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髥乘潮斃海濱(거염승조폐해빈)
조류에 밀려 바닷가에 죽어 있는 큰수염고래
只緣謀食不謀身(지연모식불모신)
자신보다 먹을 것만 쫓은 결과라네
奔忙世道皆如此(분망세도개여차)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이치도 이와 같으니
却把貪淫更戒人(각파탐음갱계인)
탐하고 음란하지 말라고 인간들에게 가르쳐주네
邵城續錄(소성속록) 중에서 / 이형상
시인이 인천 영종도에 머물 때 바닷가에 고래 사체가 밀려 온 것을 보고 지은 시다. 고래는 암에도 잘 걸리지 않으며, 일부 수염고래의 경우 수명이 200년이나 된다.
불법 포획된 후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가 지난 2013년 7월,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곳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야생적응훈련을 거친 후 바다로 보내져 동료와 가족의 품에 안긴 것이다.
고래연구소에서는 ‘JDB009’, 제주도 퍼시픽랜드에서는 ‘D-31’로 불렸던 이 돌고래의 이름은 ‘제돌이’다. 아니, 제돌이라는 이름도 서울대공원에서 인간들이 붙여준 이름일 뿐 본명은 아니다.
과연 제돌이의 본명은 무엇일까? 태어나서부터 인간에게 붙잡히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다른 돌고래들이 불렀을 제돌이의 진짜 이름 말이다.
설마 동물들이 각자 고유의 이름을 지어서 부를까 싶지마는 돌고래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사라소타에서는 미국과 영국 연구진이 수십 년 동안 돌고래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곳의 과학자들은 야생에서 함께 짝지어 다니던 돌고래를 서로 다른 곳에 넣고 행동변화를 관찰하는 연구를 수없이 진행한 결과, 돌고래들이 각자 고유의 이름을 지은 후 평생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울음소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감정을 전달한다. 하지만 언어를 배워서 사물에 대응시키는 행위는 이제껏 회색앵무새와 큰돌고래에서만 발견됐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돌고래는 자신만의 고유한 이름을 지어 서로 부르고 심지어 제3의 돌고래 이름을 섞어서 대화를 나누기까지 한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수다스러운 동물로 알려진 돌고래는 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언어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약 700종류의 소리를 내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고래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서로 다른 종 간의 차이가 놀라울 정도로 크다. 따라서 큰돌고래가 내는 소리를 청백돌고래는 알아듣지 못한다.
게다가 사투리까지 사용한다. 같은 종의 고래라도 서식 지역이 다를 경우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예를 들면 동태평양에 사는 돌고래와 서태평양에 사는 돌고래의 언어가 서로 다르다.
바닷속에서는 아무리 물이 맑아도 60미터 이상은 보이지 않으므로, 동작이나 몸짓보다는 소리를 통해 부근의 지형과 먹이, 적의 위치 등의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돌고래들은 에스페란토와 같은 국제 공통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종의 경우 평소엔 각기 다른 고유의 소리를 내지만, 서식지가 겹치는 지역에서 매일 마주칠 때는 발성 방식을 바꿔 공통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
방류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제돌이는 지금도 동료들과 함께 제주 바다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넓은 바다로 방류되어 동료들을 만났을 때 제돌이가 그들에게 건넨 첫 마디는 과연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