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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y 12. 2019

<오버 데어> 우리가 잘 모르던 제주,

그 1000일의 기록

©  오버 데어, 장민승 감독 정재일 음악 , Over there



어떨 때 영화는 체험이 됩니다. 보는 것에서 떠나 듣다 보면 마치 그곳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 영적인 체험으로 초대합니다. 영화 <오버 데어>는 우리가 알던 제주의 모습을 지우고 태초의 자연을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얼굴과 공포스러운  양가적 본성을 그러낸 제주,  장엄함을 넘어 신비롭고 거칠고 무섭습니다.


영화 <오버 데어>



영화 <오버 데어>는 1000일 동안 24절기의 제주를 달빛과 햇빛의 자연광으로 담은 활동사진 혹은 영상미학입니다. 스크린에서 전해지는 미묘한 대기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움직임은 카메라의 프레임에 들어와 광활한 영역의 한 조각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매일 변하고 있는 제주도를 담아보고자 했던 장민승 감독의 생경함과 미학적인 기록의 44분입니다.




<오버 데어>는 우리가 알던 제주를 보여주지 않는다



거기에  우주의 기운이 감도는 44분짜리 통음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키고 있죠.  마치 관객은 공기 같은 체험을 하게 됩니다. 안개가 너울너울 산등성이를 타고 넘고, 파도가 넘실대다 못해 집채만큼 커쳐 덮쳐 올 것만 같은 현장감을 그대로 체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음악감독 정재일의 몫이었는데, 제주도에 대한 모든 것을 지우고 공감각적인 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오버 데어>는 서사와 대사가 없는 영상미학의 결정체입니다. 4월 29일 아트나인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개봉합니다. 아마 영화 <오버 데어>를 보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할 겁니다.  영화관이 많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체험하라 권하고 싶습니다. 안개가 춤을 추듯 당신을 홀리고, 이승인지 저승인지 알 수 없을 경계 없는 황홀함은 오직 극장에서만 가능할 테니 말입니다.



덧, 예술영화전용관인 이수역 아트나인에서 <오버 데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버 데어> 아트나인 테라스 토크 

© (왼쪽부터) 이화정 기자, 장민승 감독, 정재일 음악감독



Q) 산신령이 살 것 같은 분위기다. 부산 영화제에서 선보인 후 개봉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제주도를 담게 되었나?

장: 제주도의 사라져가는 아름다움, 제주도의 선입견을 뺀 모습.  달라지고 있는 제주도를 사진 한 장에 다 담을 수 없으니 미학적으로 기록해보고자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엄청난 기록 용량을 보유하게 되었다.


Q) 익히 알던 제주가 아니다. 구글 지도에서  찾을 수도 없는 곳을 택한 이유가 있나?

장: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는 제주는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돌이킬 수도 없다. 고도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개발 제한 구역이 있다. 거기서 찍었다. 몸이 많이 골았다(좌중 웃음) 자연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혹독한 환경, 무거운 짐, 배고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거기 있다면 억겁의 세월과 혼재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Q) 44분짜리 하나의 음악이다. 탄생 배경은 어떤가?

장: 정재일 음악감독과 만났을 때도  시각과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어떨 때는 침묵이 가장 좋은 재료였다. 정감독의 음악은 영화관이 사원이 될 수도 있을 만큼의 체험이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곳에서 공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 나는 제주를 잘 모른다. 제주에 대한 역사와 지리 등등을 학습하다가 다 치우고 음악에 공감각을 넣기로 했다.


Q) 음악에 여성의 곡소리가 난다

정: 공기처럼, 바람처럼 존재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여성의 목소리는 정은혜 판소리꾼인데, 하루 종일 즉흥연주를 하면서 얻어낸 곡소리다. 여성적인 에너지와 상징성을 넣어보고 싶어 작업했다. 그리고는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와 협업했는데, 이들은 영화 <옥자>의 팀이다.


Q) 층같이도 하고, 어떨 때는 레이어처럼 공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안개가 매우 인상적인다

장: 자연은 내가 찍으려고만 하면 숨어버렸다. 제주의 24절기 자연광에 의해서만 찍었는데, 어느 순간 규칙 같은데 생겨났다. 그리고 미묘하게 바뀌는 게 자연이었다. 다양하게 움직이니까 내가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자연은 영감의 원천이다.


정: 영화 <안개속의 풍경>을 좋아한다. 안개는 매혹적이며 마치 배우인 것 같다.








평점: ★★★


한 줄 평: 자연에 음악이 더해지는 영화적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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