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한마을. 누구집에 숟가락 하나까지 아는 좁은 동네입니다. 작은 소문은 금세 퍼지는 비밀 없는 곳이자 폐쇄적인 장소입니다. 이제 막 2차 성징에 눈을 뜬 '토르(발더 아이나르손)'는 친구 '크리스티안(블라에 힌릭손)'과 오늘도 근처를 어슬렁거립니다.
토르는 아직 아이의 모습이지만 누구보다 남자다움과 욕망을 갈망했습니다. 수시로 몸에 나는 털을 확인하고 호기심도 많습니다. 반면 크리스티안은 겉모습은 소년이지만 내면의 흔들림이 버거웠습니다. 조금씩 마음에서 싹트는 토르를 향한 무언가가 우정이상이 될까 두렵죠. 누가 뭐라고 속닥거려도 토르와 함께 지내는 이 순간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둘은 친구사이지만 미묘한 감성선을 넘나듭니다. 감정의 소용돌이로 힘겨운 나날들이 이어지는데 두 가정 모두 소년들을 품어주지 못합니다. 토르의 아빠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마음이 부족합니다. 크리스티안의 부모는 이혼 위기에 있고, 아버지는 극심한 동성애 혐오로 이웃과 다투기 일쑤였죠. 이런 가정의 아이들은 방치되고 반항하고 격앙된 목소리로 날을 세울 뿐입니다.
그렇게 둘은 소녀들과 가까워지면서 세상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토르는 마을 밖 세상을 깨쳤고 크리스티안은 혼란스럽던 감정을 확실히 알게되었습니다. 서로 같은 듯 닿을 수 없었던 마음은 아이슬란드 바닷마을을 배경으로 속절 없이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덧, 아이슬란드어로 '크리스티안'은 하늘이라는 뜻이고 '토르'는 땅이라는 뜻입니다. 포스터에서 서로 반대 방향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은유적인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수미쌍관처럼 인트로를 떠올리게 하는 쏨뱅이 낚시가 인상적입니다. 못생기고 필요 없어 보이더라도 태어났으면 살아가야 할 가치가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엔딩에서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