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배우의 이름값이 아깝다
미모 몰아주기도 아니고 캐릭터 몰아주기 영화는 처음입니다. 엑스맨 시리즈 팬도 아닌, 전체 시리즈를 본 사람도 아닌 어정쩡한 사람이 보기에도 무리수였던 영화였습니다. 이쯤 되면 감독의 역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이먼 킨버그'는 엑스맨 오리지널 시리즈 중 가장 혹평 받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각본가이자, 브라이언 싱어가 버린 영화의 감독으로 낙점되며 여러 번 문제를 일으킨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수장이 되었습니다. 필모그래피는 참 드라마틱 합니다. 제작, 각본, 프로듀서 등의 자격을 갖추었고,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첫 연출작(감독)인 점입니다. 다음번에는 이 감독의 영화를 믿고 걸러야 한다는 교훈값이 혹독합니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진 그레이를 위한 영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 그레이'를 위한 영화입니다. 한 시리즈의 마지막을 단 하나의 캐릭터에 몰아주기 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 같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진 그레이(소피 터너)'를 받쳐 주느라 제대로 기를 못 펴고 있습니다. 히어로 캐릭터로 따지면 캡틴 마블 보다 더 강력한 존재로 거듭나는 '진'은 우주의 기운 '피닉스 포스'를 받아들여 엑스맨을 위협하는 강력한 힘을 갖습니다.
이를 통제하지 못해 엑스맨의 골칫거리가 되어가는 진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적고, 이들의 수장 프로페서 X가 왜 대외적인 활동에 집착하고, 엑스맨을 끌어들이는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후반 부 매그니토가 진을 죽일 듯이 하다가 갑자기 돌변하는 상황에서 웃음만이..
왜 주변에서 만류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지만 '애정 하는 배우들이 고루 나오니 참을만하겠지'하고 봤던 영화지만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제니퍼 로렌스, 마이클 패스밴더, 니콜라스 홀트, 제시카 차스테인, 제임스 맥어보이, 소피 터너 등. 명배우들을 모아 두고 이따위로 만들다니, 프랑스 영화 <원 네이션>이 떠오릅니다. 이 배우들이 엑스맨 시리즈에서 쌓아 온 필모그래피가 아까웠고, 제시카 차스테인이 맡은 역할을 누가 해도 이질감이 없고 존재감도 없는 캐릭터로 만들어버렸더라고요.
지루한 전개, 활력 잃은 캐릭터(진 그레이에게 몰빵해줬음에도 진 그레이 조차 별 매력 없어), 시리즈 활용 안 하고 만든 정체불명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특히 퀵실버는 뭔가 감독에게 잘못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지막 다 같이 싸울 때 보이지도 않아, 철저히 소외당한 캐릭터란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자유연애는 누굴 만나든 작가적 상상력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지만, 한 캐릭터를 제대로 된 작별 인사 없이 보내는 처사는 너무 합니다. 대체 시리즈 순서는 보고 만든 건가 싶은 역대급 피날레네요. 마블도 그래요, 아니 나중에 들어온 자식이라고 너무 홀대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20여 년간 이어온 시리즈의 마무리가 이렇다니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그 중에서 하나 잘 한 건 여성캐릭터의 약진이라는 점! 참, 쿠키영상 없어요!
평점: ★★
한 줄 평: 러닝타임 114분 체감 러닝타임 18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