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 문화예술을 즐겨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르떼arte' 웹진 | 칼럼

by 정윤희
©Jeong Youn Hee

다섯가지 코드로 살펴보는 평생문화예술


우아하고 세련된 옷차림의 남녀 한쌍, 분위기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할 듯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참 근사하다. 이들이 즐기는 취미를 살짝 엿보면, VIP석에서 즐기는 수입 뮤지컬 한편을 즐기고 고급 갤러리에서 외국작가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던 그것이지만, 어쩐지 상자 속에 갇힌 듯이 답답하고 조금은 고루한 문화예술이다. 헐렁한 힙합 스타일의 복장의 젊은 남녀 한쌍, 리드미컬한 몸동작이지만 어색하지 않고 스스로 즐거워보인다. 이들의 취미는 그저 자신들에게 허용되는 공간만 있다면 음악을 틀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입으로는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발산한다. 누군나 한번쯤 탐냈던 자유지만, 굳어진 생각과 몸으로는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문화예술이다.


그렇다, 우리에게 문화예술은 저멀리 뜬구름을 잡는 것만큼 거리감이 있는 것이거나 나와는 동떨어진 그 무엇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짙다. 고작해야 영화와 연극을 몇편 보는 일, 인기있는 가수들의 콘서트 한번 가는 일이 전부일 터, 그러나 문화예술은 저멀리 뜬구름도 아니요 잡으려하면 사라지는 오아시스도 아니다. 어쩌면 이미 문화예술은 당신의 생활 속 일부분이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즐기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영국의 사회보장제도 슬로건이었던 ‘요람에서 무덤까지’처럼, 문화예술은 평생동안 자연스럽게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즐기고 마음까지 동화되게 하는 일상이어야 한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던지 항상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이야말로, 우리가 평생 누려야 할 특권인 것이다. 이제 다섯 가지 코드를 통해, 당신의 문화예술을 평생동안 업그레이드 시켜보자.



대중과 눈높이를 맞춰라. 마을에서 열리는 화려한 축제에 한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더 많은 것을 보려주려는 엄마의 욕심이 앞선 까닭인지, 아이는 그저 징징거리며 보채기만했다. 그때 아이를 나무랄 요량으로 앉아 아이와 눈을 맞추고 보니, 아이의 시선에서는 숱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손목과 엉덩이가 전부였단다. 자신의 눈높이로만 판단했던 엄마는 그제서야 아이를 번쩍 안아올렸고, 아이는 환한 얼굴이 되어 축제를 제대로 즐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게 눈높이를 맞춰주는 것은 함께 즐기고자 하는 첫 번째 마음가짐이다. 문화예술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모두들 턱없이 높이 있는, 나와는 별개의 고급 문화라고 여기지만, 지금 문화예술은 대중의 시선 앞으로 다가와 눈맞추기를 하는 중이다. 혹자는 소수만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이 진정한 것이라는 편협함을 논하면서, 대중과 나란히 하는 문화예술은 자칫 저급하거나 문화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반대다. 문화예술은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다수의 팬을 확보하는 것이고, 더불어 한걸음 한걸음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어느 누구나 공평하게 문화예술을 접하게 되는 기회는, 우리의 일상 그 자체가 문화가 되고 예술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느 누구나와 눈높이를 맞추는 문화예술, 그것이 바로 국민의 에너지가 된다.


©Jeong Youn Hee


다양한 컨텐츠,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우리의 고지식한 고정관념에서 생각하는 문화예술은 무용, 음악, 연극, 미술 등 몇 개의 카테고리에 한정되어 있다. 저 산너머 있다고 여기는 문화예술 자체를 생활의 발견 속에서 숨은그림 찾듯이 자연스럽게 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컨텐츠와 넘치는 아이템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최근 일반인들의 문화 입맛도 고급화되고 까다로워지면서, 문화예술은 더욱 세분화되고 그 콘텐츠의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도심 속 콘크리트 아파트 벽에 화려한 미술이라는 옷을 입혀 생동감 넘치는 집을 만들거나 홍대 앞 거리 곳곳에 그려진 그래피티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신명나는 두드림으로 전국 투어는 물론 전세계의 주목을 끈 난타, 그 어느 나라보다 맹활약을 벌이는 비보이들의 공연, 국악과 비보이를 접목시킨 광고 한편의 감동, 청계천 산책에서 만나는 미술작품과 건축물, 커피 한잔과 함께 즐기는 사진전시회 등 이제 문화예술 뷔페에서 수백가지의 컨텐츠를 골라먹는 재미까지 생겨나니 진정한 문화예술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게다가 아이디어 넘치는 컨텐츠일수록, 그 진화능력이 뛰어나 장르와 장르가 접목된 퓨전스타일의 문화예술까지 포함하면, 그 컨텐츠의 파워는 엄청날 것이다.


문화특별구역을 인테리어하라. 현대미술의 집합체인 파리의 퐁피두 센터, 장벽을 전시해 역사를 문화로 승화시킨 베를린의 포츠담 광장, 전세계 공연 문화의 메카로 통하는 뉴욕의 브로드웨이 거리 등 각 나라마다 이렇게 지역별로 역사와 전통, 또는 그 배경에 어울리는 문화타이틀을 달고 도시를 디자인한다. 이런 장소들은 그 나라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일뿐더라, 외국 관광객들까지 빠뜨리지 않고 들르는 문화특별구역으로 자리잡았다. 생활 전반에 걸친 자연스런 문화예술을 기점으로, 이렇게 도시나 지역이 지닌 특색을 잘 살려 문화특별구역으로 잘 꾸며 보존하는 것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는 대안문화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자리를 잡아, 해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일반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었다. 과거에는 대학로와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에 국한됐던 공연장 또한, 광진 나루아트센터, 성남 아트센터, 일산 고양누리 등 각 지역마다 새로운 문화구역을 선보임으로써 일반인들의 문화예술 친밀도는 훨씬 깊어가고 있다. 이제 문화특별구역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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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 Youn Hee


디지털×아날로그=문화예술. 모든 분야에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는 이 마당에, 문화예술이라고 디지털 폭풍을 피해가겠는가. 공연장에서 보고 즐기고 느끼는 것이 전부라고 여겼던 문화예술, 사실 우리가 접하는 상당수의 문화예술은 이렇게 아날로그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그 밑바닥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화예술 또한 디지털스럽게 서서히 변화하는 중이다. 지지직 잡음이 들려오는 턴테이블로 듣던 레코드판이, 지금은 손바닥만한 플레이어 속에서 수백곡 수만곡의 디지털 파일로 변신했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발레리나의 숱한 공연이, 지금은 땀과 노력으로 얼룩진 발레리나의 안쓰런 발 사진이 인터넷 속에서 돌고돌아 보는 이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전시회 장에 직접 가서 둘러봐야 할 작품들도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전시회로 이어지니, 지역이 멀어도 시간이 없어도 문화예술을 즐기는 일은 우리 손 안에 있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예술 뉴스 역시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으니, 이제 문화예술도 신나는 디지로그로 즐겨보자.


너도 나도 꾼이 되자. 꾼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 특히 즐기는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어느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일이 있다면 당신은 분명 그 분야의 꾼이 되는 것이다. 재능이나 끼를 타고난 사람이 아닐진대 어찌 꾼이 되겠는가, 혹은 전문 교육과정조차 밟지 않았는데 감히 꾼이라 할 수 있겠는가, 라는 물음이라면 저만치 집어던지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보자. 최근 UCC를 통해 자신의 숨겨진 끼를 발산하는 젊은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꾼이다. 팝송을 연주하는 가야금 연주자, 유명 기타리스트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한곡의 기타 명연주, 맹인소녀가 리듬을 타고 추는 감동댄스 등 우리 주변에는 이미 꾼들이 넘쳐흐른다. 이런 꾼들이 바로 스스로 문화예술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고, 인생과 삶 자체를 문화예술로 그려나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문화예술 리더가 되는 것이다.



이상 다섯 가지 코드를 통해 평생 동안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의 방법론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미래에 우리가 이루어나가야 할 과제가 아니라 이미 현재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은 이제 바로 당신 곁에 있서 손만 뻗으면 쉽게 닿을 수 있는 친구고, 먹고자고 살아가는 당신 일과 속 한 부분을 차지한다. 부디 거만하고 까칠한 문화예술이 아닌 소박하고 친절한 문화예술로, 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겨보자. 그리고 당신이 그 문화예술의 중심이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글 | 정윤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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