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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y 19. 2019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사랑과 흑인 인권문제

20th JIFF 전주국제영화제-월드 시네마스케이프

©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배리 젠킨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영화입니다.  '배리 젠킨스'감독이 2년 만의 신작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을 운 좋게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문라이트> 감독의 신작이고 '플랜 B' 작품이니, 영화제의 호평과 기세를 몰아  개봉하리라 생각했지만. 이럴 수가, 부가판권시장으로 직행열차를 타버렸군요. (아이고..)



배리 젠킨스 2년 만의 신작, 부가판권으로 직행

배리 젠킨스가 말하는 사랑 이야기



졸지에 영화제 관람자이자 극장에서 본 몇 안 되는 사람이 되었군요. 그래서 생각해 봤죠. 사실 <문라이트> 급의  전율은 아니었지만 '힘을 빼고 만들었구나, 하지만 색감과 음악, 대사가 아름다워!' 했던 느낌을  모두가 받았었나 봐요. 요새는 괜히 극장 개봉한답시고 돈 들이는 것보다, 부가판권 시장에서 수익이 좋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영화 <아이 엠 낫 니그로> 속 '제임스 볼드윈'



아무튼 다시 영화로 돌아가 봅시다. 이 영화는 1970년대 미국의 남부 할렘가 '빌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흑인 인권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곳인 동시에 재즈의 고향이기도 하죠. 또한 영화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에도 등장하는 흑인 문학의 상징적 존재 '제임스 볼드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했는데요. 굳이 명명하자면 배리 젠킨스식 멜로드라마이자, 블랙 필름으로 흑인 혐오, 인권문제를 그려낸 사회성 짙은 영화기도 합니다.


현실의 불안을 과거의 낭만과 교차편집하며 더욱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젊은 남녀의 섬세한 표정은 작정한 듯 들이대는 클로즈업으로  떨림과 흥분을 더욱 극대화하고 있죠. 두 사람의 베드신에서 폭발적으로 작용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티시의 임신 소식에 가족들의 축복이 가득하다
"지금까지 사랑을 믿어 왔다면 두려워하지 마,
끝까지 믿으렴."



어릴 적 소꿉 친구였던 '티시(키키 레인)'와 '포니(스테판 제임스)'는 사랑에 눈을 뜹니다. 둘 사이는 아이라는 결실을 맺으며 행복한 미래를 그려보지만, 포니가 흑인이란 이유로 강간죄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면서 틀어지게 되죠.


당시 흑인이란 이유만으로 하지도 않은 일에 누명을 쓰는 일은 비일비재했고, 한번 내려진 판결을 뒤집는다는 일은 흑인이 백인이 되는 일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가족들은 포니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내 일처럼 나서고,  홀로 포니의 아이를 기르는 티시를 통해 그럼에도 사랑이 구원하리란, 명확한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옐로, 그린, 레드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영화는 얼어붙은 감정을 녹일 때마다 어김없이 재즈가 등장합니다.  가족 앞에서 티시가 포니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고백할 때, 티시와 포니가 사랑을 나눌 때. 느릿하고 그루브 한 재즈 음악은 마음을 사로잡을뿐더러 아름다운 색감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죠. <문라이트>가 파랑, 보라, 청록 색감이 인상적이었다면,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노랑과 초록, 빨강이  따스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화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명언 제조기다


"내 평생 이렇게 준비된 적은 없었어"

"나에게 익숙해지기만 해
난 네 거야,
세상이 무너진대도 너에게 상처 주지 않을게."



정말 로맨틱한 대사들, 사회고발적인 은유가 줄줄이 나옵니다. '희든, 검정이든, 녹색이든, 자주든 상관없어요. 사랑하는 사이라면'이란 말로 사랑을 증명하고, '백인 놈들은 아직도 내가 차를 훔친대'라며 흑인 인권 문제를 직시하고, '우리들이 주어진 삶을 살아야 아이들이 자유로워진다'라는 말로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하는 부부의 성장을 말합니다.


인종혐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영화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다소 낯선) 70년대 흑인 이야기를 다룬 블랙 필름이지만 젠더, 계급, 인종, 세대 간 혐오가 만연한 2019년 대한민국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할렘가였던 '빌 스트리트'는 알고  있을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거리에서 부서져간 수많은 사람들의 울분과 고통, 사랑과 행복을요. 어쩔 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감정이 있습니다. 만약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쏟아낼까요? 사뭇 궁금해집니다.




평점: ★★★☆

한 줄 평: 배리 젠킨스 스타일의 멜로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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