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준 | 가죽공예가
김세준 | 가죽공예가
성북동 어느 골목 주택 사이로 예쁜 입구가 하나 보인다. 안에서 노란 불빛이 흘러나오니 영락없는 그림형제 동화책에 나오는 집이다. 들어서자마자 가죽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이곳은 가죽공예가 김세준의 작업실. 한켠에는 가죽을 재료로 재탄생시킨 아기자기한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한켠에는 갖가지 컬러와 재질의 가죽들이 돌돌 말려 쌓아져 있다.
그리고 작업에 여념이 없는 그는, 여러 가지 도구를 써서 묵묵히 손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기계로 펑펑 손쉽게 찍어내는 대량생산이 아닌, 오로지 손으로 모든 과정을 온전하게 거치는 핸드메이드의 현장이다. 가죽을 재단하고, 바늘로 한땀한땀 꿰매어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은, 완성에 이르는 길이 엄청 길고 험난하다. 이는 그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어김없이 행해온 과정이기도 하다. 수없이 손을 찔리고 곳곳에 상처가 남아도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하는 그만의 수행이랄까.
까칠한 박찬욱 감독도 이곳에서 그의 카메라에 멋진 가죽옷을 입혔고, 유명 카메라 광고와 영화, 그외 다수의 미디어를 통해 그의 탐진 가죽 작품이 은근하게 입소문으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올드하고 클래식한 것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주문이 들어올 정도니 이제 대놓고 유명세라고 해도 되겠다.
가죽을 다루는 일, 쉽지 않을 듯한데 이렇게 한결같이 핸드메이드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가감없이 김치전골 같은 것이라 한다. 덧붙이는 그의 말인즉슨. 김치의 재료인 배추가 얼마나 신선한지 좋은 산지에서 온 것인지, 또 국물 맛을 내는 육수도 얼마나 제대로 잘 끓여진 것인지, 또 그 김치가 얼마나 잘 숙성되었는지에 따라 김치전골의 맛이 결정되듯이, 가죽 또한 얼마나 좋은 원피를 가지고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변화를 주느냐에 따라 가죽의 참맛이 나온단다.
또한 그 긴 모든 과정을 감수해야 맛볼 수 있는 것이라 한다. 가죽의 맛과 음식의 맛을 제대로 즐기는구나 싶을 때, 성북동 터줏대감으로 자칭하며 곳곳에 숨겨진 성북동의 명소를 알려주겠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오래되고 진국인 곳들이 펼쳐질 '성북동의 맛집멋집'이 괜히 더 기대된다. 바느질 하는 남자, 김세준이 펼치는 성북동 pickat 세상, 같이 떠나가 보자.
김세준의 추천 맛집
두에꼬제 |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60 | 02-747-1405
가죽 원재료를 구하기 위해 가끔 이태리 출장을 다니면서 피자와 파스타의 참맛을 배운 그가, 서울에서 유사한 맛을 찾아냈단다. 그곳이 바로 두에꼬제. 피자도 화덕에서 구워내 바싹하고 특이한 질감의 도우를 즐길 수 있고, 파스타 또한 삶은 정도가 중요한데 꼬들꼬들함이 거의 이태리의 맛과 흡사하단다. 찍어내듯이 만든 것이 아닌,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 들인 것을 꼽는 것을 보니, 그는 천상 가죽쟁이인 듯하다. 우리도 덩달아 이태리의 맛을 훔치러 두에꼬제로 한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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