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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하이파이브> 장기이식 슈퍼히어로, 이게 되네?

by 장혜령

심장, 폐, 신장, 간, 각막, 췌장까지 6개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이 초능력을 얻어 활약한다. 듣도 보도 못한 생경한 이야기,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엉뚱한 상상력이 모여 만든 <하이파이브>가 세상에 나왔다. <과속스캔들>, <써니>, <스윙키즈>를 만든 강형철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이다. 주연 배우 이슈로 개봉일이 밀렸지만 유행 타지 않는 소재, 신선함에 목말랐던 관객 니즈를 충족한다.


감독 특유의 경쾌한 코미디와 레트로 음악 선곡이 이번에도 발휘되었다. 빠른 편집, 제때 치고 빠질 줄 아는 웃음 코드, 리듬감이 살아 있는 티키타카 대사, 200억을 쏟아부은 후반부 액션의 타격감이 시원시원하다. 웃음 타율이 상당한 말맛 대사는 애드리브인 줄 알았으나 100% 시나리오였다는 놀라움까지 더해지자 달리 보인다. 이 영화를 결코 가볍게 볼 게 아니라는 내공이 전해진다.


무엇보다도 신선한 소재가 무기다. 우연히 얻은 초능력을 하찮게 쓰지 않나, 무엇보다 허술하다는 게 특징이다. 스타일 면에서는 <아라한 장풍대작전>, <전우치>, <외계+인>, <쿵후 허슬>의 계보를 잇고, <무빙>, <마녀> 등 한국형 슈퍼 히어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할리우드 히어로는 비범한 능력을 얻자 고뇌하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거나 주로 독자 활동을 펼치지만. 한국의 하이파이브((HI-FIVE)는 다르다. 대단하지도, 거창하지도 않고, 그저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나이, 성별, 삶의 이력도 다르지만 친구가 되어 연대하고 시너지를 이룬다.


연대하면 커지는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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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내공 만랩의 배우들의 앙상블은 역대급이다. 심장을 이식받아 괴력이 생긴 태권소녀 완서(이재인), 폐를 이식받아 입으로 강풍을 쏘는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 신장을 이식받은 프레시 매니저 선녀(라미란), 간을 이식받고 치유 능력이 생긴 작업반장 약선(김희원), 각막을 이식받은 힙스터 백수 기동(유아인)이 각자의 개성을 녹여냈다.


마지막으로 췌장을 이식받은 사이비 교주 영춘(신구, 박진영)이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되며 모든 능력을 흡수하고자 한다. 메인 빌런 영춘(신구)의 젊은 모습을 연기한 박진영의 연기는 악역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강형철 감독은 “아이돌 출신이란 타이틀보다 신구 선생님과의 싱크로율과 배우 자체의 매력, 한 명의 연기자로서 적역이었다”라며 단순한 성대모사가 아닌 본인으로 체화한 캐릭터 분석력을 칭찬했다.


비현실적인 소재를 현실적인 상황에 녹여낸 언밸런스가 특징이다. 우연히 얻은 초인적 능력의 정확한 쓸모도 찾지 못해 웃음을 유발한다. 대체로 비범한 능력을 소소한 일상에서 쓰자 귀여움과 엉뚱함, 뭉클함이 극대화된다. 강력한 폐활량으로 리코더를 부는 데 쓰고, 음료를 한 번에 흡입하며 허세를 부린다. 괴력을 이용해 폐지 리어카를 밀고, 전자기파를 마음대로 다루는 능력은 버튼을 조절할 수 있어 시각장애인에게 맞춤 신호등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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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모인 하이파이브는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이웃이다. 사회적 결핍을 경험한 외골수가 타인과 함께하자 힘은 수백 배로 활성화된다. 각자도생 시대에 나 혼자 살겠다고 손을 놔 버리기 보다, 손을 맞잡으면 더 큰 힘이 발휘됨을 말해준다. 진정한 일상의 히어로는 부와 권력을 자랑하고 편 가르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과 타인을 보듬어주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아팠던 사람들이 건강은 물론 비상한 능력까지 덤으로 얻어 협력하는 독특한 이야기는 차별과 갈등이 난무하는 세상에 한 줄기 빛이 된다.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믿고 의지할 때야 발휘되는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극 중 야쿠르트 사원으로 등장하는 선녀는 영화의 중반까지 각성이 느려 미스터리함이 배가 되었으나. 중반부 하이파이브의 중요한 연결고리임이 밝혀진 후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능력자임이 밝혀진다.


또한 초능력은 없지만 아빠라는 부성애를 장착한 종민은 현실 히어로이다. 오래 아팠던 딸을 자나 깨나 생각하는 극진한 마음을 후반부 강력한 한방으로 보여준다. 지금을 살아가는 인류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한 통찰력으로 메시지, 웃음, 감동까지 쌍끌이 한다.


특히, 쿠키 영상을 통해 이들의 본격적인 활약도 기대된다. 하이파이브 결정 이전 전사도 궁금해져 후속편 고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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