이곳이 천국이다.

담배의 경우 한국보다 월등하게 독하다. 15 타르 이하의 담배는 거의 없다. 정말 해비 스모커는 25~30 타르 담배를 피우더라. 이전에 중국 직원들에게 한국 담배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한 모금 빨더니 이게 담배냐고 웃었다.

담배의 종류가 무지하게 많아 한 개피에 (한국돈으로) 2만 원이 넘는 고급담배부터 2원짜리 담배까지 다양하다. 난 비흡연자라 그 차이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

음주의 경우 독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백주(내가 가장 좋아한다), 중간단계는 황주나 홍주를 마시나 일반적으로는 맥주를 좋아한다. 그 유명한 칭다오부터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일본 맥주까지 다 들어와 있다. 한국보다 매우 싸고 퀄리티가 좋다. 특이한 것은 병 단위로 시키지 않고 꼭 짝단위로 시켜서 먹는다. 이것도 재밌는 풍경이다.

유흥가에서 술 먹고 깽판 치는 대담한 행동을 하는 일은 한국에 비해 아주 적다.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다. 반면 한국인들은 여전히 술 마시고 깽판 치는 사람이 제법 있다. ;;

8.
더치페이가 보편적이다.

한번  초대받으면 한번 초대한다. 어떤 그룹에서 누군가 얻어 먹기만 하는 얌체행동을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한다면 바로 그 그룹에서  아웃당한다. 이건 초등학교에서 애들끼리 과자를 사 먹는  과정에서부터 나오는 현상이다.

9.
식사초대를 받으면 적당히 먹다가 남겨야 한다.

우리는 음식이 아까워서 열심히 접시를 비우는데 그러면 주인의 체면이 손상이 된다. 먹다가 남길 때까지 음식을 주문한다. 그러니 우리식으로 억지로 먹으면 저쪽에서도 끝까지 시킬 거다. 내가 몇 번 겪은 에피소드이다.

아, 그리고 남은 음식은 반드시 싸 가지고 간다. 우리는 체면 때문에 혹은 저것을 어떻게 집에 가서 먹을까 하는데 꼼꼼하게 싸 가지고 가서 집에 가서 또 먹는다. 즉 이들에게는 외식이나 초대는 꽤나 체면을 위해 무리를 하는 것이지만 남은 것은 주변 의식하지 않고 챙겨가서 아껴 먹는 거다. 나는 이것을 중국인들의 합리적인 체면문화라고 생각한다.

10.
꽌시라는 것이 확실히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하건 꽌시가 있으면 쉽게 간다. 회사건 비즈니스건 관공서건 말이다. 그런데 그 꽌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외국인의 경우 쉽지 않다.

이 꽌시가 한국식 연줄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살다 보니 꽤 다른 것 같다. 한국식 연줄은 끈이 떨어지면 나 몰라라 하는데 이곳의 꽌시는 힘들어져도 끝까지 챙겨 준다. 대신 꽌시를 깨는 행동에 대해서는 꽤나 단호한 대처를 한다. (어떤 대처인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밥 먹고 술 마시는 사이가 꽌시가 아니다. 아주 오랜기간 동안  관찰받고 이 사람이 자신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 판단이 서면 꽌시가 형성된다. 한국인들은  초대받아 술 몇 번 마시면 그게 꽌시라고 착각을 하는데 그건 단연코 아니다.

11.
조경과 조명 그리고 실내 인테리어에 꽤나 집착한다.

튼튼한 자제, 안전성, 소음..... 이런 것은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실제 내가 집을 구하러 상당히 많은 아파트들을 보러 다녔는데 꽤 고급 아파트에도 그럴싸한 겉모습에 비해 내부가 엉망인 것을 많이 보았다.

반면 매년 봄이 오면 아파트 전체가 시끄러울 정도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집들이 많다. 그들이야 주변에서 불편함을 겪는 것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니 일상의 모습이지만 외국인인 우리는 아주 괴롭다.

무조건 밝은 것을 선호하는 우리들과 달리 은은하고 다양한 조명이 많다. 물론 우리 가족은 입주하면 조명부터 모조리 형광등으로 다 바꾼다. 아, 중국 조명 이상해...

12.
운전습관은 매우 안 좋다.
과속운전, 난폭, 신호위반 등이 매우 많다.

여기도 계획도시가 아닌지라 주거에 비해 도로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 점점 교통이 지옥이 되어 간다.
여기에 대중교통수단이 아닌 헤이처(불법 자동차 운행)나 오토바이도 많고 심지어 삼륜차나 개인이 운행하는 전동차, 자전까지 도로가 아수라장인지라 심각한 수준이다.

그나마 상해의 경우에는 최근 엄격한 단속을 하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다.

13.
이익에 충실하고 합리적이다. 체면을 중시 여기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체면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이다. (내가 보기엔 한국인들이 합리적이지 않은 체면에 아직도 목을 메는 것 같다)

성급하지 않고 인내심이 강하며 속내를 표현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직선적인 이야기는 싫어하고 돌려서  이야기해야 한다.

공공질서 따위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고 내 것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노인과 아이는 챙겨준다. 가까워지기는 쉽지 않은데 가까워지면 꽤 오래간다. 표면적인  것보다 실질적인 것을 숭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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