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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바르다 감독의 창작 노트

by 장혜령
IMG_20190610_101119_271.jpg ©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Varda par Agnes, Varda by Agnes, 2019, 아녜스 바르다



"오늘 수다를 그렇게 마쳐야 할 것 같네요.
흐릿하게 사라질게요. 전 떠납니다."



65년 동안 여성감독으로 살아온 감독 '아녜스 바르다'가 자신의 영화 인생을 총정리하는 영화입니다. 그중에는 영화, 스탭, 배우, 그리고 관객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자신이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왔는지, 어떤 인생길을 걸어왔는지 대중에게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곧 있을 자신의 말년을 예감했는지 안개 자욱한 해변에서의 사라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운입니다.


바르다에게 해변은 영감의 원천



바르다에게 있어 3은 중요한 숫자입니다. 영화 속에는 그녀가 정한 세 가지 원칙이 자주 등장합니다. 일단 '해변'은 영감의 원천입니다. 하늘 바다, 땅 3대 요소가 다 있는 정신의 세계이죠. 삶에서 영감, 창작, 공유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영화를 왜 만들까? (영감), 어떻게 만들어 볼까? (창작), 공유하고 싶어 영화를 만들었는데 텅 빈 극장이면 최악!(공유). 관객에게 자신의 영화창작기법을 소개하는 이유도, 영화를 만드는 이유도 공유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영화관을 설명하는 바르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카메라, 컴퓨터, 고양이라 말합니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 소형 카메라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피사체가 늘어났고, 더 가까이 갈 수 있었죠. 극영화도 다큐로 찍기 좋아하는 바르다는 날것 그대로를 담을 수 있어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아마 영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사진을 전공했지만 영화감독, 비주얼 아티스트까지 세 직업을 가지기도 했죠. 그때마다 비슷한 듯 다른 영역의 특별함과 공통점을 잘 접목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기도 합니다. 이를 '예술적 재활용'이라고도 부르는데 예술은 또 다른 매체에 영감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문화, 지역, 종교, 나이도 가로지르는 게 예술입니다. 우연의 산물인 예술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우연은 또 다른 우연을 열어주며 또 하나의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죠.


아녜스 바르다의 창작 노트를 훔쳐보자!


페미니즘 영화인의 증인, 누벨바그의 어머니라 불리는 아녜스 바르다의 창작 노트를 들여다보는 기분입니다.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재가 되어 줄 거라 믿습니다. 솔직히 누벨바그를 잘 모르는 저에게는 어려웠던 영화였습니다.


바르다 영화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밖에 보지 않았거든요. 자크 드미, 장 뤽 고다르, 에릭 로메로 감독의 영화들도 찾아보며 식견을 넓힌 후 재관람해야겠습니다.



구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현역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유난히 요즘 한국에서 '누벨바그' 영화들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요? 엄청난 물량공세로 밀어붙이는 할리우드 영화와 지난해 한국 대작 영화들의 저조한 흥행 성적 등 한국 관객은 프랑스의 영화 운동처럼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누벨바그(Nouvelle Vague)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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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비 브르 사비> -장 뤽 고다르 , (우) <5시부터 7시 까지의 클레오>-아녜스 바르다



1950년대 후반 시작되어 1962년 절정에 달한 프랑스의 영화 운동입니다. '새로운 물결(New Wave)'을 뜻하는데 문학적이고 서사성이 짙은 주제 기술적 혁신의 주류 영화 문법에서 탈피합니다. 감독의 개인적인 영감과 비전을 담아 만들어진 영화를 말합니다. 그래서 자유롭고 뜬금 없기도 합니다. 누벨바그 사조 영화인으로는 '장 뤽 고다르, 자크 드미, 아녜스 바르다, 에릭 로메로, 프랑수아 트뤼포 등의 감독이 있습니다.



[1] 인물은 당돌하고 비전통적이며 대체로 감상을 배제하여 다룬다.

[2] 구성은 느슨하고 사실적이며 혁신적이다.

[3] 경량 장비의 사용. 소형 촬영기와 장비를 사용하여 우연적이고 사실적인 영상과 음향을 얻어낸다.

[4] 현지 촬영과 야외 촬영의 선호.

[5] 생략 편집을 활용하여 이미지들의 연관, 이미지와 음향, 그리고 매체 자체에 대한 주의를 상기시킨다.

[6] 영화적 공간과 시간에 관한 실험.

[7] 초창기 영화들에 대한 암시를 통해 전통의 지속과 단절을 짚어내고 특정 작품이 품고 있는 영화적 자의식에 관해 언급하며 특정 감독이나 영화에 경의를 표한다.

[8] 인간과 우주의 부조리함에 대한 실존주의적 감각을 갖고 있다.


출처 (영화사전, 2004. 9. 30., propaganda)




평점: ★★★☆

한 줄 평: 아녜스 바르다가 보내는 이별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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