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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Oct 02. 2024

<조커: 폴리 아 되> 피곤한 음지의 라라랜드


영화 <조커: 폴리 아 되>는 호아킨 피닉스가 시리즈물을 찍지 않겠다는 철칙을 깨고 토드 필립스 감독과 의기투합한 조커의 두 번째 이야기다. 시점상 아서 플렉이 고담시를 충격에 빠트리며 5명을 해친 후 2년 후의 이야기다. 뮤지컬 형식을 차용해 어둠의 라라랜드를 꿈꾼다.      


영화는 ‘루니 툰’ 스타일로 만든 조커 버전 오프닝으로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 거장 ‘실뱅 쇼메’가 작업한 애니메이션은 전편의 요약과 속편의 전개를 암시한다. 아서와 아서의 그림자의 대결은 빛과 어둠이 명확한 대립부터 지배와 피지배의 전복을 의미심장하게 그리고 있다. 꽉 닫힌 결말까지 애니메이션에 담겨있다. 재관람한다면 소름 끼치는 경험이 배가 된다. 부제 ‘폴리 아 되’가 의미하듯 광기의 공유, 두 배의 광기는 전편보다 한층 짙고 어두운 톤이다.     

1편에서 오마주한 마틴 스콜 세이지 감독의 <코미디의 왕>, <택시 드라이버>가 다시 떠오른다. 타고난 천재 코미디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루퍼트 펍킨의 재림이라 봐도 무방하다. 자신만이 사회악을 처단할 수 있다고 믿는 과대망상은 트래비스 버클과 겹친다. 공교롭게도 두 캐릭터는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했으며, <조커>에서 유명 토크쇼 진행자 머레이 프랭클린으로 출연한 바 있다.      


조커 그 자체인 호아킨 피닉스는 하루 사과 하나만 먹으며 23kg 가까이 감량했다고 전해진다. 자신의 조커를 또 한 번 갱신해 이견 없는 연기를 펼친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다른 조커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리란 확신이 들 정도다. 레이디 가가는 세계적인 슈퍼스타답게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한다. 뛰어난 가창력은 광기로 빛난다. 캐릭터의 장악력과 취약함을 동시에 표출하기에 이른다. <스타 이즈 본>, <하우스 오브 구찌>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비주얼과 연기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춤, 노래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 어설픈 조커와 대비되는 할리만의 완벽한 무대 매너를 선보인다.      


더욱 깊어진 어둠 속 조커의 그림자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아캄 수용소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최종 재판을 위해 변호사 매리언 스튜어트(캐서린 키너)를 접견하러 가던 중 리 퀸젤(레이디 가가)을 만난다. 난생처음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교환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보는 순간 직감했다. 둘은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임을 인지했다.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리’는 ‘아서’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조커’를 불러드리는 데 일조한다. 아서가 리에게 빠져들수록 더욱 깊은 내면으로 이끌었고, 결국 잠들어 있는 조커를 깨우게 된다. 리 또한 아서가 아닌 조커를 사랑한 탓에 본능에 이끌려 스스로 할리 퀸으로 각성한다. 그로 인한 폭주는 예상 밖의 결말에 다가간다.     


한편, 유년 시절의 학대로 다른 인격을 형성한 아서의 잘못을 변호하던 매리언 스튜어트는 일말의 사건으로 아서 곁을 떠난다. 유일한 편이었던 변호사마저 없는 상황은 그를 더욱 고립으로 이끈다. 이후 막강한 권력을 소유한 관리자 재키 설리번(브렌단 글리슨)의 폭행에 시달리며 분노를 쌓아가던 중, 마지막 재판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137분 동안의 과한 설정이 준 피로감     

영화는 아서의 상상과 망상 속을 자주 오간다. 정해지지 않은 형태로 끊임없이 변주하는 재즈 한편을 듣고 있는 듯 어디로 향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는 배트맨의 숙적이자 희대의 악당 조커의 과거사를 새로 쓰며 인간 아서를 이해하는 길잡이로 활약했었다. 5년 만의 속편은 그가 과연 추앙받아 마땅한지를 묻는 설명서다.      


조커의 악행에도 고담시의 대중은 열광했고, 그로 인해 더욱 뒤틀린 사랑을 보여준 연인 할리퀸의 세레나데가 이어진다. 하지만 둘만의 테마와 음악을 굳이 오래 보여주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피로감은 커진다. 과한 에너지는 몰입감을 저해해 텐션 유지에 어려움이 따른다.      


속편은 전편과 전혀 다른 톤으로 돌아와 같은 감독과 배우인지 의심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분열된 자아를 통제하지 못하는 가운데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연약한 인간의 혼돈이 137분 동안 이어진다. 제작진이 한 번 더 하고 싶은 것은 다 한 영화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 편의 깊이감과 충격을 기대하면 실망하겠다. 스토리는 간략하고 캐릭터는 납작하다. 어릴 적 학대와 애정 결핍, 복지 사각지대에 몰린 한 남자의 병적인 기행과 환상을 나열하기 바쁘다. 기묘하게 아름다운 미장센, 폭발하는 춤과 가창력,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모호한 경계는 긴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 노상현, 이언희 감독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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