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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불과 재> 도파민 숏츠 시대, 137분 의미

by 장혜령

영화 <아바타: 불과 재>는 <아바타>(2009)를 시작으로 한 세 번째 이야기다. 한국에서 1, 2편이 모두 천만 영화라는 스코어를 기록한 대작이다. <아바타: 물의 길>(2022)이 진화한 기술과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였다면 <아바타: 불과 재>는 새로운 부족과 크리처가 등장했으며 RDA와 전쟁에 다시 돌입하게 된다.


확장된 세계관으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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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이 사라진 설리 가족은 고향을 떠나 멧케이나 족 마을에 자리 잡는다. 숲을 벗 삼아 뛰어놀던 습성을 버리고 바닷속에 익숙하게 했다. 하늘을 나는 생명체와 교감이 아닌 바다 생명체와 교감을 나누며 캐릭터 빌드업을 재정비했다. 유동적인 멧케이나 족은 설리 가족으로 받아들여주었지만 한구석에는 그늘이 남아 있었다.


3편에서는 더욱 단단해진 설리 가족을 만나볼 수 있다. 제이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가 사랑으로 만든 세 자녀와 입양한 자녀 둘까지 총 다섯 아이의 성장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중 첫째 네테이얌의 죽음은 가족의 붕괴를 예고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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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했던 네이티리는 무너지는 듯 보였지만 가족을 위협하는 재의 부족이 등장으로 끝내 일어선다. 재의 부족 망콴의 리더 바랑(우나 채프린)은 화산 폭발로 모든 것을 잃고 판도라의 위대한 어머니 에이와를 불신하게 된 인물이다. 나비족은 착하고 인간은 나쁘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뒤엎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다. 상실감에 빠진 설리 가족의 균열과 방황의 촉매제로 활약하는 신 스틸러로 활약하며 극의 위압감을 더한다.


그들이 숭배하는 ‘불’은 혐오, 증오, 폭력,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화산 폭발로 생긴 무력감으로 위협적 약탈자로 변모했다는 설정이다. 자연의 부정적 면모까지 놓치지 않고 전한 의미로 해석된다. 흔히 숲, 물, 불로 이어지는 원소 이미지의 확장을 떠올렸다면 오히려 불은 판도라의 근간인 에이와와 대척점에 선 뒤틀린 숭배 대상으로 묘사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파푸아 뉴기니를 방문했던 당시 직접 보고 들은 이미지를 재현한 상상력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분열과 화합의 대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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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이야기는 실제 다섯 아이의 아버지인 제임스 카메론의 가족과 닮았다. 부모 세대와 대립하는 세대 차이를 읽을 수 있다. 제이크 설리는 전편을 통해 부족을 잃고 서로를 지키고자 온 힘을 다한다. 두려운 부모는 또 다른 자식을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 울타리를 치지만 자식은 그런 부모를 등지고 세상으로 나아가려 애쓴다. 서로의 갈등은 특히 둘째 로아크(브리튼 달튼)로 인해 발현된다. 자기 행동이 형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던 만큼 이를 극복하고 증명하고자 고군분투한다. 로아크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미래 세대의 눈으로 모든 것을 지켜본다.


또한 스파이더(잭 챔피언)의 성장사도 흥미롭다. 스파이더는 본인의 특별한 출생 때문에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해 불안했다. 산소 마크스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연약한 인간이었던 탓에 설리 가족의 부채이자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갈등을 유발한다. 하지만 후반부 절체절명의 순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 가족이란 테두리로 품어 줄 다양성의 중심축이다.


판도라 행성의 묘사는 지구의 축소판이다.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 제국주의와 원주민의 피해, 인종 간의 갈등을 소재 삼기 때문이다. 가족을 테마로 인종, 계층을 떠나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지구촌의 명제가 재확인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12일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바타 시리즈의 목적은 설리 가족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라며 내외 부의 적과의 싸움이 관객의 감정을 어떻게 건드릴지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아바타: 불과 재>에서는 모든 것이 해결된다. 환상적인 판도라로 초대해 가족을 이루고 삶의 터전을 옮겼던 인물들이 도전과 어려움, 고통과 아픔을 감내하는 과정이 197분의 드라마로 완성된다.


AI 없는 비현실적인 현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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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OTT와 숏폼 시대에 영화의 힘, 극장의 존재 이유를 각인하고도 남는다. 새로운 시리즈가 등장할 때마다 기술의 정점을 달렸던 제작진의 노고가 담겼다. 4년 동안 3천 명이 넘는 스태프가 참여해 3천5백여 개의 VFX 쇼트로 완성한 영화다. 모든 장면에서 공들여 만든 꿈같은 현실로 관객을 안내한다.


특히 제임스 카메론이 1970년대 그린 그림에서 모티브를 딴 바람 상인은 실크로드를 누비며 정보와 물품을 교환하던 상인이 떠올라 반갑다. 해파리를 연상케하는 바람 상인 탈것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비현실적인 비주얼을 눈앞에 데려다 놓는다.


또한 생성형 AI로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점에 묵직한 질문도 던진다. 제임스 카메론은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건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인간의 표정이며, 이는 생성형 AI로 대체할 수 없는 배우의 독창성과 해석력이 녹아들어 가 있다”는 철학을 고집했다. 1편부터 CG와 VFX를 적용한 기술은 20여 년이 되어가는 시리즈의 핵심요소로 불린다. 단 1초도 AI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자신감의 이유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엔딩 크레디트에는 지난 2024년 세상을 떠난 프로듀서 ‘존 랜드’의 헌정 문구가 포함되어 뭉클함을 선사한다. 다음 편을 향한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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