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티드 맨션>은 디즈니 테마파크의 어트랙션 ‘헌티드 맨션’을 영화화했다. 앞서 <캐리비안의 해적>, <정글 크루즈>를 떠올려 보자. 우리나라로 치면 롯데월드의 ‘신밧드의 모험’, ‘파라오의 분노’ 류의 배, 차, 비행기에 탑승하며 전설을 듣고 체험하는 놀이 기구를 말한다.
마치 놀이 기구를 타는 듯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기에 스토리는 대부분 단순하다. 그에 반해 환상적이고 신기한 비주얼,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요소에 치중해 놀이 기구의 컨셉을 카메라 속에 담는다. 그 부분이 극대화되고 캐릭터가 살아 있으며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영화가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다. 이후 다시 한번 흥행을 기원하며 <정글 크루즈>가 선보였고, <헌티드 맨션>까지 그 역사가 이어졌다.
한(恨)이 많은 동네 뉴올리언스
영화 <헌티드 맨션> 스틸컷
999명의 유령이 살고 있는 뉴올리언스 대저택으로 이사 온 개비(로사리오 도슨)와 아들 트래비스(체리스 W. 딜런)는 유령을 쫓아낼 수 있게 신부 켄트와 미스터리 심령사진 전문가 벤(키스 스탠필드)을 불러들인다. 하지만 둘 다 실패해 유령이 껌딱지처럼 붙어버려 오히려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린다.
한이 서린 귀신들은 그들은 헌티드 멘션으로 모이게 만들었다. 심령 술사 해리엇(피타니 해디쉬)과 초자연 사건을 탐구하는 역사 교수 브루스(대니 드비토)까지 동원해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유령의 사연도 제각각이고 이들을 달래거나 물리칠 각종 부적, 물약, 주문도 잘 통하지 않는다.
앞다투어 유령 신부, 물귀신, 모자 상자 유령, 유리 구술 유령, 선장 유령, 미이라, 중국 유령 등 개성 만점 원혼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해 이 집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과연 이들은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귀신 들린 집인데 전혀 무섭지 않아..
영화 <헌티드 맨션> 스틸컷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분야에 일가견 있는 배우 라인업이 화려하다. 수정 구술에 갇힌 전설의 영매 ‘마담 리오타’ 역에 ‘제이미 리 커티스’, 누구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것 같은 ‘모자 상자 유령’ 역의 ‘자레드 레토’, 허당기 다분한 힙스터 신부 ‘켄트’ 역에 ‘오웬 윌슨’이 출연해 독보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이 배우들을 한 데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 라인업이긴 하다.
2003년 동명의 제목으로 ‘에디 머피’ 주연의 영화가 나왔지만 흥행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이를 만회하려는 듯 20년 만에 리메이크 된 2023년 <헌티드 맨션>은 <배드 헤어>, <캠퍼스 오바마 전쟁>, TV 시리즈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으로 인정받은 ‘저스틴 시미엔’ 감독이 맡아 기대감을 높였다. 두 영화와 TV 시리즈는 독특한 스토리와 연출, 위트와 인종차별이란 민감한 문제까지 다뤄 호평받은 바 있다.
영화 <헌티드 맨션> 스틸컷
너무 기대를 한 걸까? 아무리 디즈니 제작 영화지만 감독의 기발함은 사라져 버렸다. 어린이용 바이킹에 탄 것처럼 스릴도 공포도 느껴지지 않은 미적지근하고 안전한 영화로 실망감을 안겨 준다. 그래도 간혹 아재개그 말장난이 툭툭 나오거나 한국 번역도 맛깔스럽게 의역해서 잔재미를 안긴다.
전반적으로 성인이 보기엔 다소 유치하다. 어릴 때는 무서웠던 유령의 집이 성인이 되자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밍밍하고 애매하다. 다만 초등학생과 함께 관람한다면 재미있을 가족용 영화, 방학용 영화다. 4DX로 관람한다면 어트랙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D로만 개봉했으며 디즈니플러스로 봐도 무방하다. 쿠키영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