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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Nov 11. 2023

<뉴 노멀> 귀신 보다 더 무서운게 '사람'이여..

<기담>, <곤지암> 정범식 감독 신작


<뉴 노멀>은 호러 마스터로 불리는 정범식 감독의 신작이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페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정범식 감독은 <기담>, <곤지암> 등 한국 호러의 한 획을 그은 장인이다. 이번에는 어떤 귀신이 등장하나 기대했다면 아쉽게 되었지만. <뉴 노멀>은 귀신 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이 등장해 러닝타임을 채워가는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라 현실 공포를 불러 오다.      


서울에 4일 동안 6인의 겪는 죽음과 일상 에피소드가 모인 옴니버스 형식이다. 각자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보이지만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몰카, 스토킹, 연쇄 살인, 장기매매, 데이트 어플 범죄 등 현실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모티브했다.     

정범식 감독은 최지우, 이유미, 최민호, 표지훈, 하다인, 정동원을 통해 서스펜스가 중심이 되는 장르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고정된 이미지의 인물이 색다른 역할을 맡아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리는 기폭제가 된다. 웃지 못하는 서늘한 여자 ‘현정(최지우)’와 해서는 안 될 착가의 늪에 빠진 ‘기진(표지훈)’, 세상에 악의를 품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연진(하다인)까지 합세하니 의외의 조합이 완성되었다. 공통점 없어 보이는 의외의 앙상블이 뚜렷한 주제의식에 묶이며 신선한 충격을 불러왔다.     


고립은 현대인의 키워드     

영화는 공포가 일상이 된 뉴 노멀을 주제로 고립된 현대인의 슬픈 일상을 들여다본다. 팬데믹 기간 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을 때 외로움을 느꼈다. 함께하지 말라고 하니 더 누군가와 연결하고 싶은 마음은 커졌다. 온라인은 좋은 대안이 되었고 소통하고자 했다. 불과 얼마 전 겪었던 재난을 떠올리듯 영화는 1인가구가 대세인 현대인을 ‘공포’와 결합했다. 즉 고립이 공포가 되는 일상을 테마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예측을 깨는 반전 스토리로 놀라움을 준다. 그동안 얼마나 외모, 나이, 직업 등으로 편견의 시선을 바라보는지 제대로 해체하고 나섰다. 큰 키에 단아한 인상을 지닌 현정(최지우)은 최근 독신여성 살인 사건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그 와중에 가스 검침원(이문식)이 찾아와 어쩔 수 없이 집안에 들이지만 묘하게 희롱당하는 찝찝한 기분이라 나가 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다가 이야기는 갑자기 생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하게 되고 짜릿한 반전을 느낀다.     

데이트 어플로 사랑을 찾으려던 평범한 20대 취준생 현수(이유미)는 매칭 상대와 첫만남 장소에서 뜻하지 않은 일을 목격한다. 한편, 인연을 찾길 원하는 외로운 대학생 훈(최민호)는 별자리, 사주 과학에 현혹되어 의문스러운 편지를 쫒는다. 자판기에서 발견한 분홍색 편지는 ‘헨델과 그레텔’의 빵부스러기처럼 어디론가 모험을 떠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달콤할 뻔 했지만 살벌해져버린 충격적인 결과에 훈은 상처 받고야 만다.      


한편, 옆집 사는 승무원을 몰래 훔쳐보는 취포자 기진(표지훈)은 과대망상에 빠져있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해서는 안 될일을 벌이고 그로인한 인과응보는 상상조차하지 못한 형태로 벌어진다. 기진과 온라인 게임 중이었던 연진(하다인)은 사실 반지하에 틀어박혀 세상을 등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다. 진상 손님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인간을 증오하게 되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은 챙겨오지만 한 켠에 쌓아둔 파인애플 통조림만 먹으며 지낸다. 사람에 지치고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비극은 연진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든다.      

중학생 승진(정동원)은 봉사활동 점수를 받는 것 보다 진짜 착한 일을 하고 싶었다. 어느 날 우연히 어려움에 빠진 할머니(이주실)를 선의로 도와주었던 승진은 칭찬도 받고 좋아하는 강아지도 분양 받고 싶어 따라갔다가 봉변을 당한다.     


공포가 일상이 된 시대     


‘뉴 노멀(new nomal)’이란 시대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말한다. 뜻하지 않게 팬데믹으로 뉴노멀을 맞이했고 삶은 급격히 변했다. 죽음이 늘 곁을 따라다니는 상황에서 디지털 문명이 가속화되었고 콘텐츠를 향유하는 형태가 바뀌었다. 현대에서 초현대로 급속도로 변화했다.      

특히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는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극장이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무언가를 관람하고 싶어했지만 극장을 꺼렸다. 영화는 극장에서만 본다는 개념을 탈피해 폰, 노트북, TV로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발길이 끊긴 텅 빈 극장은 고요했고 을씨년스러웠다. 사람으로 꽉 찼던 극장은 차선책을 강구하게 되었다. 사라지는 것보다 형태를 달리하는 방향으로 변하려고 했다. 엔터테이닝 기능을 강화해 오직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선사하는 장소로 탈바꿈하며 진화중이다. 우리는 현재 팬데믹 이후 달라진 뉴 노멀에 적응하며 분투하고 있다.      


정범식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팬데믹으로 200억 짜리 액션 프로젝트가 무산되었다”고 밝히며, 그때 차선책으로 선택한 게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흉악 범죄였다고 밝혔다. 초자연적인 존재 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지는 긴장이 내내 지속되는 하루하루다. 뿐만 아니라 영화와 극장, 플랫폼의 변화도 불가피하게 되면서 흥행 여부를 떠나 <뉴 노멀>의 의미가 공고히되었다.      

그래서일까. 마지막에 넣은 ‘혼밥 에필로그’는 의미심장함을 더한다. 모두가 한 데 모여 있는 듯 보여도 각자의 공간에 틀어 박혀 온기를 느끼기엔 부족한 삭막함을 묘사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음식이지만 혼자 먹는 밥이 당연해진 시대 연결을 원하고 그러면서 사건사고를 겪는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지만 누군가와 함께이길 원하고 그로 인해 행복을 얻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매우 영화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하다. 비현실적인 일들이 현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지막 때 아닌 눈 내리는 장면은 모든 에피소드를 함축한다. 처음에는 놀랍지만 반복되면 무뎌지는 새로운 일상이 되어간 의미다. 묻지마 살인은 백주대낮, 백화점 한복판에서도 일어나는 사건사고라 섬뜩하다. 아무 이유 없이 폭언, 폭행, 살인을 저지르는 공포가 만연한 시대 범죄의 표적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서늘함은 블랙 코미디 이상의 불안함이 커진다.


<뉴 노멀> 인간을 증오하는 편의점 알바 '연진'역 '하다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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