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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릴로& 스티치> 드디어 정신 차린 디즈니 라이브 액션

by 장혜령

<릴로& 스티치>는 2002년 개봉한 동명 애니메이션의 라이브 액션 영화다. 당시 흥행을 거두어 속편과 TV 시리즈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디즈니 공주 IP 중 가장 있기가 많았던 애니메이션의 실사 <인어공주>, <백설공주>가 흥행해 실패해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다.


지난해 12월 <라푼젤>의 실사를 결정했던 디즈니는 돌연 제작을 중단했다. PC(정치적 올바름)을 강행한 원작 파괴, 재해석 논란의 여파로 보인다. 이에 애초부터 PC에서 자유로운 <릴로& 스티치>가 다음 타자가 되었다. 폴리네시안, 외계인 설정은 앞선 흐름을 타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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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만족이다. 원작과 약간의 설정만 수정했을 뿐 대부분 그대로 재현했다. 스티치의 보송보송한 털 한 올까지 표현한 섬세한 움직임과 버라이어티한 표정은 자연스럽다. 외계 생명체의 두려움, 혐오감이나 불쾌한 골짜기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전혀 없다. 원작의 유머와 감성, 싱크로율까지 쌍끌이 옮겨오는데 성공했다.


또한 여유로운 휴양지를 배경으로 수영, 서핑, 스노클링 욕구도 부른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하와이의 청량하고 시원한 바다도 아름답게 묘사되어 힐링 된다. 실사 배경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독특한 영화 <마르셀, 신발 신은 조개>를 연출한 딘 플레이셔 캠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구에 불시착한 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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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여의고 언니 나니(시드니 엘리자베스 아구동)와 사는 릴로(마이아 케알로하)는 학교에서 늘 외톨이다.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가 없어 외롭다.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때이나, 생계를 꾸리느라 바쁜 언니는 좀처럼 놀아줄 생각도, 돌볼 여유도 없다. 그저 어설픈 엄마처럼 잔소리만 할 뿐 사랑이 절실한 동생의 보호자가 되지 못한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사회복지사의 방문에 자매는 위기를 맞게 된다. 엉망진창 집안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고, 인스턴트 음식도 감사한 텅 빈 냉장고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다. 게다가 언제 아플지 모르는데 보험도 없어 사회복지사의 지적을 받게 되나. 나니는 포기하지 않는다. 지치고 흔들려도 끝까지 가족을 지켜내려 노력한다.


한편, 운명적으로 스티치가 나니의 친구가 되면서 한시름 놓았지만. 둘의 말썽에 나니는 다니던 직장마저 해고되어 생계가 막막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파악한 CIA 요원과 스티치를 찾으러 온 행성 요원까지 합세해 쫓기는 운명에 놓인다.


오하나는 가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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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치는 투로 행성의 과학자 잠바에 의해 만들어진 문제적 생명체다. 지능이 높으며 초인적인 힘을 소유하고 있다. 여섯 개의 팔과 다리, 두 개의 더듬이를 가졌으나 자유자재로 몸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행성에서는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 감옥행이 경정되었지만 탈출해 지구로 불시착했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하필이면 섬으로 떨어져 난감하다. 물을 무서워하는 스티치는 육지로 나갈 수 없자 일단 몸을 숨길 인간을 찾게 된다. 고향에서는 처치 곤란이던 스티치가 지구에서는 귀여운 강아지로 위장해 사랑을 듬뿍 얻는다. 장꾸미 가득한 행동 때문에 대형사고로 위험해지지만 대체로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사랑스러움을 위기를 모면한다.


릴로와 스티치는 여러모로 닮았다. 자신이 속한 곳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 존재다. 서로를 알아본 둘은 친구이자 가족으로써 한쪽을 포기하지 않고 끌어안는다. 사고뭉치인 줄만 알았으나 스티치의 내면은 점차 성장한다. 스스로 찾은 가족을 위해 애쓰는 행동은 울림을 준다. 실험에 626호로 불렸지만 릴로가 지어준 스티치란 이름에 걸맞게 사고를 수습하는 데 공을 세운다.


영화는 폴리네시안(하와이 원주민)의 정체성이자 디즈니의 모토인 가족공동체 메시지는 여전하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소속감, 따스하고 유쾌한 이야기로 감동을 유발한다. 주제인 ‘오하나’는 아무도 혼자 남겨지지 않는 가족주의를 말한다. 서로 다른 존재지만 따뜻한 마음과 진심이 통한다면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포용력이다. 또한 완벽한 가족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가족일 수 있다는 수용적인 태도가 위로가 된다. 혐오와 차별로 분열이 만연한 시대, 디즈니가 선사하는 주입식 교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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