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DNA 채집기, 쉬파리

by 이성규

蒼蠅蒼蠅(창승창승)

쉬파리야 쉬파리야

吾嗟爾之爲生(오차이지위생)

나는 너의 삶을 슬퍼한다

旣無蜂蠆之毒尾(기무봉채지독미)

벌이나 전갈처럼 독 있는 꼬리 없고

又無蚊虻之利嘴(우무문맹지리취)

모기나 등에처럼 날카로운 부리 없으니

幸不爲人之畏(행불위인지외)

그나마 사람들이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胡不爲人之喜(호불위인지희)

어찌하여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게 되었는가


憎蒼蠅賦(증창승부) 중에서 / 구양수


쉬파리를 미워한다는 뜻의 제목을 지닌 이 시는 당송 8대가 중의 한 명인 구양수가 지었다. 쉬파리가 끼치는 해독을 간사한 사람들이 사회에 끼치는 폐해에 비유하고 있다.


보통 ‘쉬파리 떼가 달려든다’는 말은 구린내 나는 곳에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뜻으로 사용되곤 한다. 이처럼 썩은 사체에 몰려들어 알을 놓거나 심지어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쉬파리도 유용하게 사용되는 곳이 있다.


바로 법의곤충학 분야이다. 1850년대부터 쉬파리의 유충을 이용해 시신의 사후 경과 시간을 추정하게 되면서 쉬파리는 살인사건 현장에서 중요한 과학적 증거로 이용되고 있다.


실제 미국 법원에서는 사체의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하는 주요 증거로 쉬파리 같은 곤충이 채택되는 경우가 80%나 된다. 따라서 사건 현장의 사체 속에 곤충이 있을 경우 예전엔 살충제를 뿌려 제거했지만, 요즘엔 먼저 채집부터 한다.


그런데 쉬파리의 몸값(?)을 더욱 올리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독일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쉬파리가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열대우림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평가하는 데 매우 좋은 도구가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들은 탄저병으로 죽은 코트디부아르의 침팬지들은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쉬파리로부터 추출한 포유동물의 DNA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 쉬파리를 일부러 포획해 분석한 결과 16종이나 되는 포유동물을 식별할 수 있었던 것. 그 중에는 현재 개체 수가 3,500마리밖에 남지 않아 멸종 위기에 처한 흰어깨다이커도 포함되어 있다.


쉬파리를 통한 DNA 분석이 유리한 이유가 있다. 보통 동물의 소화관에서는 산과 효소가 나와 섭취한 음식물의 DNA 분석이 힘든 것에 반해 쉬파리는 비교적 간단한 소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


이처럼 쉬파리를 이용해 DNA 분석을 할 경우 그 지역의 동물 종에 대한 목록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방법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멸종 위기종의 개체 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구양수의 ‘증창승부’ 중간쯤에는 쉬파리가 끼치는 해독으로 인해 ‘장자인들 어떻게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 수 있을까’라는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정작 장자 본인의 생각은 이와 좀 달랐던 것 같다.


‘장자’ 26편 7절을 보면, 쓸모없는 땅이 있어야 쓸모 있는 땅에 발 디딜 곳이 있다며 쓸모없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대목이 나온다. 정말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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