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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Jul 19. 2024

[자기계발] 실패 예찬

| 실패에 대한 철학적 통찰

처음 제목을 볼 때 양가 감정을 느꼈다. 실패해도 관찮아, 라는 위로와 굳이 실패를 예찬까지 하며 독려해야해, 라는 생각이었다. 가만히 숨만 쉬어도 빨리, 열심히, 멈추지 말고 포기는 꿈도 꾸지 말라며 전진만 해야 살아 남는다고 등을 떠미는 것 같은 시대에서 그래 열심히 했으면 됐지 충분해 다시 기회가 있어 같은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쯤은 나도 아는데 그게 쉽지 않아서 후자처럼 예찬까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에 방점이 찍혔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다.



저자 코스티카 브아다탄은 미국 텍사스공과대학교 인문학 교수이자 호주 퀸즐랜드 철학과 명예연구 교수이면서 미국과 호주를 비롯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시아의 여러 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신념을 위해 죽다> 등 12권 이상의 도서를 집필하고 <뉴욕타임즈> 등의 신문사에 칼럼을 기고한다.


보통의 판형보다 더 거대하고 쪽수도 엄청난 이 책이 인간의 실존에 관한 철학 책이라는 게 그가 프롤로그에서 말한, 아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했댔지? 어쨌든 ‘두 암흑의 영원 사이로 잠깐 새어 나오는 빛’이라는 ‘반짝’한 후 끝도 없이 빠져드는 무의 의식처럼 아득해진다. 덮어? 말어?


역사를 통틀어 발전은 성공이 이끈 것이 아니고 실패를 통해 겸손할 줄 알았던 인류가 있었기 때문이며 실패가 촉발하는 치유의 과정이라고 주장하는데 충분히 공감된다. 한데 번역의 문제인가 아니면 사무엘 베케트 풍의 책이라서 그런가 알 수는 없지만 내용이 분절적이고 딱딱해서 읽기 쉽지 않다.


단순하게 살기 팍팍한 시대에 하소연스러운 실패에 대한 응원 정도의 수준을 예상했었던 터라 이 책의 개인적으로 심오한 철학적 사유를 감당할 만큼의 깜냥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인내하고 읽다 보면 실패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신적 정치적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반짝하는 깨달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우리 삶 안에 생생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와 가깝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되도록이면 그를 피하려 한다. 그의 상황이 전염성 있어 보여서이고, 그의 곤경이 우리에게 전염되는 것을 신이 금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 그를 필요로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그와 다르다고 스스로를 규정할 때만 그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그가 아니다." 206쪽, 위너와 루저


특히 ‘루저’에 관한 이 문장에 소름이 돋았다. 어쩜 이렇게 자신 스스로 루저와 다르다는 인식의 틀을 직설적으로 짚어 내는지 놀랍다. 솔직히 다들 나는 루저가 아니길 바라지 않는가. 한데 저자는 이런 루저의 개념을 궁극적으로 사회적 실패에 놓고 그런 사회가 만들어 놓은 유형을 지적하면서, "실패는 실패하는 사람이 아니다" 라며 오늘날 루저의 의미를 재정의 한다.


209쪽, 위너와 루저


이 책은 저자가 사상가와 학자들의 사유를 총 4개의 장을 통해 ‘실패’에 대한 철학적 함의를 소개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패는 당연한 본질이고 그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주 어렵고 많은 인내를 필요로 했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실패에 대해 매몰되지 않는 힘을 얻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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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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