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만 충실한 안일함 비주얼로 메우네
천 박사(강동원)는 어릴 적 당주 무당이었던 할아버지와 동생을 잃고 귀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 먹고살기는 해야 했기에 가짜로 퇴마사 노릇을 하며 파트너 인배(이동휘)와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녔다. 사실 귀신, 신병은 마음의 병이라 믿는 정신과 의사다. 가문의 피를 이어 받았다기 보다 스스로 삶을 개척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박소이)의 퇴마를 부탁하러 온 유경(이솜)의 제안을 수락하고,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러 갔던 마을의 줄초상을 보고 이상함을 깨닫는다. 악귀를 감지하면 울리는 놋쇠 방울이 울리던 그때 천 박사는 각성하게 된다. 이 마을에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음을..
강동원의 비주얼에 기댄 안전한 이야기
전반적인 톤은 가볍고 유쾌하게 흘러간다. 전작 <전우치>나 <검은 사제들>이 떠오른다. 천 박사라는 캐릭터를 이용해 살을 붙여 나가며 강동원 자체를 기능적으로 썼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 팔다리를 이용해 검술을 멋지게 소화하는 모습, 얼굴이 개연성인 슈트핏을 선보이며 히어로처럼 그려낸다. 강동원의 비주얼이 이야기의 힘이고 곧 장르라는 소리다. 하지만 지나친 잦은 클로즈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모습만 등장하니 살짝 피로해진다. 98분도 꽤나 길게 느껴졌다.
귀신을 믿지 않는 퇴마사가 귀신 보는 의뢰인을 만나 사건 해결, 가족 원한까지 풀게 되는 구성은 안전하다 못해 안일하다. 각자 캐릭터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해진 길로 본인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전형적인 캐릭터가 적재적소에 예상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친다. 개연성이 부족하다거나 거슬리는 캐릭터가 없어 무난하지만 무색무취 영화라는 인상이 커진다.
천 박사와 대척점에 있는 악귀 범천(허준호)은 절대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추종자들을 도구로 쓰며 악행을 저질러 간다. 과거 당주 무당 때문에 설경(귀신을 잡아 두는 부적)에 갇힌 존재가 되었지만 인간의 몸에 빙의해 자유자재로 사람을 부린다. 범천의 능력이 막강해 이를 돌파하는 천 박사의 후광이 더욱 강해지는 효과까지 노렸다.
그의 악행 때문에 위기에 처한 유경은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들켜 범천의 타깃이 된다. 하지만 천 박사를 도와 동생을 구하고 팀워크의 힘을 느낀다. 천 박사와 콤비를 이루는 인배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의 유일한 직원이자 기술 담장, 분위기 메이커로 쓰였다. 천 박사와 티키타카 호흡을 유발하며 활력을 풀어 넣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봉준호, 박찬욱, 홍원찬의 조감독 출신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가족의 비극을 품고 복수에 불타던 퇴마사가 펼치는 웃지 못할 소동극이다. 후렛샤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한다. 웹툰 원작이라서일까? 특촬물 성향이 강하다. 오컬트 액션을 주된 테마로 하고 있지만 <검은 사제들>처럼 무겁거나 진지한 쪽이 아닌 가볍고 경쾌한 코미디가 강하다.
김성식 감독은 <기생충>, <헤어질 결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조감독으로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봉준호, 박찬욱, 홍원찬 감독에게 배운 기술과 영화 문법, 인맥을 동원한 화려한 데뷔를 마쳤다. 웹툰을 원작으로 했지만 작은 설정을 옮겼을 뿐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각색되었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집은 자연스럽게 <기생충>이 떠올라 반갑다. 지하실 부부였던 이정은 박명훈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한다.
카메오 출연도 엄청나다. 블랙핑크 지수와 박정민의 선녀 무당의 케미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트랜스젠더와 비교되는 신스틸러였다. 2편을 기대해도 좋은 쿠키 영상이 있으니 자리를 지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