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음식에도 분다

SK텔레콤 IT벤처포털 <스카이벤처> | Biz푸드 연재 칼럼

by 정윤희
김치말이 국수 ©Jeong Youn Hee


한류 스타라는 단어가 이젠 우리의 자존심을 대신한다. 드라마 왕국답게 수많은 드마라를 동남아에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스타들이 인종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이국땅에서 그 명성을 더욱 드높이고 있는데, 이를 한류 열풍이라 하고 도무지 그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덕분에 많은 한국의 스타들이 외국에서도 스타의 자리를 굳히고, 보아나 윤손하처럼 아예 활동 무대를 외국으로 정하고 그 어떤 국민보다도 국위선양을 하는가 하면, 다수의 스타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을 널리 알리는 홍보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욘사마 열풍은 그 어느 누구도 상상치 못한 기적 같은 것이다. 겨울연가의 준상, 배용준이 일본 열도를 그리도 들썩이게 만들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일본에서 ‘사마’라는 칭호는 쉽게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고에게만 주어지는 극존칭인 것을, 당당히 우리의 배용준은 ‘욘사마’라는 애칭으로 일본 여성들의 가슴을 애타게 하고 있다.


그 욘사마의 인기는 그저 광적인 팬들이 한명의 스타에게 향한 것이 아니다.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일본의 여성 관념이 한꺼번에 터지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욘사마이고, 그 여성들이 일시에 그를 향한 마음을 모은 것이다. 일본 방송 사상 처음으로 헬기까지 동원하여 스타의 입국 과정을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한시간이 넘는 한국에 대한 문화를 배우는 생방송을 긴급 편성하는가 하면, 매일매일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은 끈히질 않고 있다. 덕분에 일본 남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으로 찍혀버린 욘사마지만, 그 정도쯤은 가뿐하게 감수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욘사마의 나라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길 원해서, 한국여행을 오는 일본인들은 욘사마에 관한 사진이나 옷 등 무엇이든 남김없이 거둬가는 실정이다. 여기에 그들은 욘사마의 나라인 한국의 음식까지 동경하고 즐기려 하는데, 불고기, 비빔밥 등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여기에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바로 ‘눈나무집’이다.


김치볶음밥 ©Jeong Youn Hee


삼청동 길에 자리잡은 설목헌(雪木軒), 다들 편하게 뜻을 풀이한 눈나무집이라고 부르는데, 이 집의 메뉴야말로 일본인들이 부담없이 즐길만한 토종 한국음식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 잡지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고, 이미 많은 일본 관광객들이 빠뜨리지 않고 들리는 집이지만, 최근 욘사마의 인기와 더불어 눈나무집의 위력이 또 한번 발휘되고 있다. 눈나무집의 최고 인기메뉴는 바로 김치말이. 김치말이는 황해도와 평안도의 밤참 음식으로, 살짝 익은 김치를 송송 썰어넣고 육수과 김치국물로 간을 맞춘 후, 그 속에 밥이나 국수를 말아먹는 것이다. 우리들에게도 약간 낯선 지방음식이니 일본인들에겐 얼마나 신기하고 별난 음식이겠는가.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김치와 소면의 맛은 일품이고, 고소한 참기름과 함께 시원한 국물맛은 한겨울을 이겨내는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김치국물로 말았다면 틀림없이 맵겠구나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적당히 육수와 물로 간을 맞췄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외국인들도 이 맛을 오랫동안 기억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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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식 떡볶음(좌)과 평양만두 (우) ©Jeong Youn Hee


그뿐 아니라, 더 추가해서 먹으면 좋을 별미를 꼽자면, 궁중식 떡볶음이다. 쌀로 만든 쫄깃한 떡을 고기 다진 것과 살짝 볶아서 만든 떡볶음은,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와 함께 먹으면 진짜 별미다. 얼음 살포시 앉은 국물을 훌훌 틀이키는 그맛, 올겨울에 놓치지 말자. 또 이 집의 김치볶음밥은 오래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스타일로, 계란 후라이와 김이 얹어진 그 맛은 덤으로 맛봐도 좋다. 손으로 빚은 평양만두는 입가심으로! 무엇보다 경제사정도 좋지 않은 이 마당에 저렴한 음식값은, 모든 메뉴에 골고루 도전해봐도 우리의 주머니를 넉넉해서 더 즐겁다.



▪︎눈나무집 김치말이밥, 김치말이국수, 떡볶음 / 02-739-6742 / 영업시간 11:30-21:00 / 삼청동길 금융연수원 건너편


글∙사진 |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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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당시 2년 넘게 연재했던 Biz푸드는 벤처 분야의 직장인들 입맛을 돋워줄 맛집들을 소개하는 칼럼이었다. 헤아려 보니 많은 음식점들이 거의 사라진 상태인데, 몇몇 음식점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눈나무집도 그 중 하나로, 아주 소소한 이유로도 쉽게 변질되기 쉬운 음식의 맛을 지금껏 지키고 있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마어마한 구력이다. 또한 그때의 한류 열풍은 이제 K-푸드, K-pop 등 문화 전반에 걸쳐 토네이급으로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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