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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y 19. 2019

<안도 타다오> 노출 콘크리트의 대가

포기를 모르는 건축 정신

© 안도 타다오, Tadao Ando - Samurai Architect, 2016, 미즈노 시게노리



가끔 한국 제목과 원제를 비교해보면 재미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로 유명한 건축가, 한국에도 건축물을 지은 '안도 다다오'의 다큐멘터리는 한국 제목인 <안도 타다오>입니다만. 영어 제목을 보니 부제로 '사무라이 건축가'가 붙었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사무라이'와 '건축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을까요? 제목을 간단히 '안도 타다오'라 붙였습니다. 외래어 표기법 상 '안도 다다오'지만 동명의 책이나 관련 작품이 있어서인지 '안도 타다오'가 되었습니다.


안도는 젊은 시절 복싱을 통해 인생은 혼자임을 깨닫는다


첫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안도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일을 하려면 체력을 단련해야 한다며 돌연 '창조 근육 만들기' 중이라고 합니다. 건축과 복싱 모두 홀로서기랍니다. 혼자 자립해야 하며 고로 포기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복서 출신의 건축가 다운 명언입니다.


남의 것, 다른 분야의 작품도 많이 봐서 창조 근육을 만들어 놔야  유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건축으로 자부할만 족적을 남기고 싶다며 건축의 재미를 느껴보라 합니다.  안도는 41년 생, 일흔이 넘은 노(老) 건축가의  인생 노하우입니다.


공공 건축 제안은 실험적이고 파격적이라 매번 거절당했다


그럼 좀 더 다른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안도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 독학으로 건축을 익힙니다. 혼자 꾸준히 길을 간 건축가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속에서는 유럽 건축의 심장 이탈리아의 건물도 맡습니다.


옛 건물 그대로 보존하며 안을 리뉴얼 해야 하는 작업인데 새로 짓는 것보다 몇 배나 어렵다고 할 수 있죠. 당시의 재료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현대 재료로 새로 만들어 내야 하는 고된 작업입니다. 구시대와 현시대, 이탈리아(유럽)와 일본(아시아)의 만남은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자연도 해치지 않는 안도의 건축 사조와도 맞아떨어집니다. 옛것과 새것의 경계를 유려하게 만드는 마법의 건축. 안도 다다오가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방법입니다.



오사카 빛의 교회

안도의 콘크리트 사랑은 유명합니다. 이를 '노출 콘크리트'라 하는데요. 콘크리트의 특성상 한번 만들어 놓으면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신중히 작업해야 합니다. 밖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게 철저히 숨겨, 들어오고 싶게 만드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건축입니다. 건물은 들어가서 체험해야 완성되기 때문이죠.


마카로 쓱싹쓱싹 드로잉을 따라 영화도 다음 이야기를 그립니다. 시대를 앞서간 나머지 실현되지 않았던 계획들이 재미있고, 중국의 오페라 하우스를 지으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협업하는 프로정신. 복서 출신 건축가, 포기를 모르는 사무라이 건축가의 경쟁심과 끈기가 폭발합니다. 


  


포기를 모르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


그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 대신 '인생 한 번인데 안되면 사과하지 뭐'라고 지르고 봅니다. 그렇습니다. 잘 될 리가 없으니까 재미있는 거고, 잘 안되면 정중히 사과하면 되는 일이지요.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잘되지 않을 결말을 걱정하는 바보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안도는 건축 대학을 진학하는 대신 인생을 책과 체험, 여행으로 익혔습니다.


길이 없으면 스스로 길을 만들고,  짧은 인생 가슴이 뛰는 일에 도전하려는 마음, 그리고 죽을 각오로 해보는 것. 안도가 건축으로 세상에 남긴 족적이 홀연히 남아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아직도 시작하지 않았냐고 말이죠.




평점: ★★★☆

한 줄 평: 어랏, 다큐가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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