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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무려 1세기 동안 찍었던 사진 분량과, 오늘 하루 지구에서 인간들이 찍은 셀피 분량이 맞먹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 셔터로 양산하는 사진은 더이상 숫자로 아무 의미가 없단 거다. 게다가 연사로 눌러대는 복제판 사진들과 프린트로 원하는 만큼 뽑을 수 있으니, '사진'은 그냥 사진일 뿐이다.
그러나 폴라로이드는 그때나 지금이나 오직 한장이다. 영화 접속의 대사에서도 강조했듯, 흐릿하게 딱 한장으로 간직되는 순간을 남겨준다. 심지어 이 순간을 누가 가질 것인지 눈치싸움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보다 윗길인 것이 바로 '유통기한이 지난 폴라로이드 필름'이다.
상해버린 필름 속 현상액이 나름 마지막 생을 불태우기라도 하듯이 남겨놓는 이 아트를 보라지.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 피사체, 촬영자인 나는 정확히 무엇인지 기억할 수 있고, 미처 컬러로 환생하지 못하고 오렌지톤으로 생을 마감한 한 장의 사진은, 가히 압권이다. 이 모양새는 필름의 첫장과 마지막 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지글지글 자국을 남긴 사진과 유사하기도 하다.
요즘처럼 고가의 귀한 몸이 된 폴라로이드 필름을 상할 때까지 뒀다 쓰는 건 반칙이지만, 가끔 까먹고 놓친 유통기한 만료된 폴라로이드 필름은 그냥 버리지 않고, 이렇게 찍어주는 것이 국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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