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의 꿈, 토요일은 밤이 좋아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nate' 사보 | 칼럼

by 정윤희
©Jeong Youn Hee

"준비하시고오오오 쏘세욧!"


주택복권의 화살은 아나운서의 외침에 일주일에 한번, 행운을 날렸다. 그리고 이제 그 화살은 로또라는 인생역전의 과녁을 향해 토요일 밤마다 돌진 중이다. 두사람 이상만 모이면 무조건 로또로 대화를 시작하고, 남녀노소 할것없이 회자되고 있는 로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로또의 화살에 표적이 되고 싶다면, 일단 로또부터 파헤쳐보자.


로또 6/45는 1-45까지의 숫자 중 원하는 번호를 6개를 골라, 당첨 번호를 맞추는 복권으로, 공식적인 확률은 810만분의 1이다. 구매자가 많을수록, 당첨자가 적을수록 당첨금 액수가 높아지고, 해당 당첨자가 없을 경우, 그 금액이 모두 이월되어 몇 주만 쌓여도 몇십 억 몇백 억으로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난다. 최고의 당첨 금액이 정해지지 않은, 이른바 속도가 정해지지 않은 아우토반 복권인 셈이다. 그러니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수밖에.


로또가 처음 판매된 것은 1971년 미국 뉴저지 주에서였다. 이를 시작으로 1980년대에는 캐나다를 비롯, 유럽과 아시아권으로도 이어져 현재까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작년 4월 미국에서 1등 3,900억 원(약 3억 2500달러)의 잭팟(Jackpot)이 터지고, 대만에서도 올초 1등 260억 원이 당첨되면서, 그야말로 전세계가 로또의 대박 화살에 과녁이 된 것이다.


이 로또복권을 사려면, 기존의 추첨식이나 즉석식 복권과는 다르게, 로또단말기가 설치된 편의점, 극장, 서점, 복권방, 국민은행 각 지점에서 OMR 카드에 원하는 번호를 표시하고 그 카드를 입력하면 된다.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기계식으로 운영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숫자를 고르며 게임하는 방식이라 과학적이고 그 재미 또한 쏠쏠하다.

어렵고 힘든 수능시험을 치를 때 빳빳한 OMR 카드에 답을 찍던(!) 실력으로 도전해 본다면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싶지만,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든 확률임을 감안한다면, 신중해져야 할 일이다.


©Jeong Youn Hee


오프라인의 로또는 버터플라이(Butterfly Effect) 효과로 온라인까지 들썩이는 중이다. 자신만의 다양한 당첨 정보를 주고받기에 네티즌들 또한 바쁘다. 로또 관련 동호회나 카페만도 200여개로, 비법전수에서 꿈풀이, 성공사례까지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로또 덕분에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한다. 역술을 통해 6개의 숫자를 골라주는 로또 역술 사이트에서는 꿈을 해몽하여 행운의 숫자를 알려주는데, 예를 들어, 꿈에 침대가 보이면 38, 고양이는 12와 19를 의미한다고 한다. 또 다른 사이트에서는 매일 행운의 숫자를 알려주고, 언제 복권을 구입하면 좋은지 최적의 시간까지 띠별로 분석해 주며,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행운의 숫자 6개를 알려주는 인터넷 운세 사이트도 덩달아 인기다.


섬, 산간 오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고 로또와 무관할쏘냐! 지역적 불편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복권금액의 3%를 수수료로 받고 대신 복권을 구입해주는 전문 복권 사이트도 있으니, 전국 방방곡곡이 로또 열기로 뜨겁다.


로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그중 가장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비법이 있으니, 바로 "전국민 부자되기 프로젝트". 1인당 1회 최대구입액이 1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16만 2천901명이 마음을 모아 10만원어치 구입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안에 1등이 나올 확률이 100%, 그 금액을 16만 2천901명이 똑같이 나눠갖자는 것인데, 일종의 펀드 형식으로 방법은 그럴싸하지만, 모두가 서로를 확실하게 믿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아쉽게도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밖에도 유사 로또 사이트가 속속들이 문을 열고 있다. 인터넷 로또로는 조흥은행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발행하는 로또 6/37이 있고, 네이트의 로또리아 역시 로또와 유사한 방식의 서비스이다.


로또가 온라인까지 순조롭게 진출하는데 발판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인터넷복권 사이트 덕이다. 신문 가판대에서 눈치보며 비굴하게 사는 대신, PC 앞에서 마우스로 복권을 우아하게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함 때문에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복권 사이트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복권과 더불어, 푸짐한 경품 행사로 네티즌을 끌어모은 데다가, 작년 연이어 당첨된 플러스플러스복권 역시 모두 인터넷으로 구입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환경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기에, 로또는 물만난 고기처럼 신바람을 낸 것이다.


©Jeong Youn Hee


이에 분명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로또를 비롯한 복권이 한순간의 요행을 바라는 대박심리를 키우고, 최근 경제 침체 분위기를 타고 사행심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문제가 되기 마련, 성숙된 인격으로 적당히 즐기는 게임 문화의 하나로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우선 인터넷복권 시장 덕분에, 가라앉은 정토통신업계에 자극을 주어 많은 사업자들이 몰리는 것도 사실이고, 그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정보통신 사업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간혹 한장씩 구입해 왔던 복권에는 수많은 기금 모금이 포함되어 있어, 복권을 통한 사회복지 기금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숫자를 토대로 즐기는 과학 게임의 하나로 로또를 해석한다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재미로 한번쯤 즐겨보는 것도 좋겠고, 가족의 생일날, 가족끼리만 알 수 있는 의미있는 숫자들을 나열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하게 삶을 즐길 줄 아는 자의 여유가 아닐까 싶다.


자, 여기서 필자가 아껴두었던 비법을 공개한다. 인생대역전, 대박의 화살 로또에 맞고 싶다면 이렇게 번호를 골라라. 학창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내 번호, 내가 지금까지 사귄 애인의 숫자, 내가 유지하고 싶은 허리 인치수, 가장 되돌아가고 싶은 나이, 그리고 지금까지 당첨 번호중 가장 많이 나왔다는 45번으로 숫자를 선택하자. 이렇게 하면 반드시, 반드시 당첨될 것이다.... 라고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충분치 않은 정보라구? 다 잊어 버리자. 꼭 기억할 필요는 없다. 나는 오늘도 몇백억 원밖에 안되는(!) 소박한 꿈을 싣고, 토요일 밤의 열기에 동참해 보련다. 흐음... 역시 토요일은 밤이 좋아.


(근데 그거 아세요? 복권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꾸준하게 복권을 산 사람들이 당첨될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구요. 무얼 하든지 꾸준히 한우물을 파는 일, 정말 중요하겠죠^^; )



글 | 정윤희 (디지털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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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이 시기가 국내 로또 판매가 시작되면서, '대박'이라는 단어가 잭팟의 대명사로 쓰였을 무렵이다. 소위 한탕주의가 한반도 전체를 휩쓸었는데, 이 로또의 열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것도 놀랍다. 인간의 욕망은 태초부터 시작됐으니 그럴 수 밖에. 얼마 전 뉴스를 보니, 배우 변우석의 꿈을 꾸고 산 로또로 20억에 당첨됐다던데, 이런 운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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