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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y 10. 2019

<에이프릴의 딸>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변주

딸의 삶을 훔친 엄마

© 에이프릴의 딸, Las hijas de Abril, April's Daughter, 2017 , 미셸 프랑코,




여자의 적은 여자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적은 딸이 아닐 때가 많죠. 여기, 모성이 눈곱만큼도 없는 엄마 에이프릴이 있습니다. 엄마의 모성보다 여성의 욕망이 먼저인 '에이프릴(엠마 수아레스)'은 딸의 모든 것이 질투 나서 미칠 것 같습니다. 내 앞길을 막는 모든 것을 불허하는 엄마. 살 떨리는 공격입니다.  만약 우리 엄마였다면 나는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독보적인 하드캐리, 에이프릴!

조용히 다가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매력적인 영화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간절함, 과연 자식의 행복도 빼앗고 싶었을까요? 딸의 젊음, 남자친구, 아이까지 모두 다 말이죠. 딸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엄마 에이프릴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감독은 관객 스스로 평가하도록 합니다. 단 한 줄의 대사로도 설명하지 않습니다.  좋은 엄마 나쁜 엄마라 쉽게 규정하지 않습니다. 혼전 임신해 몸과 마음, 경제적으로 깜깜하지만  '발레리아(안나 발레리아 베세릴)' 는 엄마에게 소식을 알리지 않으려 합니다.  아마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딸들과 전 남편이 과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상황을 통해서만 짐작할 뿐입다. 에이프릴은 발레리아 나이에 임신해 결혼했지만 남편은 두 딸을 남기고 젊은 여자와 새살림을 차렸습니다.  흘려보낸 청춘을 보상받고 싶고, 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만 할 겁니다. 에이프릴은  젊음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에이프릴의 딸>


하지만 모든 상황에 지친 언니 '클라라(호안나 라레키)'는 엄마에게 연락했고, 소원하던 모녀 사이가 비로소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선방은 엄마. 한껏 날서 있는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친절하게 다가왔죠. 모든 것이 서툰 딸은 키우겠다는 의지만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밤낮이 바뀐 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쳐갈 때쯤,  경계심을 놓은 순간, 엄마는 딸을 향한 저격수로 돌변합니다.


이대로 당할 딸이 아닙니다. 딸은 모든 상황을 만회하려는 듯 회심의 한방을  터트립니다. 욕망이란 대전투에 최종 승자는 누구일지 사뭇 궁금합니다. 이 모녀 사이에 흐르는 신경전은 도를 넘어 아침 드라마급 수위가 충격과 공포를 선사합니다. 딸은 엄마의 인생을 닮는다고 했던가요? 열일곱에 임신한 발레리아의 모습에서 훗날 에이프릴이 겹쳐 보입니다.


영화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재해석이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프로이트가 만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대칭적인 심리학 용어입니다. 여자아이가 아버지에 대한 집념과 어머니에 대한 질투를 갖는 심리상태를 말하는데, 영화에서는 엄마가 딸을 질투하는 형태로 변형되었습니다.



힘과 경제권을 가진 엄마는 딸들에게 유난히 혹독합니다. 첫째 딸 클라라에게 살을 빼라고 종용하고 손녀 카렌까지 마수를 뻗습니다. 발렌시아의 남자친구인 마테오에게는 자신의 허락을 통해서만 움직이도록 강한 통제력을 행사합니다.


직접 의상까지 준비한 '엠마 수아레즈'의 하드캐리


영화 <에이프릴의 딸>은  칸영화제 3관왕의 멕시코 젊은 감독 '미셸프 랑코'와 스페인의 국민 배우 '엠마 수아레즈'의 협업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독보적인 하드캐리 에이프릴은  전무후무한 인물이죠. 엄마로서 이해할 수 없지만 한 인간으로서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 할만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던 사람은 없습니다. 사회는 여성이라면 으레 모성이 있어야 한다 종용합니다. 어머니라는 타이틀은 우리 사회의 모든 82년생 김지영을 손가락질하기 바쁩니다.



엠마 수아레즈를 위한 영화


엄마 이전에 딸, 딸 이전에  에이프릴이란 이름의 여성이 존재했습니다. 영화는 엄마보다 여성으로서 욕망을 직시합니다. 이는 엄마-딸-손녀딸이란 모계 혈통 속,  남성은 철저히 이용당하거나 오히려 배제되어 버립니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가 중심이 된 모계 사회, 즉 영화 속 상황은 현 가부장 사회의 오랜 편견을 비트는 영화적 허용입니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은 무엇인가? 엄마라면 여성의 욕구를 배제해도 괜찮은가? 누구에게는 불편한 가시방석이 될지도,  누구에게는 속 시원한 사이다가 될지도 모를 논쟁적인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평점: ★★★★

한 줄 평: 당신이 품어 온 모성의 편견을 깨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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