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남녀관계
1.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한중일 3개국에서 가장 가부장적인 스타일이 한국남자이고 가장 기가 센 여성이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의 여성들은 단순히 기가 센 것을 떠나 남여관계에 있어 반드시 주도권을 가져가고자 하는 모습이 강한 편이다. 이것도 남방과 북방이 조금 차이가 있는데 남방여성의 경우 거의 100%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남녀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간다.
데이트를 하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혼나는 모습은 꽤 자주 목격되는 일이다. 혹은 남자가 여자 화장실 앞에서 가방을 들고 기다리거나 혹은 둘이 걸어가도 남자가 여자의 가방을 들어주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풍경은 요즘 한국에서도 젊은층에 자주 보이는 모습인 것 같기는 하다. 초식남이라는 말이 그래서 유행하는 걸까?)
2.
맞벌이 부부가 있다. 과연 집안 일을 누가 할까? 한국의 경우라면 함께 하던가 아니면 그래도 여자가 조금 더 많이 하는 편일텐데 중국의 경우 부모님이 해 주거나 가정부를 쓰지 않는 이상 대부분 남자가 한다. 내가 최근 10년간 알게 된 2~30대 여성중에서 밥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딱 한 명 있었다. 남자의 경우 절반이상이 밥을 할 줄 알 뿐 아니라 실제 부인이나 여친을 위해 식사를 차려주곤 한다.
가끔 (중국인) 직원들이나 지인들을 집에 초청해서 식사를 하는데 내 아내가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것에 모두들 깜짝 놀란다.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가 히트한 이후 중국남성들은 대발이 아빠와 같은 카리스마 가장을 부러워 했고, 대장금이 히트한 이후에는 한국여성들은 모두가 요리를 잘 하는 것으로 이해를 해서 한국여성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 했다.
3.
그 배경은 원래 기가 센 편인 여성들에다가 사회주의 시절 남녀 차별 없이 똑같이 일을 하는 것이 국가 생산력에 도움이 된다는 정책이 있었기에 똑같이 일을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실제 시골 지역에서는 노가다판에서 여자가 똑같이 등짐을 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물론 받는 일당도 똑같다.
동일하게 (노동) 일을 하는 가운데 주도권이 여성에게 있다 보니 집안 살림을 남자가 하는 것이 사회적 현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보통 가계의 경제권도 여자가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다.
4.
남녀 간의 동거가 매우 흔한 편이다. 한국도 요즘 그런 것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적어도 내가 보는 모습에서 이곳에서의 청춘남녀는 사귀면 꽤 빠른 시간 안에 동거에 들어가는 편이다. 그 이유는 주택 월세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면 사귀면 바로 동거에 들어가는데 이는 월세에 대한 부담이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지방으로 대학을 간 애들끼리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5.
이렇게 동거를 하다가 결혼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로 치면 혼인신고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족 간에 모여서 식사 한번 하는 거다. 그 이유는 역시 혼인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결혼식 자체에 목을 메는 경우가 많아졌다. 야외 촬영도 하고 신혼여행도 가고 결혼식도 올리는 부부가 늘어났다. 부모가 여유가 있던가 혹은 빚을 내서라도 한다. 그건 한국 드라마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덕분에 한국식 웨딩컨설팅이 요즘 상해에서 붐이다. 몇 년전 김태영-채시라 부부의 웨딩 컨설팅 회사도 상해에 들어와서 꽤 성업 중이라 들었다.
6.
아이는 한 가구 한 자녀가 대부분이다. 거의 법제화되었다가 최근에 법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둘째 애부터 호적에 올리려면 만 위안을 내야 했다. 그건 꽤나 부담스러운 액수이기에 그래서 시골에는 지금도 호적이 없는 여자애들이 많다.
요즘 법이 바뀌었음에도 부부가 애를 둘 낳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부모세대 영향도 있고 한국도 그러하듯 애를 키우는 것이 여러모로 팍팍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2~40대 부부 중에 애를 둘 가진 부부는 아직 한 명도 못 보았다.
7.
우리는 x세대, IMF 세대, 386, 7080 이런 표현을 쓰는데 중국에서는 그냥 70년대 세대, 80년대 세대, 90년대 세대라고 표현한다. 우리의 88만원 세대와 같은 비운의 세대를 가리키는 표현이 80년대 세대를 주로 이야기한다. 빠링후라고 하는데 이 세대가 취직도 힘들고, 월급은 적고, 물가는 확 올라 집도 못 얻고, 결혼도 힘든 세대를 대표하는 비운의 아이콘이 되었다. 가끔 이 빠링후 중에서 성공한 벤처기업가가 나오는데 중국 언론은 주로 이런 친구들을 집중적으로 부각한다. 당연 정치적 이유가 포함된 거다.
재밌는 것은 이 80년대 세대가 근래 사회 생활을 시작한 90년대 세대에 대해 '대단히 싹수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세대차이가 존재하나 보다.
8.
대부분의 가사일이 남성의 몫인데 반해 육아만큼은 아직도 여성의 몫인 것 같다.
9.
경제적 가치를 매우 중요시 여기기에 중국의 미혼여성들은 상대가 능력만 있으면 기혼자라도 교재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온몸을 날린다. 중국으로 파견 나온 한국의 기혼남자들이 여기에 상당히 많이 넘어갔다. 보통 기혼남자와 미혼여성이 불륜을 하다가 걸리면 한국에서는 본처가 불륜 대상인 미혼여성의 머리끄덩이를 잡는데 여기는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떳떳하다. 일단 남자가 유혹에 넘어가면 온 가족이 나서서 끝내 이혼을 시키고야 만다. 기혼자인데 남자 혼자 파견 나가는 경우 조심해야 할 듯.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세 번째 부인도 평범한 중국 남방 여자였다. 대단한 여자인 것이 첫 번째 결혼을 자신의 교육을 지원해 준 미국인 부부가 있었는데 그 남편을 꼬셔서 한 것이었고 두 번째가 머독이었다. 그게 어찌 보면 중국 남방 여성의 롤모델인 것 같기도 하다.
마오쩌뚱의 부인이자 정치적 동지이자 '문화 대혁명'을 주도했던 장칭도 어린 나이에 여러 남자와 결혼과 동거를 반복했었다. 물론 마오 주석과 재혼한 이후로는 일체 그 뒷바라지만 했지만 말이다.
10.
남성의 경우 흡연율은 한국보다 월등하게 높고 여성의 흡연율은 한국보다 (체감상) 낮은 것 같다. 음주의 경우는 남녀 공히 한국보다는 덜 하는 것 같다. 여자가 음주를 하는 것도 그러고 보니 별로 못 보았다. 우리나라 7~80년대처럼 여자가 담배를 피우거나 음주를 하는 것을 터부시 여기는 것인지 그냥 안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운전도 여성 운전자가 한국에 비해 적은 편이다.
11.
대신 중국 여성의 장점은 생활력이 매우 강한 것 같다. 남편이 돈을 못 벌면 대신 벌어오는 것에 주저치 않는다. 남편의 생활력이 떨어지면 구박은 하더라도 먹여는 살린다. 그리고 남자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 살아야 한다는 자립심이 좀 더 강한 것 같다.
이런 기질적 차이 탓에 개인적 생각으로 (가부장적인) 한국 남자와 (기가 센) 중국 여자가 결혼하는 것이 그리 궁합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도리어 괜찮을 것 같다. 중국 남성은 기본적으로 여자를 떠 받들고 사는 것에 익숙한 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