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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n 10. 2024

<스텔라> 전쟁 중 친구를 고발해 먹고산 미모의 여성

1940년대 독일 유대인 스텔라(폴라 비어)는 미국 진출을 앞둔 촉망받는 17세 재즈 가수였다. 하지만 전운은 짙어져 3년 만에 전쟁 무기를 만드는 공장노동자 신세로 전락하고야 만다. 노래해야 하는데 일을 하고 있으니 불만은 커지고 재능은 썩어가고 있었다.      


스텔라는 금발과 파란 눈을 가져 치장하면 아리아인 혈통으로 보였다. 화려하게 꾸미고 시내로 나가 독일인 배우인척 연기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암울한 전쟁을 버티게 돕는 건 거짓말로 속이면서까지 사랑한 음악이었다. 그러던 중 전운은 짙어져 부모님과 더 어두운 곳을 숨어 들어가야만 했다.      


위조 신분증을 만드는 롤프(야니스 니에브외너)와 사귀며 브로커로 변신해 생계를 유지하던 중 지인의 밀고로 게슈타포에 붙잡혀 갖은 정신적, 육체적 박해를 당한다. 살기 위해서 동료를 밀고해야 했던 잔인한 상황은 계속된다.      


결국 고문 중 이가 빠져 치과를 방문한 틈을 타 탈출에 성공하지만 곧 다시 잡혀 본격적으로 나치의 앞잡이가 되어간다. 자신과 부모의 안위를 위해 스텔라는 동료를 고발하는 나치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한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외모로 친근하게 접근해 대략 3천여명의 유대인 색출에 적극적이었던 그녀를 세상은 ‘금발의 유령’이라 불렀다.     


폴라 비어의 팔색조 변신 눈길      

출연 작품마다 뛰어난 캐릭터 해석력으로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 ‘폴라 비어’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영화다. 1940년대 나치의 숨겨진 정보요원이였던 실존 인물 ‘스텔라 골드슐락’의 파란만장했던 일화를 다룬 극영화다. ‘킬리안 리드호프’ 감독은 “나치 체제는 희생자들은 스스로 파괴하도록 강요하는 체제”라며 범죄 시스템에 노출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프란츠>, <트랜짓>, <운디네>, <어파이어>로 얼굴을 알린 폴라 비어의 필모그래피 중 한 영화안에서 가장 다층적인 심리의 인물을 연기했다. 재즈 가수, 사기꾼, 여권 위조범, 나치 비밀요원 등 필요하다면 영혼까지 팔아 넘길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다. 타 영화에서도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홀리는 역할을 맡았던 만큼 <스텔라>에서는 별처럼 빛나지만 영혼은 죽어버린 양면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다.     


홀로코스트의 비참함을 보여주지 않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헤트비히 회스’를 연기한 ‘산드라 휠러’는 “당시의 역사와 나치의 마력 재현에 혐오감을 느껴 나치 연기는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지만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독특한 연출기법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자애로운 어머니, 정원을 가꾸는 섬세한 여성, 티타임을 갖는 여유로운 부인을 연기하며 오히려 상황의 잔혹함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혼자 극을 이끌어가는 스텔라와 대조적으로 연기지만 인물을 다루는 다양한 방식을 비교해 볼 흥미로운 캐릭터다.      


팜므파탈, 변절자, 유령, 규정할 수 없는 이름     

2차세계대전 중 스텔라의 행동은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었을까. 스텔라는 별을 의미한다. 반짝이는 아름다움의 상징이지만 사실 죽은 행성의 폭발 과정을 보는 신기루 같은 존재다.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며 누구보다도 음악과 춤에 진심이었던 스텔라의 꿈이 좌절된 후 은신처를 전전하다, 동료의 고발로 무너지고야 마는 한 여성의 지난한 초상을 훑는다.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나 문화예술을 접하며 누구보다 재능을 펼칠 수 있었던 한 여성이 시대의 아픔 속에서 스러져간 일생은 전쟁 참상의 또 다른 모습이다. 자신을 사랑했던 나르시시즘, 타인 앞에서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고 싶었던 스타로서 자질,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만 생각한 극한의 이기심으로 타락해 버린 별이었다. 1940년대가 아니라 21세기에 태어났다면 스타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시대에 편승해 끈질기게 삶을 살아 냈던 스텔라는 ‘나라면 어땠을까’ 끊임없는 질문을 앞세우는 캐릭터다.      

영화는 스텔라의 양가적 행동을 미화하지도 비판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역사적 시대에 편승했던 스텔라를 두고 쉽게 재단할 수 없어 복잡한 마음이 커진다. 광기의 시대, 미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었던 재능 있는 여성의 몰락일까. 그저 성공을 꿈꾸던 여성의 파란만장한 신분상승기라고 봐도 될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스텔라가 휩쓸린 역사는 변명할 수 없는 중죄였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 상황에 따라 도덕적 판단이나 왜곡 등 다양한 인물해석이 필요한 논쟁적인 캐릭터이다.      


파란색을 잘 사용했다. ‘금발의 유령’으로 불렸던 스텔라의 반짝이던 모습과 푸르스름한 빛, 파란 눈, 파란색 옷이 조화를 이룬다. 마치 훔쳐보고 있는 듯 관음적인 시선과 흔들리는 핸드헬드, 당겨 찍기, 암전을 반복 사용 해 몰입을 방해한다. 40년대부터 패전까지 2차 세계대전의 독일의 역사를 빠르게 편집해 압축한다. 어쩌면 다큐멘터리 같다가도 미장센이 돋보이는 극영화의 구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나치즘, 홀로코스트 소재의 영화 중 색다른 시각으로 다루는 논란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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