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티모시 팬의 위엄을 보여주는 '전 세계 최초 극장 개봉'이란 타이틀을 단 영화 <미스 스티븐스>. 신경질적이고 들쭉날쭉한 기분을 가졌지만 연기의 독보적인 재능을 갖춘 '빌리'역의 '티모시 살라메'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학교, 직장, 대인관계에 있어서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우울을 해소해주는 기쁨을 주기도 했습니다. 미스 스티븐스가 레이첼이란 이름을 버리고 살아가던 것처럼,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불리길 바라는지 생각해보는 사색의 시간이었습니다.
한때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늙어가고 있는 영어 선생님 '미스 스티븐스(릴리 레이브)'는 연극 대회에 아이들 셋을 데리고 떠나는 책임 교사입니다. 아이들과 감정적으로 얽히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면에 관심이 많은 아이 빌리는 조금 특별한 아이입니다.
조증과 울증을 오가는 연기 천재 '빌리(티모시 살라메)', 게이임을 당당히 밝히는 섬세한 '샘(앤서니 퀸틀)', 친구들을 배려하고 당당한 척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린 '마고(릴리 라인하트)'와 동행하는 연극대회는 학생들과 선생님의 소통, 그로 인한 케미가 빛나는 영화입니다.
마음을 열기 꺼려 하던 선생님은 America의 'Sister Golden Hair'를 함께 들으며 빌리와 마음을 나눕니다. '나를 조금만 이해해 줄래요. 나를 조금만 기다려줄래요?'라는 가사는 빌리와 스티븐스가 세상에 하고 싶은 속마음이자 영화의 주제입니다.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티모시 살라메'의 <세일즈맨의 죽음> 독백 부분 일 텐데요. 티모시의 연기력이 폭발하는 장면이며,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촬영하기 이전 작품이라 떡잎부터 남달랐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목이 <미스 스티븐스>인 이유는 선생님, 어른인 미스 스티븐스가 학생들과 교감하며 용기를 얻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티모시를 중심에서 홍보했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미스 스티븐스'라는 점을요.
<미스 스티븐스>는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는다는 보편적인 메시지와 위로가 필요할 때 기댈 수 있는 존재를 떠올리게 합니다. '선생님도 누군가에게 기대셔야 해요'라는 빌리의 말에 위로받았습니다.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힘들 때는 힘들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합니다. 병이 될 때까지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어디든 털어내보길 응원하는 영화입니다.
삶은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다양한 테스트의 연속일지도 모릅니다. 이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생각하면 다른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지만. 한고비 한고비를 넘어 새긴 당신의 나이테는 묵묵히 당신의 존재감을 기록하고 있을 겁니다.
평점: ★★★
한 줄 평: 어쩌면 묻힐 뻔한 영화의 기분 좋은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