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호러쇼의 진행자로 활약 중인 영매 리디아(위노나 라이더)는 과거 악몽 같은 인연이 있는 비틀쥬스(마이클 키튼)의 환영이 보여 남몰래 약을 먹고 있다. 36년 전 유령을 내쫓기 위해 소동을 벌이다가 비틀쥬스와 엮어 결혼할 뻔한 리디아는 그날 이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갑자기 사망한 아버지의 장례식을 위해 다시 시골집에 가게 된 리디아. 이번에는 사춘기가 한창인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와 엄마 딜리아(캐서린 오하라), 매니저이자 약혼자 로리(저스틴 서룩스) 함께였다. 든든한 지원군이지만 어쩐지 불안한 이유는 아스트리드 때문이다.
아버지의 부재로 반항심이 커진 아스트리드는 엄마가 유령을 보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사사건건 부딪힌다. 급기야 장례식에서 깜짝 결혼 발표를 한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아스트리드는 집을 나와 동네를 배회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소년을 만나 죽은 아빠를 되살릴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하고. 급기야 사후세계에 입문하지만 함정에 빠져 큰 위기를 맞는다.
발등에 불 떨어진 리디아는 딸을 되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틀쥬스를 부른다. 비틀쥬스는 지박령이 된 유령을 쫓아주는 더 고약한 유령인데 이름을 세 번 부르면 소환된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리디아를 신부로 맞이하고 싶었던 그의 야심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온갖 계략을 꾸미기에 이른다. 하지만 전남편인 비틀쥬스를 찾아 사후 세계를 뒤지던 영혼 포식자 델로레스(모니카 벨루치)에게 포착되어 또다시 결혼을 망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36년 만에 부활한 속편인데..
36년 만의 속편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리디아로 인해 만들어진 영화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섞이는 핼러윈 밤, 딸을 살리기 위해 지하 세계로 과감히 떠나는 모성애와 가족애가 주제다. 당시 17세 소녀였던 위노나 라이더는 어느새 엄마가 되었고, 50대가 훌쩍 넘었다. 실제로도 힘든 시간을 거쳐 [기묘한 이야기]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재기에 성공한 마이클 키튼도 비슷한 서사를 공유하고 있다. 어쩌면 캐릭터나 주제의 확장 보다, 배우의 히스토리를 연료 삼아 펼친 속편이 안전한 선택인 것이다.
1988년 개봉한 <비틀쥬스>는 거장이 된 팀 버튼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비틀쥬스>를 인정받아 자신만의 정체성을 무기로 <배트맨>, <가위손> 등 불세출의 감독으로 성장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비주얼과 기괴한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옮겨 놓은 세계관은 후대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팀 버튼만의 아날로그 스타일로 제작한 손맛을 확인하는 순간은 또 다른 재미다. 최소한의 CG로 제작하려는 의지는 속편에서도 총 70개 이상의 세트를 지어 촬영하며 불타올랐다. 오프닝의 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디오라마 항공샷, 폰트까지 일치해 향수를 자극한다.
무엇보다 그 시절 감성이 연상되는 여러 장치가 인상적이다. 전 편의 주요 캐릭터로 다시 만난 배우들은 세월의 흔적이 깃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해 웃음을 준다. 노래에 맞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몸과 입을 주체하지 못하는 만찬 립싱크 장면은 이번에는 결혼식장에서 재현된다.
하지만 확장된 세계관과 오리지널, 뉴 캐스트의 조화는 실패했다. 비틀쥬스의 전처 델로레스와 전직 영화배우였던 형사 울프 잭슨(윌렘 대포)이 투입되었으나 겉돌기만 한다. 각각 오롯한 존재감의 배우들이나 놀이공원 유령의 집에 들어온 듯 산만하게 돌아다닐 뿐이다. 다만 반항기 가득한 리디아를 연기한 제나 오르테가는 팀 버튼 감독의 시리즈 [웬즈데이]의 경험을 살려 완벽히 작품 속으로 스며들었다. 팀 버튼 페르소나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1편을 보지 않고 볼 수 있게 친절한 후속편은 아니다. 작품 속 대사와 상황으로 설명되기는 하나, 젊은 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지 미지수다. 기괴하면서도 귀여웠던 세계관 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따뜻한 시선에 주목했다. 속편의 제목이 <비틀쥬스 비틀쥬스>인 만큼, 세 번 부르면 소환되는 비틀쥬스의 특성을 반영해 3편까지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