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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Jul 13. 2019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위기의 남자들 수영장에 가다!



중년 남성의 위기는 전 세계적 현상인가 보다.  젊음을 헌신했지만 나이가 들어 직장, 가족, 사회에서 소외된 위기의 남자들은  뒷모습마저 애처롭다. 어릴 땐 세상 어떤 사람보다 크고 넓었던 등이 어느새 작고 굽어 있음을 발견하는 순간. 나이 듦을 실감한다.


2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는 백수, 부도 직전의 사장, 까칠한 가장 등 소외된 중년 남성들이 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의지력과 우아함, 건강한 신체가 만들어내는 수중 발레에 오합지졸 팀이 도전한다. 이들의 목적은 싱크로나이즈 기량을 쌓는 게 아니다. 어쩌면 대회 수상으로 자신감을 충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수영장에 모여 고민을 털어놓고, 내일의 원동력을 얻으면 그만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인생, 가정, 사회 문제를 풀어내며 위로하고 또한 위로받는다.


'물'은 생명과 화합의 상징

사회에서 낙오된 중년 남자들이 수영장에 모였다


‘물’은 태초의 것을 상징한다. 지구에 생명을 가져다준 고마운 존재다.  우리는 안전한 어머니의 뱃속 수영장에서 제일 먼저 수영을 배웠다. 그러나 태어남과 동시에 물 밖으로 나와 치열한 삶을 시작하기 바쁘다.  양수 속에서는 숨참기도 쉬웠는데, 탯줄을 끊고 나오는 순간 숨조차 쉬기 어려운 날들의 연속이다. 그렇게 치열한 청춘을 보낸 주역들은 어느새 뒷방 늙은이로 전락했다.



제대로 되는게 없다, 오.. 아버지여..


일단 삶은 시작되었으니 되돌아갈 수 없다. 생각했던 것만큼 잘되지 않고, 실패의 연속이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치 이 영화는 모든 실패자를 위한 응원 같다. 이들은 사회 낙오자, 비주류, 아웃사이더다. 가장의 권위를 상실한 아버지, 중년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도 못 해본 남자, 어머니에게 패배자란 잔소리를 듣는 아들,  딸에게 가수가 될 수 없을 거란 질책을 듣는 아버지였다.


동그라미와 네모는 함께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을 품어주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수영장이다. 영화 오프닝에 사각형과 원은 절대같이할 수 없다는 말을 기억해 보자. 수영장이란 네모난 틀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싱크로나이즈는  두 도형의 합일이다. 이 영화가 끝날 때쯤 한 가지는 명확히 입증할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동그라미도 네모 틀에 들어갈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 부적절함을 용인하고, 틀려도 괜찮음을 인정하는 관용의 자세가 1등만을 추구하는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아'재들의 유쾌한 발란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흔히 스포츠 영화에서 예상되는 감동, 여자의 전유물이라는 싱크로나이즈의 편견을 깬다. 인물과 상황을 건조하게 다뤄 블랙 유머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야말로 프랑스식 유머인 셈인데, 감독 겸 배우 ‘질 를르슈’의 세 번째 영화다.


그는 전작 <세라비, 이것이 인생>에서 희비가 교차하는 결혼식에서 인생을 논한 바 있다. 그 장기를 끌어 올려 첫 단독 장편 연출작<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완성했다. 정통 코미디 장르로는 이례적으로 제17회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개봉당시 <블랙 팬서>, <아쿠아맨>을 제치고 프랑스 박스오피스 1위, 400만 관객 동원이란 기록을 세웠다.


그밖에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의 총출동! 우리에게도 낯익은 반가운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 <잠수종과 나비>로 알려진 ‘마티유 아말릭’, 최근 <논-픽션>으로  돌아온  ‘기욤 까네’, <이웃집에 신이 산다>로 인간적인 신을 연기한 ‘브루와 뽀엘부르드’ 등 극의 풍성함과 아이러니함을 더해 준다.




*이 글은 페이퍼나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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