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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y 06. 2019

<베카신!> 엉뚱 발랄, 오색찬란 프렌치 감성 동화

'베카신'은 1905년 태생 올해로 114살, 프랑스 만화 최초 여성 주인공입니다. 어째 베카신이 낯설지 않은 이유를 알아보니 '땡땡(Tin Tin)' 그림체의 시초였다고 합니다. 화가 '조셉 팽숑'과 작가 '코머리'가 주간지의 빈 페이지를 메우기 위해 시작되었기 때문인데요. 데뷔 후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30년간 연재를 이어갔고, 현재까지 프랑스 국민 캐릭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만화 베카신을 영화화한 <베카신!>은 캐릭터의 실사화, 오색찬란 프렌치 감성 가득한 동화입니다.

영화 <베카신!>

베카신은 바쁜 농사일에 지친 부모 대신 사냥꾼인 삼촌과 세상을 알아갑니다. 이가 빠질 때면 이빨 요정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줄 거라 믿는 순수하고 엉뚱한 아이죠. 세월이 흘러 나이가 차자 직업교육을 받지만 바느질, 농사, 빨래 어느 것도 적성에 맞지 않습니다.

초록, 빨강, 노랑이 예쁜 영화

대신 동경하던 파리에서 일거리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봇짐 하나 들쳐매고 터덜터덜 파리를 행해 걷기 시작합니다. 잠깐만, 파리를 걸어서 가겠다고요? 역시나 베카신다운 생각입니다.

그러던 중 후작 부인의 고장 난 차와 마주치며 새로운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진 아기 '롤로트'를 만나 잠시 행선지를 우회, 롤로트의 보모로서 인생을 시작하게 되죠.

만화에서 튀어 나온 것 같은 비주얼

초록 원피스에 하얀 두건, 빨간 새머리 우산을 들고 다니는 베카신은 프랑스 시골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상황을 다룹니다. 그녀가 살고 있는 20세기 초는 신기술의 발달로 전기, 자동차, 수돗물, 전화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때입니다.

호기심은 창조의 어머니라 했던가요? 기상천외한 생각은 능률을 끌어올리는 최고의 발명품이 되어 저택 사람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아기에게 우유를 먹일 수 있는 기계, 3분 동안 삶아지는 에그 타이머, 드라이브 기분을 낼 수 있는 유모차 등 남다른 상상력은 지루한 일상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죠.

연기, 각본, 감독까지 맡은 1인 3역 '브뤼노 포달리데'

당시 파리는 산업화의 물결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신문물은 파리와 멀리 떨어진 시골까지 영향력을 끼쳤는데 이는 인형극꾼이 찾아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이 사업이 좋다, 저 사업에 투자해라 온갖 낭설로 후작부인을 꾀어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가는 인형극꾼. 재산이 야금야금 없어져도 후작 부인은 어째 혹독한 현실도 낭만 그 자체입니다. 새로운 것에 빠진 덧없는 낭만주의를 통해 베카신의 행동 어떤 것도 정당화됩니다.

그렇게 더 이상 빨아먹을 단물이 떨어진 인형극꾼은 저택을 떠나며 반드시 돌아올 것을 약속합니다. 과연 그는 약속을 지키러 올까요?

영화 <베카신!>

베카신은 도요새란 뜻입니다. 태어난 날 도요새 무리가 날고 있었다 하여 베카신이란 이름을 얻었죠. 도요새는 철 엄청난 거리를 날아 반드시 돌아오는 습성을 가진 철새입니다. 이는 소원을 담은 풍등이 미국까지 날아가 소원을 이뤄주기도 합니다. 철새와 풍등, 어째 닮은 구석이 조금은 있지 않나요?

<베카신!>은 청정구역 같은 영화입니다. 착한 심성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불필요한 덕목인지 오래입니다. 가능한 영악하고 민첩하게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려서는 안되는 태도라도 쉽지만은 않은 세상살이죠. 갈팡질팡하는 사이 누군가가 내 몫을 가져가버리는 약육강식의 세계. 영화 <베카신!>은 불투명한 우리들의 마음을 필터링하는 무공해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