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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ug 15. 2024

<트위스터스> 토네이도 길들이기 대작전


<트위스터스>는 121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과 <쥬라기 월드> 제작진이 뭉쳐 만든 재난 블록버스터다. 1996년 작 <트위스터> 이후 28년 만의 속편이지만 전편과 상관없이 볼 수 있다. 처음 보더라도 수월하게 따라올 수 있도록 친절하다.      


토네이도를 쫓는 사람들의 분투     

케이트(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토네이도 본고장 오클라호마에서 나고 자라 어린 시절부터 하늘을 보는 일을 즐겼다. 하지만 대학 시절 혼합물 실험의 실패 후 고향을 떠나 뉴욕의 국립기상청 연구원으로 무료한 일상을 살아간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매료되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두려워하던 중 토네이도를 연구하던 친구 하비(안소니 라모스)가 5년 만에 찾아와 ‘스톰 파(토네이도 분석 시스템 개발 회사)’에 합류할 것을 권한다. 내키지 않았지만 못다 한 숙제를 마무리하는 기분도 들고, 절절한 하비의 설득에 힘입어 고향에 돌아간다.     


한편, 3차원 토네이도 스캔을 할 수 있는 기계 도로시를 계발한 하비는 비밀의 후원으로 연구를 지속하게 되었다며 귀띔했다. 연구에 성공한다면 지역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더 했다. 다만 측정값을 얻기 위해 토네이도에 근접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케이트는 5년 전 트라우마가 떠올라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일이 하고야 만다.     


그러던 중 일명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인플루언서 타일러(글렌 파월)를 만나 신경전을 벌이며 차츰 열정을 되찾아간다. 마치 토네이도 하나를 두고 내기라도 하듯 경쟁을 펼치던 케이트와 타일러는 상상도 하지 못한 역대급 토네이도에 맞서 정면 돌파해야 할 위기를 맞게 된다. 거대한 자연 앞에 대항하는 일은 무가치한 일일까. 케이트는 크나큰 회의감이 든다.     


재난 영화 얼굴의 감성 영화     

<트위스터스>는 시리즈 [만달로니안] 시즌 3에서 SF, 특수효과, 액션 경험을 쌓은 정이삭 감독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한국을 찾은 정이삭 감독은 미국 아소칸 주에서 나고 자란 토네이도 경험이 큰 힘이 되었다며 원작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미나리>에서 인정받은 캐릭터의 감정 묘사, 이야기의 깊이감을 더해주어 단순한 재난 영화 이상의 영화를 만들어 냈다. 자전적인 가족 이야기였던 <미나리> 이후 선택한 블록버스터는 정이삭 감독의 다음 행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해진다.     


특히 국내에 시리즈 [노멀 피플], [우주전쟁],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통해 얼굴을 알린 ‘데이지 에드가 존스’의 탁월한 감정 묘사는 서사에 깊은 이입을 돕는다. 무언가를 사랑하면 계속 이해하고 싶은 마음과 친구를 잃어버린 죄책감을 떠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발버둥은 삶의 의지와 연결된다.      


실험 실패 후 고향을 떠났으나 다시 돌아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케이트’는 데이지 에드가 존스의 대표작 <가제가 노래하는 곳>에서 보여준 ‘카야’만큼이나 진취적이다. 카야가 자연을 벗 삼아 생존했다면 케이트는 자연을 길들여 성장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해 낸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영국 출신의 할리우드 기대주이다.     


원작의 충실한 이해와 오마주     

영화는 원작의 향수를 자극하는 오마주가 가득하다. 대피소가 극장으로 나온다거나 허공에 민들레 홀씨는 부르는 장면 등 <트위스터>(1996)의 유산을 이어 받아 현대적 정체성을 더했다. 오프닝부터 사로잡는 자연재해 장면은 압권이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를 체감하는 가운데 대자연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과 사투를 벌이는 도전 정신이 교차된다. 속수무책인 자연의 경고를 이겨내려는 내적 욕구, 상처를 극복하는 모습은 숭고하게 느껴진다.     


파괴된 일상, 인명.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은 현실감을 자아낸다. 갑자기 발생하는 토네이도의 위력은 한마을을 초토화하기도 하는데 그로 인한 재건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다. 아직도 토네이도는 생성 원인, 소멸 방법 등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인 만큼 호기심 가득한 주제다.     


특히 한국 관객이라면 들리는 반가운 한국어 대사(대박 미쳤다)가 있다. 정이삭 감독의 친구이자 프로듀서인 인물을 한국 관광객으로 설정해 한국 관객만을 위한 이벤트도 놓치지 않았다. 여름에 개봉하는 만큼 시원한 액션과 파괴력 막강한 볼거리는 물론 감정적인 서사와 연기가 시너지를 이루는 웰메이드다.      


영화가 끝난 후 쿠키 같은 에필로그 영상을 통해 후속편의 가능성마저 열어 두었다. 한 가지 더 있다. <트위스터>는 광활한 평지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토네이도의 모습과 움직임, 위력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수관에서 보길 권한다. 마치 토네이도가 근처에 있는 듯한 생생한 체험과 더불어 극장 존재 이유까지 아로새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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