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 T 조직에 입사한 대문자 F과장의 일탈

by 장혜령

영화 <휴민트>는 <베를린>, <모가디슈>를 잇는 해외 로케이션 3부작이다. 라트비아 로케이션 촬영으로 블라디보스토크의 냉혹한 풍경을 담았다. 전작 <베를린>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표종성이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는 결말과 이어지는 황치성의 서사가 연결된다. <베를린>을 아는 관객에게는 향수를 모른다고 해도 크게 상관없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충돌하는 액션 첩보물이다. 한국 국정원 블랙 요원 조 과장(조인성),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 러시아로 파견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사건 배후의 총영사 황치성(박해준)이 얽힌 불신과 진실, 선택에 관한 비장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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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 중 첫 휴민트를 잃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조 과장은 정체성이 흔들린다. 목적만 이루면 될 뿐. 언제든지 사람을 쓰고 버릴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국가단체에 환멸을 느낀다. 조직이 노출될 위험에서도 기를 쓰고 두 번째 휴민트를 지켜내려고 고군분투한다.


그 중심에는 모종의 이유로 헤어진 연인 박건과 채선화가 있다. 두 사람은 약혼까지 했으나 타국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재회한다. 채선화는 러시아의 북한 식당 아리랑의 에이스로 지내던 중 손님으로 찾아온 박건을 만나 일상의 균열이 생긴다. 두 사람은 강력한 이끌림에도 애써 멀어지려 한다. 그럴수록 서로를 향한 순도 높은 사랑은 커지고, 위험한 사건 속에 휘말리며 격정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인류애, 순애보로 직진하는 속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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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북한, 러시아, 한국 세 나라가 얽힌 범죄 기록을 훑으며 사람과 얽힌 관계를 그렸다. 사랑과 의리 면에서는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 납치된 인물을 되찾기 위한 고군분투는 <테이큰>, 휴머니즘으로 물들인 한국형 히어로 드라마 <무빙>, 절제와 암시로 스산함이 지배하는 이념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도 떠오른다. 여러 영화가 주마등처럼 스쳐 가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극적 장치로 승화된다.


마약, 인신매매라는 무거운 소재를 영리하게 쌓아 올린 서사가 짙은 여운을 안긴다. 류승완의 액션 인장과 묵직한 서사에 멜로 라인이 신설돼 진한 감정을 더한다.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의 앙상블 호연도 멋지다. 언뜻 조인성과 신세경의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오히려 신선한 배신이 반가울지 모르겠다. 휴먼, 액션, 멜로를 적절히 분배한 혼합 장르면서 사람을 이용한 정보 활동 ‘휴민트’에 어울리는 따스한 정서도 포함이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감정을 철저히 배제해야 하는 첩보원이 사람 하나로 흔들리고, 사랑 때문에 조직을 배신하는 행위라니. 크게는 국가를 위한 하나의 장기말에 불과한 이들이 독립된 개체로 활약하는 격돌은 기대 이상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데 정성을 쏟는다. 박건과 조 과장의 고독은 외로움이 아닌 타인을 지키려는 철저한 의도다. ‘나의 연인’, ‘나의 휴민트’를 위해 앞으로만 달려간다. 사상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제약에서도 사랑은 여전히 피어난다.


사랑 하나로 국가를 등지고, 신뢰 관계를 망치며, 커리어를 포기한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이토록 애절하고 맹목적으로 이끌까 싶을 정도다. 말 한마디 섞지 못했어도, 눈빛으로 주고받았어도, 불같이 타오르는 속내가 차가운 블라디보스토크의 한기마저 데운다.


뚜렷한 존재감의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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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얼려 버릴 듯한 추위 속에서 인류애를 품고 있는 인물은 단연 조 과장이다. 그는 사람을 대하는 진심을 뛰어넘어 인류 전체의 연민과 희망을 상징한다. 영화가 끝나도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데는 조 과장이 품은 사람다움과 연민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각자도생 시대에 한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지, 순애보를 상징하는 박건의 치명적인 박력은 수많은 여성 관객의 마음을 훔칠 것으로 예상한다. 박정민은 가수 화사와 선보인 시상식 퍼포먼스로 얻는 이미지를 스크린에서도 재현한다. 절도 있는 액션, 카 체이싱의 폭발력, 어둠 속에서 등장하는 다트 액션은 박정민의 재발견이라 할만하다.


다만, 빌런과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다소 전형적이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사랑꾼과 다수의 작품에서 악인을 연기한 박해준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12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신세경의 청초한 면모는 보호본능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총알이 몇 개인지까지 세심하게 고증된 장면은 지도한 군사 자문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밀리터리 마니아에게도 환영받을 만하다. 한국, 북한 파지법의 차이, 침투 동선, 창의적인 액션 등 액션을 포인트로 즐길 거리도 있다. 티켓 하나로 다양한 재미와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관객의 구미를 충족해 줄 것으로 예상한다. 과연 본격적인 설 명절을 앞둔 극장가에 관객의 마음까지 훔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뷰] 신세경 배우



[인터뷰] 박정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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