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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n 16. 2024

<인사이드 아웃 2> 늘 불안했던 이유,이런거 였구나!


<인사이드 아웃 2>는 어느덧 13살 사춘기를 맞은 라일리의 성장과 함께 9년 만의 후속작이다. 감정 컨트롤 본부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의 일상에 위태로워지는 상황을 담았다. 라일리의 유년 시절을 담당했던 다섯 감정은 리더 기쁨이와 함께 ‘좋은 사람’이라는 자아를 형성하는 데 사력을 다한다.      


이대로 쭉 몸만 자라주면 좋겠지만 사춘기란 격변기를 예고도 없이 마주하게 된다. 깜빡이도 없이 들어온 낯선 감정과 충돌하게 된 다섯 감정. 라일리는 아이스하키팀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관계 맺으며 달라지고 있었다. 가정과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더 큰 세상 속으로 나아갈 첫 발을 떼는 순간이다.     


평소 롤 모델인 팀의 선배와 친해지고 싶고, 실력 좋은 팀에 뽑히고 싶었던 라일리의 바람은 신, 구 감정의 갈등을 유발하며 충동을 부추긴다.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등장하자 새로운 감정에 밀려 본부에서 밀려난 다섯 감정은 의식의 흐름을 타고 비아냥 대협곡을 지나 기억의 저편까지 쫓겨나게 된다. 기발한 아이디어 폭풍과 유배되어 있던 억압된 감정, 숨겨둔 비밀에 힘입어 본부로 돌아가려 하자 안간힘을 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분화된 감정, 불안이 만드는 성장 주목     

우리의 뇌가 어떻게 감정을 컨트롤하고 기억을 저장하며 꿈을 꾸는지를 의인화와 창의적인 표현 방법으로 보여주는 <인사이드 아웃>은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감정 조절이 잘되지 않는 사춘기의 머릿속을 해부한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미성숙한 자아는 좌충우돌 성장통을 겪는다.      


1편에서 핵심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격 섬, 장기 기억 저장소, 꿈 제작소, 추상적 생각 보관소 등으로 성격 형성을 도왔다면. 2편에서는 업그레이드된 상상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아 자아를 형성해 간다. 감정은 더욱 세분화되어 신념 줄기를 타고 자아 나무를 만들어가고 열매 맺는다. 기쁨이는 나쁜 기억은 버리고 긍정적 기억으로 만든 단단한 자아를 라일리의 근간으로 만들고자 하나, 불안이 나타 망쳐버린다.     


새로운 감정 중 ‘불안’이 리더를 맡게 되자 라일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기존 감정은 쫓겨나버리고. 불안이 조종하며 만든 새로운 자아는 끊임없이 ‘부족하다’는 걱정을 주입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설계한다. 결국 불안은 두려움의 근원이 무엇인지까지 잊은 채 폭주하고야 만다.      


엉망진창 나, 너 그대로를 사랑해      

불안은 인간 본성의 특징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을 상황까지 상상해 불안을 증폭한다.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바른 방법으로 불안해하는 법을 배우면 궁극적인 것을 배우는 일이다”며 피할 수 없는 불안을 추진력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을 설파하기도 했다.      


약간의 우울은 기쁨을 소중히 여기는 데 반드시 필요하고, 불안마저도 삶을 계획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거다. 1편에서 기쁨이가 슬픔이 없이 존재한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불안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고 안주하려고 한다. 그래서 끊임없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창의성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문명을 발전했다. 두려움에 대비해 학습하고, 실패를 겪으며 더 나은 시도로 이어졌다.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불안을 발판으로 삼아 미래를 설계하고 성장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영화는 어떤 사람인지 중요한 게 아닌, 어떤 사람이 될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타인에게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데 몰입하기보다, 단단한 내면을 기르도록 노력한다면 원하는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이다. 걱정이 과도하면 정체성과 신념을 잃어버리고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되거나, 무너져 소멸해 버릴 수 있다. 기쁨이가 만들려는 긍정적 신념, 불안이가 만들려는 부정적 신념으로만 자아를 완성하는 건 위험하다는 경고다.     

단단한 내면을 기르기 위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인간의 평생의 숙제라는 걸 일깨운다. 비록 자신이 부족하고 쓸모없는 존재이며,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지라도.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때,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위로를 넌지시 전해준다.     


전편에 이어 무서운 속도로 사랑받고 있는 <인사이드 아웃 2>는 전 세대로 읽히는 감정 ‘불안’을 전면에 내세워 공감지수를 높인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불안 지옥에 빠져봤다면 내 이야기처럼 위로가 될 것이다. MBTI 성격유형이 유행하는 분위기를 반영해 의인화된 감정도 빼놓을 수 없다. 늘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고, 인정욕구가 만연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성격 보고서 같다.      


특히 사춘기를 겪고 있거나, 청소년기를 지나온 성인, 사춘기 아이를 기르는 부모와 교사가 보면 좋은 금쪽이의 속마음을 담았다. 내 자녀, 우리 반 아이, 내 유년 시절을 이해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영화다.


+사라진 '빙봉'을 만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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