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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an 06. 2024

<외계+인> 2부, 드디어 떡밥 수거 시작!

영화 하나를 둘로 자른 낯선 시도

새로운 시도는 환영보다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 쉽다. 지금까지 봐왔던 게 아닌 낯선 것의 등장은 기존 질서를 무너트릴 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변화 없이 정체되어 있다면 어떨까. 모두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다. 변화의 필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은 참으로 모순적인 존재다. 때문에 그 어렵다는 변화, 혁신에 성공한 사람을 우리는 ‘천재’라고 부른다.      


2022년 여름 낯선 영화가 극장가에 나타났다. <도둑들>(2012), <암살>(2015)로 두 번의 천만 관객 영화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가 개봉했고 모두가 놀랐다. 한국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스타일이었다. <전우치>(2009)의 확장판 같은 만듦새가 독특했다. 기발한 상상력, 재미있는 서사, 독보적인 캐릭터로 SF와 설화를 결합한 새로운 프로젝트였다. 멀티캐스팅은 물론 1, 2부로 나눠 선보이는 파격적인 행보까지 선보여 호불호가 나뉘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것의 등장에 관객은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었나 보다. 최종 관객 154만 명이란 성적표를 받아 2부에서 떠안아야 할 부담이 커져만 갔다.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최동훈 감독은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주변 의견도 들어봤고, 자아 성찰도 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곧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고 판단했고 2부 편집에 집중하자며 마음을 돌렸다고 했다. 100번 넘게 다시 보며 후시 녹음, 재촬영으로 완성도를 높여갔다. 항간에는 2부를 극장이 아닌 OTT로 공개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한국 영화 역사상 최장 프로덕션 기간 387일.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더 긴 시간을 투자한 영화였다.      


최동훈 감독은 늘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흥행 실패도 없기에 난감한 성적표는 충격이었다. 20년 전, 주인공은 2명이어야 한다고 할 때 5명이 주인공인 <범죄의 재구성>(2004)를 선보여 파란을 일으켰다.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다듬은 <타짜>(2006)를 내놓는가 하면, 도사와 로맨스를 결합한 <전우치>(2009)는 마니아층을 만들어 냈다.


아마 10명 가까운 주인공이 한 번에 등장하는 멀티캐스팅을 처음 시도한 것도 최동훈 감독일 것이다. <도둑들>(2012)은 할리우드 스타일로 불리는 멀티캐스팅으로 흥행까지 성공했다. 독립투사의 대의와 코미디가 어울렸던 <암살>(2015)까지 쌍끌이 천만 영화에 등극하며 불패신화를 써 내려갔다.      


영화 하나를 둘로 자른 낯선 시도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모두 밝혀지는 가운데 현재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다. 2부에서는 눈먼 검객 능파(진선규)가 새롭게 합류한다. 1부에서 잠시 등장해 혼란을 가중했던 민개인(이하늬)의 본격적인 활약도 중요하다.      


외계 죄수로부터 세상을 구할 신검과 썬더(김우빈) 찾은 이안(김태리)이 우여곡절 끝에 현대로 돌아가려 한다. 하바(외계 대기)로 오염될 2022년 서울에 당도하지만 무륵(류준열),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이 가세하면서 뒤엉켜 버린다. 결국 하바 폭발 직전 48분 동안 인간, 도사, 신선 들은 설계자와 수하들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친다.      


최동훈 감독이 어릴 적 상상만 했었던 외계인과의 조우,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모두 드러나게 되었다. 1부에서 뿌려 놓은 씨앗을 드디어 수확할 단계에 접어든 거다. 2부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1부가 인물과 상황을 소개하며 630년 전 고려와 2020년 현대를 오가며 산만했다면 2부에서는 미처 풀지 못하고 끝낸 떡밥을 하나씩 수거하며 장르적 재미와 이야기의 매력을 더했다. 특히 속편을 예감하는 열린 결말이라 궁금증까지 유발했다.      

‘인연’.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이 운명처럼 펼쳐진다. 바빠서 잊고 살았던 낭만, 무작정 끌리는 감정을 톺아본다. 고물가, 환경오염 등 생존이 시급한 세상, 앞만 보고 달려온 현대인들에게 생각 없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두 시선의 티키타카 케미뿐만 아니라, 무륵의 엇박자 코미디가 매끄럽게 진행된다. 코미디의 호불호는 취향 차이가 있겠으나, 정서만 잘 맞으면 박장대소할 웃음 포인트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1부만 놓고 봤을 때는 난잡하고 이해되지 않는 시퀀스도 2부를 보니 완벽하게 맞추어졌다. 역시 <외계+인>은 2부까지 모두 봐야 이해되는 하나의 덩어리 영화였다. 2부는 1부를 못 본 관객도 무리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이안의 목소리로 설명해 준다. 고전의 향기와 오마주, 패러디가 난무한다. 배우들의 캐릭터는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이면서도 독립적 존재감을 뽐내며 조화를 이룬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흩어진 인물이 한데 모인다. 열차 위에서 고난도 액션이 펼쳐지고, 건물이 붕괴 되는 등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풍성한 볼거리로 중무장했다. 한국형 아이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벤저스를 상상해 봐도 좋겠다. 놀랄만한 반전까지.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시리즈 영화 포맷, 장르 퓨전의 쾌감과 속도감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만, 더 짧게 편집해 3시간짜리의 영화로 만들었다면, 캐릭터의 서사를 늘려 6부작 OTT 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최근 온라인에 공개된 <외계+인> 1부를 뒤늦게 보고 ‘재평가 받아야 할 영화’라고 퍼진 입소문이 증명한다. 훗날 역사는 최동훈 감독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진다.



<외계+인> 1부 리뷰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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