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타는 25주차 임산부

by 둘민

그토록 하고 싶었던 폴댄스 복귀를 앞두고, 나는 나의 정신 및 신체 건강을 위해 스스로와의 약속을 몇 가지 했다.


이전과 달라진 나의 컨디션을 인정하기

주 3회 정도 가던 폴댄스와 각종 근력 운동을 약 2달간 쉬며, 그리고 임신 그 자체만으로 내 기초 체력은 이전의 30% 수준이 되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무리를 한다면, 아무리 낮은 높이에서 동작을 하더라도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실시간 컨디션을 기민하게 인지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임신 이후 크게 달라진 체형(체중 증가, 흉통 넓어짐 등)으로, 이전에 편하게 들어가던 M 사이즈의 상하의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체중 강박이 어느정도 있던 임신 전이라면 이는 스트레스의 상황이겠지만, 지금은 임신으로 인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기

취미반 수업을 다니다 보면 이전에 함께 고급반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이 수업을 듣는 것을 보게 되는 상황이 종종 있다. 멀찍이서 친구들이 화려한 트릭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부러운 마음이 들곤 했는데, 이 마음은 종종 내 현재 상황에 대한 아쉬움으로까지 번져갔다. 이럴 때 마다 '현재 내 상황은 내 영원한 모습이 아니다! 내가 중시하는 가치를 위해 거쳐가는 일시적인 과정이다!' 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하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해낸다'가 아닌,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

고급반에서는 내 신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마냥,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때 까지 몸을 찢고, 견디고, 버티는게 일상이었다. 어려운 트릭을 조금이라도 이상적인 모양으로 완성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지금은 몸의 근육들에 최소한의 기름칠을 하며 '개운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하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동작간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거나 동작의 가동범위가 이 전의 반 수준이라도, '그것이라도 한게 어딘가?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했다!' 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기로 했다.



폴을 다시 타기 시작하며, 일상 전반에 활력이 생겼다.

주어진 의무나 특정한 일상 루틴이 없는 내 일상은 자칫 무기력과 우울의 소용돌이에 빠지기 쉬웠다.

그러나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꾸준히 하나의 일정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계속 움직일 힘을 주었고,


비록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 날의 동작을 어찌저찌 완성하는 것은
잊고 있던 성취감과 활력을 불어주었다.



그러나 예상했듯 달라진 몸 상태로 아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래 목표는 30주차까지 하는 것이었으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조금 더 일찍 중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워밍업 할 때 가끔 배가 뭉쳐서, 수시로 쉬어줘야 함 ❗️한 주 한 주 몸이 무거워지는데, 근력은 슬슬 줄고 있어 체력적으로 버거움 ❗️후굴, 전굴 등에 무리가 가거나, 복압을 뽝! 줘야하는 동작에서 풀파워를 쓰지 못해서 오히려 더 위험함 ❗️XL로 몽땅 산 폴웨어도 슬슬 작아지고 있음 (특히 하의). 피가 잘 안통해서 배가 더 잘 뭉치는 것 같기도 함. 임산부 전용 특대형 폴웨어 개발해주실 분…? ❗️강사님들께 죄송함...우리 학원 강사님들은 다들 배려심이 깊으셔서 늘 나의 컨디션을 체크해주시고, 배가 폴에 닿거나 끼는 동작은 다른 동작으로 교체해주심. 그러나 단체 수업인데 나만을 위해 이렇게 신경써주시는게 본의아니게 민폐를 끼치는 느낌이 듦ㅠㅠ ❗️이건 이슈라기 보단 좀 웃긴건데.. 워밍업 빡세게 하고 나면 태동이 우두두두두 느껴짐ㅋㅋㅋㅋ울 아가 놀랐니...?


아기를 건강하게 잘 낳고, 몸 회복에 힘 쓴 후 다시 예전처럼 폴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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