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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장cine 수다

<칠드런 액트> 선택과 결정, 그리고 삶에 대하여

'이언 매큐언'소설 영화화

by 장혜령
칠드런 액트, The Children Act, 2018, 리차드 이어



<칠드런 액트>는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영화화했습니다. <체실 비치에서> 이후 직접 각본까지 하는 열정을 쏟아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법이라는 지극히 이성적인 영역에서 때로는 인간 대 인간의 따스한 온기도 필요함을 보여주는 완곡한 이성주의자의 고뇌기도 합니다. 판사의 결혼 위기와 한 소년의 삶의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며 그 교집합인 피오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타인의 삶을 판단하는 판사의 고뇌를 들여다볼 수 있다


칠드런 액트란? 1989년 제정된 영국의 유명한 '아동법(The Children Act)'에서 따온 것입니다. 법정이 미성년자(아동)와 관련된 사건을 판결 시 최우선적으로 '아동의 복지'를 고려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 법입니다.


영화에서는 법적 나이 18세가 조금 안되는 소년이 종교적 신념으로 수혈을 거부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합니다. 영혼이 피에 있으며 피는 신의 것이라는 믿음은 부모와 마찬가지로 소년의 정신을 지배했고, 수혈이 꼭 필요한 치료법임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삶의 개입은 엄청난 파장을 부른다


하지만 소년은 달라졌습니다. 마치 갇혀 있던 왕국의 문을 열어 준 피오나에게 책임지라는 듯 절실히 매달립니다. 소년이 걱정됨에도 피오나는 가까이할 수 없습니다. 직업적, 사회적 윤리가 항상 먼저임을 잊지 않았으니까요. 소년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판결만 하지 왜 인생에 끼어들었냐 말합니다. 20년 지기 남편의 외도 선언, 소년의 외침. 판사의 이성과 감성이 혼동되는 부분입니다. 감성보다 이성이 앞섰던 피오나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에서 관객도 함께 갈등한다,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


이는 예이츠의 'Dowm by Sally Garden'을 부르는 장면에서 증폭됩니다. 한 번은 애덤의 병실에서 애덤의 기타 선율에 맞춰 불렀고, 한 번은 피오나의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피오나 반주에 맞춰 부릅니다.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한 편의 시가 가사가 되고, 아일랜드 민요로 자리매김한 이 곡은 깊은 인장을 남깁니다. 또한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2번 '사라방드'와 파르티타 2번 '신포니아'의 선율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잠재우려는 피오나의 감정을 전하는 탁월한 배경음악이죠.



영국의 우아하며 시니컬하고, 전원의 목가적인 대비가 좋은 영화다


영국의 명소들도 영화를 완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입니다. 영국 왕립 재판소의 주 법정에서 촬영한 영화는 1882년 완공된 빅토리아 고딕 양식의 석조건물의 위엄을 뽐내며 영화의 품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사당과 런던 시내 주요 명소들, 복잡한 런던을 떠나 한적한 시골길 풍경과 뉴캐슬, 피오나의 집이며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린 그레이스 인 법학원 등 영국적인 요소를 만끽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자 피오나를 연기한 '엠마 톰슨', 잃어버린 사랑을 찾고자 한 남편 잭을 연기한 '스탠리 투치', 순수해서 바스러질 것 같아 위태로운 애덤을 연기한 '핀 화이트헤드'의 조화가 완벽한 영화입니다.


'스탠리 투치'의 남편 역할도 좋았다


한 편으로 판사의 고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한다는 일은 실로 엄청난 스트레스이며, 함부러 가치 판단할 수 없는 막중한 임무임을 느낍니다. 그리고 본질과 믿음이 흔들리게 된다면 어떨지, 판사(이혼 위기)와 소년(종교의 위기)이란 대립되는 위치에서 보여줍니다.


원작 소설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칠드런 액트>는 삶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감동을 이어가고 싶다면 원작 소설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애덤의 기타는 원래 바이올린이었고, 피오나가 다룬 수많은 판결과 영국의 법, 남편 잭과의 섬세한 고민에 함께 빠져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평점: ★★★★

한 줄 평: 당신의 판단이 늘 최선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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