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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령 Aug 18. 2018

<델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섬뜩한 도발

© 델마 / 요아킴 트리에





※ 영화 리뷰를 위해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작 <라우더 댄 밤즈>의 영상미로 호평은 받은 '요아킴 트리에'감독의 신작 <델마>는 차가운 북유럽의 서늘함이 담긴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과 배신 그리고 의심, 감추고 싶은 욕망, 숨겨진 진실과  마주했을 때.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함으로써 개척하는 성장영화입니다.










억누르면 오히려 더 튀어나오려 발버둥 치는 본능이란 새를 가슴에 품고 있는 여성. 금기에 대한 도전과 복수, 매서운 겨울 피어난 핏빛 장미처럼 선명한 유혹을 상징하는 세련미가 폭발합니다.  핏기 없이 새하얀, 날카로운 전운이 내내 감돌아 눈과 귀를 매료시키는 특유의 북유럽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평온한 수면 위, 격렬한 떨림의 발작




델마(에일리 하보)는 부모님을 떠나 대학에 입학합니다. 친구도 없던 델마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보다 외로움 해결이 더 시급한데요. 어느 날, 본인도 모던  첫 번째 발작 이후 '아냐(카야 윌킨스)'와 가까워지며 특별한 감정을 키웁니다.


델마는 남몰래 아냐와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주변에 친구도 많고 활달한 아냐의 모든 것이 부러웠죠. 아냐를 생각하면 할수록 겁
잡을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힘을 알아챈 델마는 집 앞에 찾아온 아냐를 본 순간 두 번째 발작을 시작합니다.






발작은 이후로도 종종 나타나는데 전조현상처럼 불빛이 깜박인다든지, 천장의 전등이 흔들린다든지 하는 위험한 상황이 계속됩니다.

이는 델마가 자기 안의 강력한 무언가를 억제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부딪힘으로 시험에 들도록 만들죠. 그때마다 느끼는 죄책감은 모두 델마의 몫.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회개해보기도 하고, 미친 듯이 주 기도문을 외우며 종교에 집착하고자 합니다.





델마는 엄마보다 아빠와 많은 것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친한 부녀 사이란 생각은 들지 않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뭘 먹고 어디를 가는지 일일이 체크하고 감시하는 듯한 아빠. 오프닝에서 보여준 아빠의 행동은 영화를 보는 내내 델마의 비밀을 궁금하게 합니다.

사실 델마는 몸과 마음을 다 해 원하면 이룰 수 있는 초자연적인 힘을 갖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델마의 능력을 알아챈 부모님은 최선을 다해 막아보려 했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심한 부모님의 감시와 억압은 후반부에 드러날 비밀을 품은 떡밥입니다.



검은 새, 뱀은 금기를  부추기는 악마의 유혹




델마는 어릴 때부터 독실한 종교인으로 키워졌는데요.  아냐를 알게 된 후 조금씩 금기에 도전하게 되죠. 입에도 대지 않았던 담배와 술은 물론 신을 향한 모욕, 동성애, 무언가를 극심하게 갖고 싶다는 욕망 또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던 델마는 혹여 사랑하는 사람도 헤치게 만든 건 아닌지 두렵습니다. 검은 새떼가 찾아와 부딪혀 떨어지거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뱀이 보이는 환영은 욕망을 부추기는 내면의 유혹입니다. 끊임없이 갈등하던 무엇을 토해 냈을 때 비로소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거죠.

영화 <델마>는 반종교적 영화이자, 여성주의 영화이면서도 스릴러적 요소도 갖춘 음습한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영화는 나약한 여성 캐릭터를 통해 운명에 정면 대응합니다. 아담의 갈비뼈를 떼어 이브를 창조했다고 쓰인 성경 속 여성은 남성의 종속된 존재입니다. 어째서 남동생, 아버지, 할아버지(이는 할머니의 역할)만 사라졌는지,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어머니와 되찾은 아냐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죠. 남성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독립적인 성장을  이루는 은유와 상징인 것입니다.



다시 오프닝 장면으로 돌아가 봅시다. 두껍게 얼어버린 호수 아래  유영하는 물고기를 보던 델마를 기억할 겁니다. 델마 또한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유리천장을 제거하고 비로소  자유를 맞이합니다. 초반, 광장으로 줌인하던 카메라가 줌 아웃하며 마무리되는 장면으로 수미쌍관을 이룬다고 볼 수 있죠.




델마가 100년 전만 태어났어도 마녀도 몰려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델마>를 보며 떠올린 영화로는 알 수 없는 능력으로 위기와 성장을 겪는 <마녀>,  핏기 없는 섬뜩함 속에 아름다움이 발현되는 미장센은 <렛 미 인>이, 소녀의 성장과 복수는 <캐리>가  생각납니다.

영화는 강한 섬광이 어러번 등장하는데 심인성 뇌전증을 앓고 있거나 불편한 분들을 위한 주의 문구가 뜹니다. 자주 등장해 불편할 수 있으니 이 부분은 감안하고 보시길 바랍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별점: ★★★★★
한 줄 평: 참지 말고 토해내라, 감추지 말고 드러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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