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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May 15. 2019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애들은 가!

어른들이 보는 잔혹동화, 재개봉

©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El Laberinto Del Fauno, Pan's Labyrinth, 2006, 기예르모 델 토로



"그녀가 지상에 남긴 흔적들은 어디를 봐야하는지 아는 자들에게만 보인다"



어른들이 보는 환상동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가 재개봉했습니다. 개봉 당시 <해리 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 스타일로 홍보했다가 많은 항의를 받았지만 훗날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씨네필이 사랑하는 전설이 된 영화죠. '기예르모 델 토로 작품을 좋아한다면 꼭 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최근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도 함께한 '더그 존스'부터 기예르모 델 토로의 크리쳐 끝판왕을 볼 수 있으니까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작품 속 공통점은?

(좌) <크로노스>, <미믹>


개봉 당시 보지 못했다가 꼭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 참았더니 복이 왔네요. 기괴하고 아름다운 그로테스크 묘사를 스크린에서 감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작품의 엉김이 있지만 <판의 미로>를 보며 데뷔작 <크로노스>의 시계, 영생, 피, 탐욕 등, 소재 찾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미믹>에서 보여준 곤충( 이것 땜에 벌레 혐오가..)이나 지하세계와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크로노스>의 시계공 할아버지는 영생을 살 수 있다는 골동품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크로노스를사용해 피를 탐미하는데, 이때 귀여운 손녀딸도 등장합니다.


(좌) 메르세데스, (우) 오필리아

기예르모 델 토로의 작품에는 역경을 헤쳐나가는 여성 서사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도 좋습니다. 여성은 주인공이거나 열쇠를 쥐고 있는 해결사로 등장하는데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에서는 오필리아(환상)와 메르세데스(현실)가  사건을 해결하는 마스터입니다.



현실과 환상의 무경계, 그로테스크의 정수

오필리아의 현실은 정말 시궁창이다



1944년 스페인 내전은 끝났지만 저항군은 숲에 남아 파시스트에 대항하던 때입니다.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크게 보면 2차 세계대전 전후로 매우 혼란스러운 과도기였습니다.  주인공 오필리아 또한 매우 불안한 상태였을 텐데 재단사였던 아버지가 죽었고 낯선 곳으로 향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오필리아(이바나 바쿠에로)'는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이자 대위 '비달(세르지 로페즈)'과 살기 위해 숲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엄마는 동생을 임신했는데 몸이 좋지 않습니다. 오필리아 태어날 동생을 사랑하지만, 엄마를 아프게 해 양가적인 감정이 듭니다. 새로운 곳의 공포와 무자비한 새아빠 사이에서  자신을 따라온 요정(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벌레)을 따라 미로를 발견합니다.


'판'과 '눈이 손에 달린 괴물'은  '더그 존스'다


미로에서 자신을 산이고 숲이자 땅이라 소개하는 '판(더그 존스)'을 만납니다. 판은 믿기 힘든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사실 당신은 지하세계의 공주 모안나인데 잔혹한 현실에서 길을 잃은 거라고.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보름달이 뜨기 전 세 가지 미션을 완수하면 된다 말합니다. 그리고는 미래를 보는 책을 선물해 미션을 완수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름이 없어요. ㅜㅜ  감독은 대체 이런 상상을 어디서..


평소를 동화를 좋아했고,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었던 소녀는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미션을 시작합니다. 사실 어깨에 점처럼 새겨진 달문신(공주라는 징표)을 확인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르죠. 첫째, '용기'를 내 개구리를 처리하고 열쇠를 얻습니다. 둘째, 마법 분필과 요정들의 도움으로 금기에 맞서 '인내심'을 발휘하고 단검을 가져옵니다. 이때, 얼굴은 있으나 눈이 손에 있는 괴물을 처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의 '희생'을 통해 모든 것을 완성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오필리아가 현실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마법이 지속되어 현실의 문이 닫혔으면 했죠.  아이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너무나도 잔인한 세계, 세상은 오필리아가 믿는 동화와 달랐습니다. 현실은 정부군과 저항군의 극심한 대립, 동생을 낳다가 죽은 엄마가 없는 고아인 세상인 거죠. 10살 남짓한 오필리아가 자신이 만든 판타지 세계를 도피처로 삼을 만한 근거이며, 열린 결말을 뒷받침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영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영화는 환상동화를 통해 교훈을 줍니다.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만 살지 말 것, 잔혹한 세상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것!


더 이상 요정이 보이지 않는  어른들에게 아이의 시선은 때론 부끄러움과 살아갈 힘. 두 가지를 동시에 안깁니다. 기괴한 판타지와 파시스트 아래 전쟁이란 간극을 절묘하게 결합한 '기예르모 델 토로'감독의 최고의 작품이라 할만합니다.


공주였던 오필리아는 지상 세계를 동경해 탈출한 대가로 많은 희생과 불행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과연 오필리아는 지하 세계로 돌아간 걸까요? 지하 세계는 죽음의 세계는 아닐까요? 결말의 호불호는 아직도 논쟁 중입니다. 저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오필리아의 환상일 거란 동심파괴 결말을 믿겠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가요?



비달은 카르멘의 뱃속 아이가 아들임을 확신한다.전장에서 아들을 얻어 아버지-자신-아들 서사의 신화를 완성하고자 한다


덧, 얼마 전 <로마>로 수장한 '알폰소 쿠아론'감독이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주인공 '오필리아(ophelia)'이름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비극의 여주인공과 동명이며, 오필리아가 이모처럼 따르는 '메르세데스'는 라틴어 'Mercedes'의 어원으로 해방 시켜주는 사람, 자비를 주는 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여성 이름입니다.

 
오필리아의 엄마 '카르멘(Carmen)'은 '메리베'가 쓴 소설 《카르멘》의 여주인공으로 여러 남자를 유혹하다가 '돈 호세'에게 살해되는 집시의 이름과 같습니다. 현실은 동화와 다르다며 순응하는 무기력한 영혼과는 대비되는 캐릭터로 변형되었으며, 카르멘은 오페라로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소+염소+인간+나무+?= 판


'미로(Labyrinth,라비린토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궁 속에 타는 '미노타우로스'와 '테세우스'의 이야기로 유명한데요. 판의 외형은 소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가진 미노타우로스와 비슷하며 얼굴에는 미로를 상징하는 동글뱅이 이미지가 선명합니다.




평점: ★★★★★

한 줄 평: 명작은 오랫동안 향기를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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