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두일 Oct 15. 2015

천마시공, 아워팜에 인수되다

오피니언 (2015. 2. 16)

1.

네오플이 넥슨에게 인수된 것은 큰 사건이었다. 투자와 인수중심의 전략적 방향으로 굳히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결과중심으로 생각하는 요즘의 가치를 볼 때 '그 당시 넥슨의 모험은 대단히 성공적이야' 라고 평가하지만 사실 내가 그 당시 가장 관심있게 보았던 것은 원래 NHN이 네오플의 2대 주주였고(40%로 기억한다) 인수의향이 있었고 실제 논의단계에 있었으나 후발로 뛰어든 넥슨이 엄청난 밸류베팅으로 인수에 성공한 대목이었다. 이 결과를 놓고 많은 사람들의 하마평과 설왕설래가 있었다. 허민대표가 절묘하게 두 거인을 잘 비딩시켰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넥슨이 (상도의를 무시하고) 딜을 성사시킨 것이 대단하지만 너무했다는 말도 있었고 그냥 넋놓고 있다가 빼앗긴 NHN이 어리석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어째든 결과는 NHN은 여러모로 유리했으나 시젯말로 새 된 것이고, 허민대표는 개인적으로 해피해졌고 대한민국 야구발전에도 살짝 공헌했으며, 넥슨은 지금의 모습이 될 수 있었다. 한쪽은 손해를 보았고, 양쪽은 행복해졌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만약에 NHN이 네오플을 인수했다면 그리고 지금처럼 던파가 견인했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게임판도는 참 많이 변해있었을지도 모르겠다.


2.
상기와 비슷한 일이 중국에서 빵 터졌다.

http://tech.sina.com.cn/i/2015-02-15/doc-iavxeafs1161281.shtml


기사로 링크를 했지만 중국어니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전민기적>의 개발사인 <천마시공>이라는 회사가 DURPALM이라는 회사에 18억 위안(약 3,200억원)으로 인수가 된 거다. 많은 사람의 <전민기적>의 개발사로 알고 있는 킹넷은 퍼블리셔이다. 물론 천마시공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킹넷은 천마가 어려울 때 돈도 주고 상당부분의 (그래픽, 기획, BM 설계 등) 개발도 지원해 주었으며 결정적으로 뮤 IP도 계약해 주었다. 한 마디로 킹넷이 없었다면 그냥 망했을 회사이다 내가 대부분 관여했던 일이라 이 부분은 정확한 팩트다. 그리고 <전민기적>은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배고픈 개발사에서 성공한 신데렐라가 된 천마는 돈에 팔려갔다. 머, 기사에도 언급된 내용이니 굳이 숨길 이유가 없지만 NHN, 넥슨, 허민대표처럼 이 딜도 두 개의 회사와 한명의 사람이 결정적으로 관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한 명의 사람은 천마쪽 사람이 아니라 킹넷쪽 인사였으니..ㅎ 

참고로 천마를 인수한 OURPALM이라는 회사는 퍼블리셔인데 머니게임쪽 달인이다...이미 시총이 225억위안을 넘었다. 당분간 쭉쭉 오를거다. 중국 주식 하시는 분들 참조하세요..


3.
자본의 생리는 냉정하고 돈은 귀신도 버리고 배고플때 아무리 친했던 관계도 성공하고 나서 돈 때문에 틀어지는 케이스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돈은 누구나 좋아하기에 욕심을 부릴 수도 있고 그런 욕망을 노출하는 것을 과거에는 천박하다 여겼으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용인되어감을 느낀다. 우아함과 고상함은 경제적 안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자주 느꼈기 때문이다.


4.
그래도 이 케이스는 좀 심한 것 같다. 작정하고 작전을 짠거다. 물론 <전민기적>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하에 짠 작전이기는 하나 만약 <전민기적>이 실패했다면 모든 리스크는 킹넷이 떠 안는 거였고 성공을 하니 그 과실의 상당부분이 배후조정자들에게 가는 케이스 아닌가?


정확하게 언급하기는 곤란하나 내가 IP계약등을 진행하면서 '굳이 이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고민했던 부분의 의문점이 다 해소가 되었다. 상상 직전 배를 갈아타는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애초에 목표가 따로 있었던거다... 또 한 수 배웠다. 무시무시한 자본의 세계를...


5.
물론 <전민기적>의 글로벌판권은 킹넷의 소유다. 한국에다가는 웹젠에 넘겼다. (웹젠은 정말 행운의 회사라고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다. 어마어마한 행운의 회사...)


상당부분 협업을 하는 개발사와 퍼블리셔 입장에서 그리고 지금도 매출이 쏟아지는 입장에서 (대부분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회사의 주인이 바뀌게 된 것을 이해했을 때 지금같은 돈독한 협업이 잘 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는 연예인과 기획사의 관계 같아 뜨기전과 뜬 후가 전혀 다르기에 작금의 상황의 주도권은 천마와 천마의 새 주인에게 간 것이 객관적인 상황이 아닐까 싶다.


6.
끝으로 난 돈이 아무리 좋아도 이 정도 까지는 못하겠다. 영혼을 팔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작전과 실행력에 감탄을 하지만 공감하기는 더더욱 힘들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 “잘키운 IP 하나 열 게임 안부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